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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끓인 된장찌개가 식당에서 먹던 맛과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된장과 육수를 신경 써도 국물이 겉돌거나 깊은 맛이 부족하다면, 찬장 속 '짜장가루'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아주 적은 양만으로도 국물의 색과 맛이 달라진다.


식당 된장찌개는 집에서 끓인 찌개보다 색이 진하고 첫맛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색감과 감칠맛을 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짜장가루와 춘장이다. 짜장가루의 바탕이 되는 춘장은 대두와 밀가루를 발효해 만든 장류다. 된장과 같은 발효 식품이라는 점에서 된장찌개의 풍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춘장은 국물 색을 한층 진하게 만들고, 된장의 씁쓸하거나 쿰쿰하게 남는 끝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짜장가루에 들어 있는 조미 성분과 볶은 춘장의 고소한 향은 된장의 구수함과 만나 국물에 묵직한 깊이를 더한다. 색과 맛을 함께 보완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으로도 찌개 전체의 풍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다만 짜장가루나 춘장은 양 조절이 중요하다. 4인분 기준 된장찌개에는 티스푼 기준 4분의 1 정도, 무게로는 약 1g에서 2g 이내면 충분하다. 찻숟가락 끝에 살짝 얹는 정도다. 이보다 많이 넣으면 된장찌개보다 짜장 향이 먼저 올라와 국물의 맛이 완전히 변할 수 있다. 된장찌개의 기본 맛을 살리려면 처음부터 적은 양을 넣는 편이 좋다.
넣는 시점은 된장을 물이나 육수에 풀 때가 알맞다. 이때 함께 넣고 저어야 짜장가루나 춘장이 뭉치지 않고 국물에 고르게 풀린다. 춘장의 고소함은 된장의 짠맛과 어우러져 국물의 균형을 잡아준다. 별도의 육수를 오래 내지 않아도 식당 된장찌개와 비슷한 깊은 맛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집에서 직접 담근 재래식 된장을 사용할 때도 짜장가루와 춘장의 효과가 크다. 재래식 된장은 시판 된장보다 단맛이 적고 짠맛과 구수함이 강한 편이다. 이때 춘장이나 짜장가루의 은은한 단맛이 짠맛을 누그러뜨린다. 반대로 이미 단맛이 도는 시판 된장을 쓸 때는 짜장가루의 양을 기준보다 더 줄여야 국물의 단맛이 과해지지 않는다.
고깃집 된장찌개는 국물을 마신 뒤 입안에 부드러운 고소함이 남는다. 이는 차돌박이나 삼겹살 등 기름진 고기에서 나온 지방이 국물에 스며들면서 생기는 풍미다. 집에서 고기류를 넣지 않고 두부와 대파, 애호박 등 채소 위주로 끓일 때 이런 밀도감이 부족하다면 버터를 활용할 수 있다.
버터의 유지방은 된장의 성분과 섞이며 국물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든다. 물과 기름이 고운 입자로 퍼지면서 국물에 고르게 섞이는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채소 중심의 가벼운 국물도 한결 걸쭉해지고, 찌개에 부드러운 깊이가 더해진다.

버터도 정량 사용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가정용 된장찌개 한 뚝배기에는 새끼손톱 크기 정도인 약 5g 안팎이 알맞다. 이보다 양이 많아지면 된장의 구수한 향보다 버터 향이 도드라지고, 국물이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다. 된장찌개에 넣는 버터는 맛의 중심이 아니라 고소함과 질감을 보태는 보조 재료로 봐야 한다.
버터를 넣는 시점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채소와 함께 넣고 오래 끓이는 방식은 피하는 편이 좋다. 찌개가 거의 완성된 뒤 불을 끄기 직전이나 불을 끈 직후, 뚝배기에 남은 잔열로 녹여 섞는 방식이 알맞다. 높은 온도에서 오래 끓이면 버터 특유의 부드러운 향은 약해지고 국물 표면에 기름만 뜰 수 있다.
마지막에 가볍게 녹여 섞으면 된장찌개의 구수함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무나 양파를 많이 넣어 시원한 맛이 강한 된장찌개일수록 버터 한 조각이 국물의 맛을 부드럽게 묶어준다.
두부, 애호박, 양파, 대파처럼 채소 위주로 된장찌개를 끓이면 국물 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다만 때로는 맛의 중심이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채소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러운 단맛도 중요하지만, 입에 감기는 깊은 풍미를 내려면 감칠맛이 함께 받쳐줘야 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양념이 굴소스다.

