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한국 맞아?… 2억 5000만 년 세월 품은 울진 ‘지하 궁전’

경북 울진 근남면에 위치한 지하 궁전은 천년의 역사와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거대한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사계절 내내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신비로운 석회암 동굴은 매년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끌며 동해안 최고의 명승지로 자리 잡았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태고의 신비를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완벽한 명소를 소개한다.

울진 성류굴./ 울진군 공식 블로그, AI

2억 5000만 년의 세월

울진 성류굴./ 울진군 공식 블로그, AI

성류굴은 무려 2억 5000만 년 전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아내리면서 기묘한 종유석과 석순, 석주를 형성해 ‘지하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된 이곳은 우리나라 제1호 관광 동굴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동굴 내부의 생성물 중 일부가 물속에 잠긴 독특한 수중 구간은 과거 빙하기 시절의 해수면 변동을 증명하는 귀중한 학술 자료로 평가받는다.

과거 선유굴 또는 탱천굴 등으로 불렸던 이곳은 성류굴(聖留窟)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임진왜란 당시 동굴 인근 사찰의 불상들을 피신시켜 ‘성스러운 불상이 머문 곳’이라는 뜻에서 현재의 명칭이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류굴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경관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반도의 역사를 증언하는 역사적 공간이다.

동굴 내부 암벽에선 수많은 명문이 발견됐다. 최근 종유석과 암벽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곳을 다녀간 인물들이 남긴 글자가 300건 이상 확인됐다. 신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진흥왕이 560년에 직접 이곳을 다녀갔다는 기록인 ‘진흥왕 행차 명문’은 학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신라의 화랑과 승려, 조선 시대의 문인인 이색과 김시습 등 수많은 선조가 이곳을 찾아 풍류를 즐기고 수련을 했다는 사실이 문헌을 통해 입증됐다.

눈앞에 펼쳐지는 비경

울진 성류굴./ 울진군 공식 블로그, AI

성류굴의 총 길이는 수중 구간을 포함해 약 870m에 달한다. 현재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된 구간은 약 270m으로, 동굴 내부 온도는 연중 15~17도를 유지한다.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한겨울에는 외투를 벗어야 할 만큼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개방된 탐방로는 총 12개의 광장으로 나뉘어 있다. 각 광장마다 독특한 테마로 꾸며져 있다. 우선 제1광장인 연무동석실은 임진왜란 당시 백성 500여 명이 왜군을 피해 숨어들었다가 입구가 막혀 굶어 죽었다는 슬픈 비극이 서린 곳이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묵직한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발걸음을 옮기면 성류굴의 하이라이트인 동굴 호수들을 만나게 된다.

성류굴 내부에는 총 5개의 동굴 호수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용신지’는 동굴 외부에 흐르는 왕피천과 수중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다.

이에 외부 왕피천의 수위가 오르면 용신지의 수위도 함께 상승하고, 가뭄으로 왕피천이 마르면 용신지의 수위도 내려간다. 또 용신지는 지하 호수임에도 잉어, 메기 등 몸집이 큰 민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빛이 들지 않고 먹이가 부족한 동굴 환경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아울러 맑고 잔잔한 호수 수면 위로 거꾸로 비치는 종유석과 석순의 데칼코마니는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에 와 있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다.

관람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제8광장 초연광장에 다다르게 된다. 바위 표면에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새겨진 글자들을 바라보면 과거 신라 왕이 횃불을 들고 좁은 동굴을 걸었을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실전 관람 가이드와 유의사항

울진 성류굴./ 울진군 공식 블로그, AI

성류굴은 일반적인 평지형 동굴과 달리 지형의 고저 차가 심한 편이라 관람을 시작하기 전 매표소에서 지급하는 안전모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동굴 내부에는 머리가 닿을 듯 낮고 좁은 통로가 수시로 등장하므로 고개를 한껏 숙이거나 몸을 옆으로 틀어 게처럼 걸어야 하는 구간이 빈번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마지막 출구 부근이 가장 협소하다. 허리나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관광객은 사전에 동선과 체력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또 동굴 바닥은 지하수와 높은 습도로 인해 항상 미끄러우며 가파른 철제 계단이 많다. 따라서 굽이 높은 구두나 슬리퍼 대신 접지력이 좋은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 좋다.

교통편 정보

성류굴은 동해안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자가용과 대중교통 모두 접근성이 우수하다. 자차로 방문할 경우 동해고속도로나 국도 7호선을 따라 이동하면 편리하다. 울진 IC에서 빠져나와 근남면 방면으로 약 5~10분 정도만 달리면 성류굴 이정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동굴 앞에는 대형 버스까지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무료 주차장이 완비돼 있다.

대중교통 이용객이라면 시외버스를 타고 울진 터미널에 도착한 후, 터미널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성류굴 또는 수곡 방면으로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로 약 10분 정도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다.

푸른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공중 산책, 왕피천케이블카

왕피천케이블카. / 울진군 공식 블로그, AI

성류굴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왕피천케이블카는 동해안의 망망대해와 생태계의 보고인 왕피천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울진의 핵심 랜드마크다. 엑스포공원에서 출발해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까지 이어지는 이 케이블카는 총 길이 715m로 운행된다.

관람객들은 사방이 통유리로 된 캐빈 안에서 발밑으로 흐르는 맑은 왕피천과 그 물줄기가 거대한 동해 바다와 맞닿아 섞이는 순간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을 선택하면 아찔한 높이감과 함께 물 위를 걷는 듯한 독특한 스릴을 만끽하게 된다.

왕피천케이블카는 편도 약 10분 소요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천년의 평온, 불영사계곡과 불영사

불영사 계곡. / 울진군 공식 블로그, AI

성류굴을 감싸고 도는 왕피천의 상류 쪽으로 이동하면 신라 진덕여왕 시대의 불교 문화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불영사계곡 및 불영사를 마주하게 된다. 명승 제6호로 지정된 불영사계곡은 총 연장 15km에 달하는 장대한 계곡으로, 오랜 세월 동안 물줄기가 암벽을 깎아내며 만든 깊은 골짜기와 푸른 적송 군락이 절경을 이룬다. 특히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드라이브 코스는 굽이칠 때마다 새로운 형태의 바위산과 맑은 계곡물이 나타나 운전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불영사계곡의 품에 안기듯 자리 잡은 불영사는 65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사찰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사찰 전면에 위치한 아담한 연못인 '불영지'는 서쪽 산등성이에 있는 부처님 형상의 바위가 물 위에 비친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이 밖에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영산회상도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 또한 매우 높다.

운영사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