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반려견이 잡아온 동물을 공개합니다... 손에 쥐는 맛이 진짜 실하네요"

손바닥 위에서 털 뭉치가 실룩거린다. 바로 옆에서는 눈처럼 흰 개 한 마리가 코를 바짝 들이밀고 상황을 살핀다. 방금 제 입으로 물어 온 '전리품'이 못내 신경 쓰이는 표정이다. 반려견이 풀숲을 뒤지다 잡아 온 털뭉치의 정체는 다름 아닌 두더지다.

두더지 / X(@doomyainwild) 영상 캡처

한 엑스(X) 이용자가 14일 자신의 반려견이 두더지를 물어왔다면서 손바닥에 두더지를 올려놓고 찍은 27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글쓴이는 "(반려견) 하로가 두더지를 잡았다"라며 "외상 없어 보이고 살아 있어서 일단 다시 풀숲 안쪽에 놓아주긴 했는데 살지는 모르겠다"라고 적었다. 그는 "털이 억수로 보드랍고 쥐는 맛이 진짜 실하더라"라고 했다. 사냥감을 앞에 두고도 해코지하지 못한 반려견의 순한 성정, 두더지를 도로 풀어 준 글쓴이의 심성이 드러난다.

두더지가 개에게 덜미를 잡히는 일은 의외로 드물지 않다. 두더지는 첨서목 두더지과에 속하는 포유류다. 몸길이는 12~18㎝, 꼬리는 2.4㎝ 안팎으로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다. 몸무게는 50~150g 정도. 윗면은 흑갈색, 아랫면은 연한 흑갈색 털이 빽빽하게 덮고 있는데, 이 털이 어찌나 촘촘하고 결이 자유로운지 흙이 속까지 파고들지 못하고 좁은 굴 안에서 앞으로도 뒤로도 매끄럽게 움직인다. 작성자가 "보드랍다"고 감탄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평생 땅속 굴을 파며 사는 탓에 눈은 거의 퇴화해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땅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에는 극도로 예민하다. 지렁이와 애벌레, 달팽이 같은 무척추동물을 주로 잡아먹는데, 워낙 먹성이 좋아 하루에도 제 몸무게에 맞먹는 양을 먹어 치운다.

진짜 반전은 따로 있다. 땅만 파고 사는 줄 알았던 두더지가 실은 수영을 꽤나 잘한다는 사실이다. 흙을 파헤치는 강인한 앞발 동작이 물을 젓는 동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덕분이다. 굴을 파다 지하수나 물길을 만나도 당황하는 법 없이 헤엄쳐 빠져나온다. 북아메리카에 사는 별코두더지는 아예 물을 즐기는 쪽이다. 굴이 물과 이어지면 직접 물속으로 뛰어들어 수생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를 사냥하고, 30초가량 잠수도 거뜬하다. 그러니 하로에게 붙잡힌 두더지 역시, 달아날 틈만 있었다면 제법 그럴듯한 개헤엄 실력을 뽐냈을지 모를 일이다.

두더지 / X(@doomyainwild) 영상 캡처

혹여 멸종위기종을 건드린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두더지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가장 안전한 단계인 '최소관심(LC)'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개체 수가 넉넉하고 분포도 넓다는 뜻이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사정이 정반대다. 농작물 뿌리를 끊고 밭두렁을 헤집어 놓는 탓에 조건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 지렁이 등 해충을 먹어 이로운 점이 있으나 밭과 골프장 등에서 땅굴을 파헤쳐 작물의 뿌리를 들뜨게 하고 잔디를 훼손하는 등의 피해를 유발한다.

한국엔 고유종으로 한국두더지와 큰두더지가 산다. 주로 산지와 들판의 흙 속에 산다. 가끔 농작물 주변에 서식하며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유전자 분석에서는 한국두더지와 큰두더지의 분화가 뚜렷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더지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극동 지역에 두루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촌 들녘에서 불쑥 솟아오른 흙더미와 마주쳤다면 십중팔구 그 아래에서 두더지란 녀석이 부지런히 굴을 파고 있다고 보면 된다.

두더지는 과거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도 의외로 활용된 동물이었다. 털이 매우 촘촘하고 부드러워 일부 지역에서는 세필용 붓 재료로 쓰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다만 털 길이가 짧고 대량 확보가 어려워 오늘날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현재 미술용 붓은 주로 족제비나 다람쥐, 염소 털 등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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