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네…정부가 다음 달부터 손보는 '생활 서비스'

OTT나 음원 서비스, 쇼핑 멤버십은 결제 중인데 정작 어디서 얼마가 빠져나가는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연 티켓을 샀다가 시야가 가려진 좌석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거나 항공사의 일방적인 운항 취소로 여행 일정이 꼬이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정부는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구독 서비스부터 항공·공연·전기차·반려동물 장례까지 생활밀착형 서비스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총 15개 과제를 담은 '생활밀착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내가 뭘 구독했더라?"…9월부터 한눈에 확인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독 서비스 통합 조회다. 현재는 넷플릭스, 티빙, 음원 서비스, 쇼핑 멤버십 등 각종 구독 상품의 결제 내역이 카드사와 플랫폼별로 흩어져 있어 자신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 중인지 한 번에 확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금융보안원의 안심 제공 시스템을 활용해 금융 정보를 통합 연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독 내역을 조회·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트업 '왓섭'이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구독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이른바 '다크패턴' 규제도 강화된다. 정부는 전자상거래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위반 시 과태료 상한을 기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높일 방침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도 다크패턴 금지 규정을 추가하고 서비스 내용 변경 등 중요한 계약 조건을 바꿀 때는 사전 고지와 이용자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가전 구독 서비스 이용자 보호도 확대된다. 현재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 등 일부 제품에만 적용되는 총비용 표시 의무를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생활가전으로 확대한다. 또 부품 단종 등 사업자 책임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면 환불뿐 아니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다.

시야제한석 의무 고지…항공사 일방 취소엔 페널티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공연과 스포츠 경기 관람 환경도 달라진다. 앞으로는 무대 구조물이나 대형 스피커 등으로 관람에 불편이 있는 '시야제한석'을 예매 단계에서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전 고지가 의무가 아니어서 소비자가 모르고 티켓을 구매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했다. 정부는 공연별·종목별 기준을 마련해 내년 1분기부터 관련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항공사의 일방적인 운항 취소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수요 변화 등을 이유로 항공편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피해가 늘었다. 항공권이 취소되면 숙박과 투어 예약까지 함께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비용 부담도 발생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취소율이 높은 항공사를 대상으로 운수권 배분 등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올해 3분기 중 항공교통서비스평가 업무지침을 개정해 사업계획 준수율과 취소율 등을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월 구독…반려동물 장례도 집으로

전기차 충전소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전기차 구매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정부는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별도로 이용하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제도화한다. 소비자는 차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리스 방식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현재 약 2000대 규모의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10월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배터리 리스 모델 판매가 추진된다. 정부는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배터리 성능 저하와 중고차 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도 제도화된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장례 차량이 보호자 집으로 방문해 사체를 수습하고 화장을 진행한 뒤 유골함을 전달하는 ‘찾아가는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가 연말께 본격 도입된다.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민박 운영도 허용된다. 현재는 주민이 거주하는 경우에만 농어촌 민박을 운영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이 빈집을 활용해 민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프라이빗 숙박 등 다양한 형태의 농어촌 숙박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 취약지역을 위한 서비스도 확대된다. 농어촌과 벽지, 심야·새벽 시간대처럼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과 시간대에 자율주행 수요응답형 버스 운행을 추진한다. 수요응답형 버스는 정해진 노선만 도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 수요에 따라 운행 경로를 조정하는 교통 서비스다. 정부는 내년 2분기부터 관련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입주 초기 신도시처럼 대중교통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는 광역 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 도입도 추진된다. 운행 정보 관리 등을 지원하는 종합정보체계를 구축해 교통 공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오피스텔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임대주택 관리비 투명성도 강화된다. 원룸,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은 관리비 공개가 충분하지 않아 임대료 인상 제한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임차인이 요구하면 집주인이 관리비 내역을 공개하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공인중개사에게도 공동 관리비 수준과 내역을 확인하고 설명할 의무를 신설한다.

이 밖에도 이동형 가상현실 테마파크 시설 검사 완화,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도 등급 세분화, 빈 용기 반환기준 가이드라인 제작·배포, 공병 취급 수수료 현실화, 에듀테크 학습데이터 표준 고도화 등이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생활밀착형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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