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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출연 배우 진기주의 과거 삼성SDS 퇴사 이메일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다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의 안정적인 울타리를 스스로 걷어차고 꿈을 향해 나아간 한 사람의 결심은 시간이 흘러 2026년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도 와닿고 있다.

진기주가 삼성SDS 사원 퇴사 당시 선배와 동기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첫 직장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기에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곳이었기에 퇴사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 도전해 보지 않으면 10년, 20년 뒤에 후회할 것 같은 꿈이 있어 용기내어 결심했습니다.
적응은 무서운 체념을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더 큰 세상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다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변신하기 위해선 이전의 자신을 죽여야 한다지만, 그것이 사람 사이 인연에도 해당되는 말은 아닌 듯합니다.
이제는 삼성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종종 안부 연락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랄게요.
그동안 많은 추억과 보살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진기주의 메일에서 가장 주목되는 문장은 단연 "적응은 무서운 체념을 부른다"는 구절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포기가 당연해진다는 것. 그 두려움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며 동료들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에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결의가 담겼다.
누리꾼들은 진기주의 과거 메일에 대해 "같은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갈구하는 모습에 (스스로) 반성하고 간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 배우 생활에 유익했을 것 같다"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직장인인데 눈물이 난다" 등의 코멘트를 남기며 호응했다.

진기주는 1989년생으로,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SDS에 IT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취업이 극도로 어렵던 시기에 대기업 정규직으로 자리를 잡은 것 자체가 적잖은 성취였다. 신입사원 연수와 동기들과의 교육이 "업무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회상할 만큼 직장에 적응해 갔으나 점차 일상 속에서 그의 내면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3년간의 회사 생활 동안 출퇴근 때마다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눈치챈 어머니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보라"고 말했고, 그 한마디가 방아쇠가 됐다. 진기주는 2021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이 과정을 상세히 털어놨다. 그는 "사실 연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주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비웃을까 봐 두려웠다"라고 당시 고백했다.
삼성SDS를 나온 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품어온 또 다른 꿈, 기자에 도전했다. 하지만 방송 기자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수습기자로 약 3개월을 보내며 "머리를 감는 시간 외에는 개인 시간이 없었다"고 할 만큼 혹독한 시간을 겪었다. 결국 그는 선배에게 "죄송합니다, 저 연기할 거예요"라고 말하고 다시 새로운 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언니의 권유로 2014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지원해 3위에 입상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찍어둔 프로필 사진으로 서류를 통과했고, 삼성 재직 시절 공연단 활동 경험을 살려 장기자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2015년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 오디션에 합격하며 마침내 배우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배우 데뷔 이후에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오디션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두 번째 스무살' 감독이 건넨 "재능이 있는데 왜 눈치를 보냐"는 말이 버팀목이 됐다고 그는 전했다.
이후 진기주는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이리와 안아줘' '초면에 사랑합니다' 등을 통해 꾸준히 존재감을 쌓아왔다. 자연스러운 마스크로 눈길을 끈 그는 조연과 주연을 넘나들며 입지를 다졌고, 2026년 현재 '참교육'에서 교권보호국 감독관 '임한림' 역으로 글로벌 흥행을 마주하며 국내외 시청자 모두에게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진기주의 퇴사 메일이 처음 알려진 것은 수년 전이다. 그런데 왜 지금, 다시 이 글이 사람들의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걸까.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한 경험으로 큰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능력이지만 때로는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조차 잊게 만드는 마취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던 것들이 어느새 당연해지고, 당연해지면 그것을 바꾸고자 하는 욕구도 함께 사라진다. 그 과정이 바로 진기주가 말한 '무서운 체념'이다.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지금 떠나도 될까'에 대한 걱정이다. 쌓아온 경력, 연봉, 인간관계, 안정감. 현재의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진기주 역시 이 무게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역시 메일에서 "좋은 곳이었기에 퇴사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나 지금 가진 것의 무게가 크다고 그것에 붙들릴수록,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의 결정을 대신해버린다. 도전하지 않은 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결국 남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다.
진기주는 '유 퀴즈'에서 이직에 대해 이런 말도 남겼다. "이직은 뭔가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지금 가진 것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도, 가진 것을 잃더라도 하고 싶은 일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진기주의 이 메일이 다시 돌고 있는 것은 단순히 '참교육'의 흥행 돌풍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여전히 과거 진기주와 비슷한 고뇌와 질문 앞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데서 그 울림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교육'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달 5일 공개됐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른 데 이어, 2주 연속 정상을 유지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 기준으로 8일부터 14일까지 한 주간 시청수(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는 2110만 건을 기록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태국, 튀르키예, 브라질 등 4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91개국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히트작임을 입증했다.
작품의 설정은 가상의 정부 기관 '교권보호국'이다.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초법적 방식으로 개입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학생·교사·학부모가 얽힌 복잡한 교육 현실의 민낯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현실 고발과 판타지적 응징이 결합된 '사이다' 서사, 강렬한 액션,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가 전 세계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김무열이 주연을 맡았으며, 진기주는 교권보호국 감독관 임한림 역으로 출연해 강인하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진기주의 퇴사 메일 속 "더 큰 세상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다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문장은 어쩌면 과거 그가 스스로에게 보낸 약속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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