굴소스는 굴을 소금물에 절여 발효한 뒤 추출한 원액을 농축해 만든 양념이다.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응축돼 있어 된장찌개에 소량만 넣어도 국물의 풍미가 빠르게 진해진다. 해물 육수를 내기 위해 멸치나 디포리를 오래 우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국물에 복합적인 맛을 더할 수 있다.
굴소스는 염도가 높고 단맛과 향도 뚜렷한 양념이다. 뚝배기 하나 분량에는 밥숟가락 반 스푼 정도인 약 5ml를 기준으로 잡는 것이 좋다. 굴소스를 넣을 때는 평소 넣던 된장의 양을 조금 줄여야 한다. 된장과 굴소스의 짠맛이 더해지면 국물이 쉽게 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넣는 시점은 된장을 풀고 국물이 한소끔 끓어오른 뒤가 적당하다. 채소에서 수분이 배어 나오기 시작할 때 굴소스를 넣으면 된장의 구수함, 채소의 시원함, 굴소스의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처음부터 많은 양을 넣기보다 조리 중간에 간을 보며 조금씩 더하는 방식이 실패를 줄인다. 굴소스의 풍미가 너무 강하게 도드라지면 된장찌개 본연의 향이 흐려질 수 있으므로 기준량을 넘기지 않는 편이 낫다.
국물 요리의 모자란 간을 맞추거나 감칠맛을 보태기 위해 액젓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은 어취와 발효 향이 강해 된장의 묵직한 콩 향과 부딪힐 수 있다. 참치액은 훈연 과정을 거친 가쓰오부시를 주원료로 삼아 향이 비교적 은은하고 끝에 단맛이 감돈다.

참치액은 된장찌개의 마지막 간을 맞출 때 국간장이나 소금 대신 쓰기 좋다. 채소와 두부가 익은 뒤 국물 맛을 봤을 때 간은 맞지만 깊이가 아쉽다면 참치액이 도움이 된다. 4인분 기준 한 큰술인 약 10ml가 기준이지만, 한 번에 다 넣기보다 반 큰술씩 나누어 넣으며 국물 맛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참치액은 국물의 뒷맛을 정리하는 데도 쓰임이 있다. 된장의 텁텁하고 무거운 느낌을 부드럽게 다듬어주고, 국물의 끝맛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도록 돕는다. 다만 참치액도 짠맛이 있으므로 굴소스와 함께 사용할 때는 양을 더 줄여야 한다. 두 재료를 동시에 쓰면 염도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참치액은 조리 마지막 단계에 넣고 가볍게 한소끔만 끓이는 방식이 알맞다. 너무 이른 시점에 넣고 오래 끓이면 참치액 특유의 훈연 향이 약해질 수 있다. 불을 끄기 직전 넣어야 향은 살리고 국물의 감칠맛은 깔끔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기본 된장 국물에서 부족한 부분만 보완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과한 맛을 피할 수 있다.
짜장가루, 춘장, 버터, 굴소스, 참치액은 각각 맛과 향이 뚜렷한 재료다. 된장찌개의 풍미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한 뚝배기에 모두 넣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된장 자체에 이미 짠맛과 발효 풍미가 있기 때문에 여러 부재료가 더해질수록 전체 염도가 빠르게 높아진다.
묵직하고 고소한 고깃집 스타일을 원한다면 짜장가루와 버터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시원하면서 깊은 감칠맛을 원한다면 굴소스와 참치액 중 한두 가지를 활용하는 방식이 낫다. 중요한 것은 재료를 많이 더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맛을 골라 적은 양으로 보완하는 일이다.
부재료를 사용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본 된장 양을 줄이는 것이다. 평소 넣던 된장에서 반 티스푼 정도를 덜어내거나, 수북하게 뜨지 않고 평평하게 깎아 넣으면 간을 맞추기 쉽다. 부재료가 가진 염도를 고려해 된장의 양을 먼저 조절해야 마지막에 국물이 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된장을 평소보다 조금 모자라게 풀고, 중간과 마지막 단계에서 부족한 맛을 채워가는 흐름이 좋다.
무, 양파, 애호박, 대파 같은 기본 채소의 역할도 중요하다. 채소에서 우러나는 단맛과 수분이 국물의 바탕을 이루어야 부재료의 감칠맛이 겉돌지 않는다. 기본 채소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기 전에 조미 재료에만 의존하면 된장찌개의 맛이 쉽게 물리거나 인위적으로 변할 수 있다. 두부와 채소가 국물에 어우러진 뒤 부족한 맛을 보완하는 순서가 알맞다.

화력 조절도 맛에 영향을 준다. 된장찌개는 처음에는 강한 불에서 한 번 끓여 재료를 익힌 뒤, 중약불로 줄여 재료의 맛이 국물에 배도록 끓이는 편이 좋다. 부재료가 들어간 상태에서 센 불로 오래 끓이면 수분이 빠르게 줄어 염도가 높아진다. 버터처럼 지방이 있는 재료는 오래 끓일수록 기름이 분리돼 국물 표면에 뜰 가능성이 있다.
뚝배기를 사용할 때는 잔열도 고려해야 한다. 뚝배기는 불을 끈 뒤에도 내부 열로 국물이 한동안 끓고 졸아든다. 불 앞에서 간을 봤을 때 딱 맞는 상태로 조리를 끝내면 식탁에서는 더 짜게 느껴질 수 있다. 불을 끄는 시점에는 평소보다 살짝 심심하게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
된장찌개 맛을 올리는 재료는 멀리 있지 않다. 짜장가루와 춘장은 색과 깊이를 더하고, 버터는 국물에 부드러운 묵직함을 보탠다. 굴소스는 채소 찌개의 빈 맛을 채우고, 참치액은 마지막 간과 뒷맛을 정리한다. 결국 맛을 가르는 것은 어떤 재료를 넣느냐보다 얼마나 넣고 언제 넣느냐다. 익숙한 재료도 양과 순서를 지키면 집 된장찌개의 맛을 한층 깊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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