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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한 팩과 집에 흔히 있는 식초만 있으면 마트 치즈 코너 앞에서 고민할 일이 줄어든다. 비싼 자연치즈를 따로 사지 않아도,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 쫄깃한 식감의 수제 치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상에는 우유와 식초만으로 집에서 손쉽게 만드는 홈메이드 치즈 제조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별도의 전문 장비가 없어도 저온살균우유를 데우고 식초를 넣어 굳힌 뒤 물기를 빼고 여러 차례 반죽하면 쫄깃한 치즈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번 레시피는 우유 온도 맞추기부터 식초 넣기, 유청 걸러내기, 전자레인지 가열과 반죽, 얼음물에 식히는 과정까지 총 11단계로 구성돼 있다. 단계별로 필요한 온도와 시간, 손질 방법을 살펴봤다.

치즈 제조의 시발점은 원료가 되는 우유의 정밀한 가열 작업이다. 가마나 일반 냄비에 저온살균우유 1.8L를 전량 투입하는 것으로 공정이 시작된다. 열원은 중불로 설정하며 우유가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살살 저어가며 끓이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온도를 체크해야 한다.
온도계 기준 우유의 온도가 50도 내외에 도달하는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 50도 내외가 되면 열 공급을 중단하기 위해 즉시 불을 꺼야 한다. 불을 차단한 직후 준비된 초산 5% 농도의 식초 90g을 냄비에 투입한다. 식초를 투입한 뒤에는 우유와 초산 성분이 골고루 접촉할 수 있도록 혼합물을 살짝 저어준다. 이후 냄비 뚜껑을 완전히 닫은 상태에서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10분 동안 방치한다. 이 10분의 대기 시간 동안 원유 내 단백질 성분과 유청의 분리 현상이 서서히 진행돼 결과적으로 응고가 이뤄진다.
방치 시간 10분이 경과하면 냄비 내부의 혼합물을 체에 걸러내는 작업을 수행한다. 체 위로 남은 응고액을 모아 손으로 압력을 가하며 내부의 수분을 빈틈없이 쫙 짜내야 한다. 물기를 완벽히 제거해 뭉쳐진 치즈 덩어리는 조직의 점성과 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열 및 반죽 공정으로 진입한다.
치즈 덩어리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정확히 20초 동안 가열한다. 가열이 끝나면 치즈를 즉시 꺼내 손으로 반죽을 진행한다. 이 '20초 가열 후 반죽' 단계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약 4회에서 5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해 수행해야 한다. 가열과 반죽을 4~5번 반복하는 동안 치즈 단백질의 구조적 결합이 단단해지며 표면이 점차 맨들맨들해지고 특유의 쫄깃함과 단단한 탄력이 동시에 형성된다.

물리적 반죽을 거쳐 치즈의 표면이 완전히 맨들맨들해지고 탄력과 쫄깃함이 극대화된 상태에 도달하면 치즈의 물리적 형상을 고정하기 위한 냉각 공정을 진행한다. 소금을 살짝 첨가해 염도를 맞춘 얼음물을 미리 준비하고, 완성된 치즈를 이 소금 얼음물에 완전히 잠기도록 투입한다.
치즈는 차가운 얼음물 속에서 약 30분 동안 침지 과정을 거치며 내부 조직의 경화가 이뤄진다. 30분의 침지 시간이 완료되면 고정된 치즈를 꺼내 알맞은 크기로 정교하게 썰어낸다. 최종 완성된 치즈는 샐러드와 함께 배치해 섭취하는 방식으로 소비되며, 가정에서도 높은 완성도의 치즈 맛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액체 상태인 우유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단단한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일상 속 자석과 유사한 재미있는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 우유 속에는 '카세인'이라는 핵심 단백질이 가득 들어 있다. 이 단백질 분자들은 평소에 모두 서로를 밀어내는 성질을 띠고 있다. 자석의 같은 극(N극과 N극, 혹은 S극과 S극)을 가까이 대면 서로 밀어내는 것처럼 카세인 단백질들도 서로 밀어내며 우유라는 액체 속에 뭉치지 않고 골고루 퍼져 있다.
이때 우유에 신맛을 내는 식초를 넣으면 밀어내던 힘의 균형이 단숨에 깨진다. 식초의 산성 성분이 우유에 들어가면서 단백질들이 서로를 밀어내던 힘을 완벽히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밀어내는 힘이 사라진 단백질들은 자석이 철가루를 끌어당기듯 순식간에 서로 단단하게 엉겨 붙기 시작한다.
서로 끌어당기며 뭉친 단백질들은 미세한 그물망을 형성하고 그물망 사이사이에 우유 속 맛있는 고소한 지방 성분들을 가두면서 몽글몽글한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치즈의 뼈대가 되는 물질이다. 반면 단백질 그물망에 합류하지 못한 물과 유당, 일부 영양소들은 맑은 노란빛의 액체로 분리돼 밖으로 빠져나온다. 가열을 거쳐 따뜻해진 우유는 이 단백질 자석들이 움직이는 속도를 훨씬 빠르게 만들어 한층 더 조밀하고 든든한 덩어리를 빚어내도록 돕는다.

첫 번째 주의점은 바로 우유 종류의 선택이다. 마트에서 우유를 고를 때 팩 표면에 '저온살균우유'라고 쓰인 제품을 골라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일반 우유는 균을 죽이기 위해 130도가 넘는 아주 뜨거운 열로 순식간에 데워진 제품이다. 이 경우 우유 속 단백질 구조가 고온의 열 때문에 손상돼 식초를 아무리 부어도 자석처럼 결합하지 못한다. 결국 단백질이 뭉치지 못하고 부드러운 가루처럼 바스라져 체에 거를 수도 없이 물과 함께 전부 흘러내려 버린다.
두 번째 주의점은 불 조절과 온도계의 눈금이다. 우유를 중불에 올려 끓일 때 반드시 50도 안팎의 온도를 지켜야 한다. 우유가 너무 차가우면 식초를 부어도 단백질이 서로 뭉치는 힘이 약해 치즈가 쥐꼬리만큼밖에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성격이 급해 불을 너무 오래 켜두어 우유가 펄펄 끓게 되면 단백질이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 버린다. 이 상태로 치즈를 만들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대신 질긴 고무줄을 씹는 듯한 최악의 결과를 맛보게 된다.
세 번째 주의점은 철저한 수분 제거와 섬세한 전자레인지 사용이다. 우유 덩어리를 체에 거른 뒤에는 손으로 꾹꾹 눌러 물기를 최대한 완벽히 짜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수분을 충분히 빼주지 않으면 반죽 단계에서 치즈가 뭉치지 않고 질척거리는 떡처럼 변해 버린다. 또한 수분을 짠 덩어리를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는 절대 한 번에 길게 가열하면 안 된다.
귀찮다고 1~2분을 연달아 돌려버리면 치즈 속 고소한 지방 성분들이 전부 기름으로 녹아내려 프라이팬 위에 기름을 두른 것처럼 흘러나오게 된다. 이 경우 윤기가 흐르는 맨들맨들한 표면과 특유의 쫄깃한 찰기를 모두 잃게 되므로 반드시 20초씩 끊어가며 상태를 확인하고 반죽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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