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익숙한건데…일본인들 한국 여행 왔다가 대놓고 감탄사 연발한 까닭

서울 도심 거리에 배치된 소형 편의시설들이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횡단보도 주변의 그늘막과 접이식 장수의자, 겨울철 버스정류장의 온열의자 등이 한국 고유의 우수한 공공 서비스 사례로 언급된다.

서울 광화문역 네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민들이 그늘막 아래 모여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 자료를 보면, 25개 자치구에 마련된 횡단보도 그늘막은 송파구 400개, 강동구 328개, 강남구 304개, 서초구 292개, 광진구 280개, 강서구 231개 순이다. 노원구와 동대문구는 각기 215개이며 영등포구 210개, 성동구 197개, 성북구 190개, 중랑구 181개, 중구 172개가 뒤를 이었다.

이 시설은 2015년 6월 서울 서초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서리풀 원두막’에서 비롯됐다. 높이 3.5m, 최대 폭 5m 크기의 파라솔 형태로 제작돼 성인 20여 명이 동시에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보행자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강한 뙤약볕에 노출되는 불편을 해소하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특히 서리풀 원두막은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가치를 입증했다. 영국 환경 비영리단체인 '그린 오가니제이션'이 주관하는 세계적 권위의 환경 상인 '그린애플 어워즈(Green Apple Awards)'와 '그린월드 어워즈'를 잇따라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도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거머쥐며 시설물의 실용성과 미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

이후 그늘막은 신속하게 제도권에 안착했다. 2017년 8월 파라솔형 고정식 그늘막이 도로법상 도로부속물로 지정됐고, 2019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표준 설치 지침을 마련했다. 같은 해 행정안전부는 이를 점자여권, 도로노면 색깔유도선 등과 함께 ‘정부혁신 최초·최고 사례’로 선정했다. 자치구별 기능 개선도 이어졌다. 부산 북구는 미세한 안개비를 내뿜는 쿨링포그형을 도입했고, 천안시는 학교나 노인 복지시설 주변에 특화된 형태를 배치했다. 기온과 바람 세기를 자체 감지해 자동으로 개폐되는 스마트 그늘막도 보급됐다.

안개형 냉각수(쿨링포그) 자료사진. / 연합뉴스

횡단보도 신호대기 공간에 설치된 장수의자 역시 독창적인 시설이다. 2019년 당시 경기 남양주경찰서 별내파출소장으로 근무하던 유석종 씨가 노인들의 무단횡단 교통사고를 차단하고자 제안했다. 평상시에는 횡단보도 기둥에 접힌 상태로 유지되다가 이용 시 아래로 내려 앉는 구조다. 이 시설 역시 행정안전부 정부혁신 최초사례 명단에 올랐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다리 통증으로 인해 무단으로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하는 고령층이 많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서대문구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횡단보도 보행자 사망사고 대상자의 절반가량이 65세에서 87세 사이의 고령층으로 확인됐다.

겨울철 버스정류장의 온열의자도 보편적인 도시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2008년 한 민간 사업자의 제안으로 시작돼 이듬해 서울시가 시범 사업으로 도입했다. 의자 표면 온도는 약 32℃로 유지되며, 한 시간 동안 가동할 때 발생하는 전기요금은 100원 안팎이다. 서울 시내 정류장의 온열의자 설치율은 2022년 51.9%에서 2023년 81.4%로 1년 사이에 29.5%포인트 급증했다. 일반 가로변 정류장뿐만 아니라 도로 중앙의 차로 정류장까지 설치 구역이 전방위로 넓어지는 추세다.

제주 제주시 연동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온열의자. / 연합뉴스

이런 기능은 고도화된 ‘스마트쉼터’ 형태로 진화했다. 내부 냉난방 장치와 공기청정기, 폐쇄회로(CC)TV, 비상벨, 버스 도착 안내 화면,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등을 구비한 대형 부스다. 제작 비용은 중형 기준 약 1억 원, 소형 기준 약 6500만 원 선으로 집계되나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미국 뉴욕과 일본, 칠레, 카자흐스탄 등 해외 정부 관계자들이 이 시설을 보기 위해 직접 시찰을 다녀갔으며, 2024년 7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공부문 혁신 우수 사례로 지정됐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편의시설을 향한 호평이 이어진다.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SNS)에는 서울 중구의 횡단보도 그늘막 사진과 함께 일본어로 작성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한국 체류 당시 큰 도움을 받았다”라며 “일본 정부도 이와 같은 곳에 세금을 지출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일본 누리꾼들의 구체적인 평가와 부러움 섞인 후기가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교차로마다 거대한 양산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상이 드러났다고 생각했다"라는 감상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자국의 거리 환경과 비교하며 "일본 도로는 그늘이 없어 신호를 기다릴 때 곤란한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그늘막 시설은 세금을 올바르게 사용한 본보기"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한겨울 버스정류장의 온열 좌석이나 고령층을 배려한 접이식 의자 등 한국의 보행 환경을 좋게 평가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실용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정책을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하는 한국 행정의 모습이 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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