썰물 때만 드러난다… 남해 앞바다에 숨어 있는 신비로운 ‘돌 성벽’

경남 고성군 하일면 동화마을 앞바다에는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독특한 구조물이 있다. 잔잔한 남해 물결 위에 수놓인 이 돌 성벽은 관광객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단순한 유적을 넘어 오늘날 새로운 생태 관광의 중심지로 주목받는 이곳은 어디일까?

석방렴.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동화마을 앞바다에 자리한 석방렴이다. 석방렴은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거대한 돌담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이 천연 어로 시설이다. 현대의 기계식 어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느림의 미학을 간직하고 있다.

석방렴은 해안가에 돌을 쌓아 만든 담장을 통해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전통적인 어로 방식이다.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한반도 남해안 일대에서 널리 활용됐다. 특히 고성 동화마을의 석방렴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지형적 특성을 잘 이용한 사례로 꼽힌다. 고성 지역의 석방렴은 마을 전체의 공동 자산으로 관리돼왔다. 과거 어업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마을 주민들은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돌담에 갇히기를 기다렸다.

석방렴의 구조는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정교한 수리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돌과 돌 사이의 틈을 완전히 메우지 않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 물은 빠져나가되 물고기는 나가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거센 파도의 압력을 분산시켜 돌담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 갇힌 물고기가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현대의 그물 어업과 달리 일정한 크기 이상의 물고기만을 선별적으로 가두는 방식이다. 또 석방렴은 해양 생물들에게 훌륭한 서식처와 은신처를 제공해 인근 해역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인위적인 동력 없이 오로지 중력과 조석 현상만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어업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석방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물이 빠지는 간조 시간에 맞춰 직접 석방렴 안으로 들어가 갇혀 있는 물고기를 손이나 뜰채로 잡는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숭어, 전어, 멸치 등 다양한 어종이 관찰된다.

동화마을의 매력

고성 석방렴.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동화마을은 평온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탁 트인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며 고즈넉한 해안선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마을 뒤편을 감싸고 있는 산과 앞바다의 조화가 뛰어나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지형을 갖추고 있다. 또 집집마다 그려진 정겨운 벽화들도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이곳은 대규모 상업 시설이 들어선 유원지와는 달리 어촌 특유의 소박함이 살아있다. 주민들은 석방렴을 포함한 마을의 전통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용한 마을에서 평온한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들에게 해 질 녘 붉게 물드는 노을과 석방렴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고성 동화마을로 향하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대전통영고속도로 고성 IC에서 나와 지방도를 따라 이동하면 약 3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고성 공용버스터미널에서 하일면 방면으로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배차 간격이 다소 길어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석방렴 체험을 계획하고 있다면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물이 충분히 빠지는 저조 시간을 전후로 2시간 정도가 최적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기상 상황이나 물때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되며, 자세한 사항은 고성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변 명소: 소을비포진성· 상족암 군립공원

소을비포진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동화마을 바로 인근 언덕에는 조선시대 수군 진성인 소을비포진성이 자리해 있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이 성은 해안 경사면을 따라 타원형으로 성벽을 쌓아 올린 독특한 형태를 띤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로 동화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을비포진성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단단한 옛 성곽의 멋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성벽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고, 곳곳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바다를 조망하기 좋다. 소을비포진성은 상시 개방되며, 누구나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동화마을에서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상족암 군립공원에 닿을 수 있다. 이곳은 수천 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지질학적 보고이자,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해식동굴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상족암.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상족암(床足岩)이라는 이름은 바위의 모양이 마치 '소반(밥상)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 붙여졌다. 해안 절벽 하부에는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해식동굴이 뚫려 있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기둥들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 형상을 보인다. 특히 동굴들은 서로 내부에서 연결되기도 하고 막히기도 하며 미로 같은 구조를 형성해 방문객들에게 탐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동굴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면 암벽의 실루엣이 마치 액자 프레임 역할을 해 푸른 남해 바다와 하늘이 한 폭의 그림처럼 사진에 담긴다. 최근 이곳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인생샷 명소로 급부상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상족암 군립공원. / 유튜브 ' BK Life' 캡쳐

상족암 군립공원은 브라질, 캐나다와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 손꼽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약 1억 년 전 백악기 시대에 형성된 이곳 해안 지반에는 이구아노돈 계열의 조각류, 거대한 몸집의 용각류,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수각류 등 다양한 공룡들의 발자국 2000여 점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군립공원 언덕 위에는 국내 최초의 공룡 전문 박물관인 고성공룡박물관도 자리해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다양한 공룡 골격 화석과 복원 모형이 전시돼 있어 해안가에서 본 발자국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상세히 배울 수 있다. 특히 야외에 설치된 거대한 공룡 조형물들과 놀이터는 아이 동반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고성공룡박물관은 오는 12월까지 리모델링 공사로 인한 휴관 중이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군인 및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