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아니었다… 두 섬이 550m 모랫길 하나로 이어진 '국내 여행지'

남해안의 푸른 보석으로 불리는 통영 앞바다에는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풍경을 간직한 섬이 있다.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약 1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안섬과 바깥섬이라는 두 개의 섬이 가느다란 모랫길 하나로 이어진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해마다 수많은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지는 숨은 통영 명소를 소개한다.

통영 비진도.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풍부한 역사적 서사를 품고 있는 비진도(比珍島)는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과 관련이 깊다. 이순신 장군이 비진도 앞바다에서 왜적과의 치열한 해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에 '보배(珍)에 비(比)할 만한 섬' 또는 '승리한 보배로운 섬'이라는 뜻에서 비진도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과거 문헌에는 날 비(飛) 자를 써서 비진도(飛珍島)로 표기되기도 했는데, 이는 섬의 형상이 마치 날아가는 새나 요동치는 바다 생물의 모습을 닮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통영 내항마을. / 통영시 공식 블로그, AI

비진도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은 안섬(내항마을)과 바깥섬(외항마을)이 약 550m 길이의 좁은 사주(모래톱)로 연결됐다는 점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가운데가 잘록한 모래시계나 숫자 8을 연상케 하는 형태다. 덕분에 비진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해안 풍경을 연출하며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대표적인 명소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특히 두 섬을 잇는 사구 해변은 서쪽과 동쪽의 환경이 완전히 다른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서쪽 해변은 부드러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잔잔한 파도와 함께 해수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반면 동쪽 해변은 거친 몽돌과 자갈로 이뤄져 거센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안 산책이나 낚시를 즐기기 좋다. 하나의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은빛 모래, 다른 한쪽은 거친 몽돌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구조가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섬의 중심에 위치한 비진도해수욕장은 이국적인 산호빛 바다색으로 유명하다. 이 해변은 수심이 얕고 수온이 따뜻해 가족 단위 피서객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백사장 뒤편에는 수령 100년이 넘은 해송 수십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뤄 시원한 그늘막 역할을 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거센 태풍이 불 때마다 바위 위 소나무 가지에 갈치가 걸린다는 전설을 가진 '갈치바위(슬핑이치)'와 옛 수포마을의 흔적이 남은 '비진암' 등 소박하면서도 신비로운 명소들이 섬 곳곳에 숨어있다.

통영 내항마을. / 통영시 공식 블로그, AI

바깥섬(외항)에 자리한 갈치바위는 선유봉 산호길 트레킹 코스를 걷다 보면 마주할 수 있다. 해안 절벽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독특한 바위 지형으로, 주민들 사이에선 슬핑이치'라는 본래의 지명으로도 자주 불린다.

이 바위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과거 비진도 주변 바다에 갈치 떼가 엄청나게 몰려들던 시절, 태풍이나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면 집채만 한 파도가 이 해안 절벽을 집어삼켰다고 한다. 이때 거친 파도에 밀려 올라온 갈치들이 파도가 빠져나간 뒤 절벽 바위틈이나 소나무 가지에 넝쿨처럼 걸려 있었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반면 비진암은 외항마을에서 선유봉으로 올라가는 산 중턱, 울창한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암자다. 비진암은 조선 시대 유적이나 거대한 사찰은 아니지만, 섬 주민들의 정신적 안식처이자 외딴섬의 애환을 달래주던 공간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 주변에 '수포마을'이라는 작은 부락이 형성돼 있었으나,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현재는 마을의 흔적 대신 이 암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진암은 화려한 단청이나 규모가 큰 대웅전이 있는 일반적인 사찰과 달리, 여염집처럼 소박하고 낮은 지붕을 가진 건물이 특징이다. 암자 마당에 서면 울창한 대나무 숲과 동백나무 사이로 비진도 앞바다의 푸른 수평선이 조용히 내려다보인다. 산호길 트레킹 중 숨을 고르며 쉬어가기 좋은 곳으로, 섬 특유의 고요함과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통영 내항마을. / 통영시 공식 블로그, AI

비진도에서 가장 먼저 닻을 내리는 곳은 북쪽 안섬에 위치한 내항마을이다.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의 소음에서 한 발짝 벗어나, 남해안 섬마을 특유의 소박하고 고즈넉한 일상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과거 제주에서 건너온 출항 해녀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던 곳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물질을 하며 바다를 일구는 해녀들의 모습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편의시설 대신 주민들이 거주하는 나지막한 돌담집과 어민들의 조업 도구들이 포구 주변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평온함을 선사한다.

내항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을 뒤편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제63호 통영 비진도 팔손이나무 자생지다. 아열대성 식물인 팔손이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이라는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사시사철 푸른 빛을 뿜어내는 울창한 상록수림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다.

내항마을에서 길을 따라 남쪽으로 약 2km를 걸어가면 바깥섬의 관문인 외항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고요한 어촌 정취의 내항과 달리,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는 해양 휴양지의 모습을 띠고 있다.

여름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피서객들과 스노클링, 제트스키 등 해양 레포츠를 즐기려는 마니아들로 마을 전체가 활기를 띤다. 특히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갖춘 펜션과 세련된 카페, 민박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섬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통영 내항마을. / 통영시 공식 블로그, AI

육지와 철저히 분리된 비진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야 한다. 통영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용호도나 한산도 등 인근 섬들을 경유해 비진도에 닿는데, 소요 시간은 직항 여객선의 경우 약 40분 내외다. 배편은 평일과 주말, 여름 성수기에 따라 운항 횟수가 유동적으로 변동되므로 방문 전 선사의 운항 시간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비진도에는 배가 접안하는 선착장이 두 곳 있다. 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며 한적한 어촌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내항 선착장'과 해수욕장 및 트레킹 코스가 시작되는 '외항 선착장'이다. 당일치기 트레킹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대부분 외항 선착장에서 하차해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동선 상 유리하다. 섬 내부에는 대중교통이 따로 없으며 차량 수송이 불가능한 여객선이 많으므로 도보를 이용해 섬을 둘러봐야 한다.

구글지도, 통영 비진도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