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년 중 가장 저렴하고 맛있다는 감자... 이렇게 보관해야 '싹' 안 나요
17일 전북 완주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전시포에서 열린 우리청 가족 감자 수확 체험 참가자들이 감자를 캐고 있다. / 뉴스1

뽀얀 속살이 부풀어 오르며 겉껍질을 툭 터뜨린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호호 불며 한입 베어 물면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촉촉하면서도 고소한 그 맛은 지친 여름날의 입맛을 단숨에 깨운다. 바야흐로 감자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고 태양이 가장 높이 뜬다는 24절기 중 열째 절기 바로 양력 6월 21일이나 22일 무렵인 '하지(夏至)'를 전후로 수확한다고 해서 지금 캐는 감자에는 하지감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 시장이나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에 가보면 그야말로 감자 풍년이다. 전국 각지의 밭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감자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공급이 일시에 몰리다 보니 가격도 저렴하다. 1만 원짜리 한 장이면 커다란 봉지에 가득 담아 올 수 있으니 장바구니 물가에 시달리던 지갑도 간만에 숨을 쉰다. 바야흐로 탕과 찌개, 볶음과 조림 등 온갖 밥상 위에 감자가 약방의 감초처럼 올라갈 완벽한 타이밍이다.

감자라고 하면 밥이나 빵과 같은 단순한 탄수화물 덩어리로 생각하기 쉽다. 다이어트의 적이라며 멀리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감자는 억울하다. 땅속에서 자라는 종합 비타민제이자 천연 위장약이 바로 감자라서다. 특히 6월 하지 절기 직전에 땅의 기운을 가득 담아 캐내는 감자는 수분이 풍부하고 영양소가 최고조에 달해 있어 제대로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 문제는 우리가 이 훌륭한 식재료를 기름에 튀기거나 설탕에 버무리는 등 가장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소비해 왔다는 점이다. 쏟아져 나오는 제철 하지감자를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비밀을 파헤쳐 본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감자의 반전 매력은 바로 비타민 C다. 사과가 비타민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감자에는 사과보다 무려 세 배나 많은 비타민 C가 들어있다. 여름철 뜨거운 자외선에 지친 피부를 회복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이보다 좋은 천연 공급원이 없다. 보통 비타민 C는 열에 약해서 삶거나 끓이면 대부분 파괴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감자의 비타민 C는 특별하다. 감자 속 풍부한 전분 입자가 비타민 C를 단단하게 둘러싸서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불에 굽거나 물에 삶아도 영양소의 손실이 거의 없다. 열을 가해도 살아남는 강인한 비타민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마운 식재료다.

여름철만 되면 몸이 무겁고 자주 붓는 사람들에게도 감자는 최고의 처방전이 된다. 감자에는 칼륨이 아주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이 칼륨은 체내에 쌓인 불필요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일등 공신이다. 짠 음식을 많이 먹은 다음 날 아침 얼굴이 부었을 때 감자국이나 삶은 감자를 먹으면 부기가 쏙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혈압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을 주니 평소 혈압 관리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다.

17일 전북 완주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전시포에서 열린 우리청 가족 감자 수확 체험 참가자들이 감자를 캐고 있다. / 뉴스1

그렇다면 이 건강한 하지감자를 가장 완벽하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외로 간단하다. 껍질째 쪄서 먹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감자를 요리할 때 가장 먼저 필러를 들고 껍질부터 싹싹 깎아낸다. 하지만 감자의 진짜 알짜배기 영양소는 대부분 껍질 바로 밑에 모여있다. 껍질을 두껍게 깎아 버리는 것은 감자의 핵심 영양을 쓰레기통에 던지는 것과 다름없다. 껍질을 그대로 둔 채 조리하면 영양소 손실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분이 물로 녹아내리는 것을 방지해 한층 더 포슬포슬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깨끗한 수세미로 표면의 흙만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낸 뒤 그대로 찜기에 올리는 것이 좋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이 하나 더 등장한다. 다이어트 때문에 감자의 탄수화물이 걱정된다면 감자를 찐 후 곧바로 먹지 말고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혀보라. 찐 감자를 냉장고에서 최소 네 시간 이상 식히면 감자 속 전분이 저항성 전분으로 변하게 된다. 저항성 전분은 말 그대로 소화 효소에 저항하는 전분이다. 일반 전분처럼 소장에서 곧바로 흡수돼 혈당을 올리는 대신, 대장까지 내려가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칼로리 흡수율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도 막아준다. 차갑게 식힌 감자를 그대로 먹거나 샐러드에 곁들여 먹으면 당뇨 환자나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도 큰 죄책감 없이 감자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위를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 데는 아침 공복에 마시는 생감자즙이 최고다. 평소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고생하거나 아침마다 속 쓰림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제철 감자를 갈아 즙으로 마셔보라. 감자에는 알칼리성 성분과 함께 아트로핀이라는 물질이 함유돼 있다. 위산 과다 분비를 억제하고 위 점막을 순하게 감싸준다. 생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면포로 짠 뒤, 몇 분간 가만히 두면 아래쪽에 하얀 전분이 가라앉는다. 맑은 윗물만 따라내어 마셔도 좋고, 가라앉은 생전분을 함께 섞어 마셔도 좋다. 처음에는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비린 맛이 낯설 수 있지만, 며칠만 지나면 불타던 위장이 편안하게 진정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10일 오전 대전 중구 무수동 농촌체험마을에서 어린이집 원생들이 감자 캐기를 체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감자를 요리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맛을 더하기 위해 설탕을 듬뿍 뿌리는 일이다. 휴게소 통감자 구이나 집에서 삶은 감자에 설탕을 쳐서 달콤하게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오늘부터 설탕통은 멀리 치워두는 것이 현명하다. 감자가 몸속에 들어와 소화될 때 비타민 B1이 반드시 필요한데, 설탕을 함께 먹으면 이 비타민 B1이 설탕을 대사하는 데 전부 소모돼 버린다. 결국 감자가 가진 좋은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반면 소금은 감자의 칼륨 성분과 균형을 맞추어 주고 전분의 맛을 한층 더 깊게 살려준다. 미량의 소금을 곁들이는 것이 영양학적으로나 맛으로나 훨씬 훌륭한 선택이다.

감자튀김이나 감자칩은 감자가 가진 모든 건강한 요소를 파괴하는 최악의 수다. 탄수화물 덩어리인 감자를 고온의 기름에 튀기면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발암성 물질이 생성되기 쉽다. 게다가 튀기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트랜스지방과 칼로리가 더해지니 혈관 건강에는 치명타를 날리게 된다. 제철 감자의 싱그러운 기운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기름에 풍덩 빠뜨리는 요리법 대신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 담백하게 구워내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통째로 구운 감자에 올리브유를 살짝 바르고 허브를 곁들이면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을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

아무리 싸고 맛있는 감자라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경고등이 있다. 바로 감자의 싹과 초록색으로 변한 겉껍질이다. 감자가 햇빛을 받으면 독성 물질인 솔라닌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복통과 구토, 현기증을 유발하는 무서운 천연 독소다. 아깝다는 이유로 초록색 부분을 대충 깎아내고 요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조금이라도 푸른빛이 돌거나 싹이 돋아난 부위는 칼로 깊숙하게 파내어 완전히 제거해야 하며, 전체적으로 초록색을 띠는 감자는 과감하게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안전하다. 감자를 보관할 때는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하며, 보관 상자에 사과를 한두 개 넣어두면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감자의 싹이 자라는 것을 억제해 주니 생활의 지혜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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