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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불 앞에서의 장시간 조리를 피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하는 정호영 셰프의 '냉제육' 조리법이 주목받는다. 끓는 물에 10분만 가열한 뒤 냄비의 잔열로 고기를 익히고 냉장고에서 차갑게 굳히는 방식이다. 최소한의 재료와 열역학적 원리를 활용해 조리 과정을 간소화하고 육즙 손실을 막은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수육 조리 방식은 약 50분간 지속적인 가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돼지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인스턴트 커피, 된장, 월계수 잎, 소주, 통후추 등 다양한 부재료가 투입된다. 김호영 셰프의 냉제육 레시피는 조리 과정을 단순화했다. 가스불 사용을 10분으로 제한한다. 주재료 외에 물과 소금만 사용한다. 나머지 조리 과정은 냄비 내부의 잔열과 냉장고의 냉각을 통해 이루어진다. 조리에 드는 물리적 수고를 줄이면서 외식 업계에서 판매하는 수준의 형태와 식감을 재현한다.

돼지고기를 100℃ 이상의 끓는 물에 장시간 가열하면 근육 단백질이 수축한다. 내부의 수분이 외부로 빠져나가 고기의 식감이 퍽퍽해진다. 잔열 조리는 이러한 수분 손실을 방지한다. 강한 불에서 10분간 가열해 고기 표면을 익히고 내부 온도를 높인다. 돼지고기의 잡내를 유발하는 휘발성 성분과 핏물은 초기 가열 시 발생하는 거품에 집중된다. 물이 끓어오를 때 발생하는 이 거품을 물리적으로 걷어내는 과정만으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상태로 1시간 동안 둔다. 냄비 내부에 갇힌 수증기와 열기가 70~80℃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며 수비드 환경을 조성한다. 단백질 수축이 최소화되는 온도에서 심부까지 열이 서서히 전달되어 육즙이 내부에 보존된다. 1시간의 방치 시간 동안 냄비 내부의 열에너지는 서서히 감소하며 단백질의 급격한 변성을 막는다. 수분 증발이 차단된 밀폐 공간에서 고기 심부 온도는 서서히 상승하여 안정적인 조리 상태에 도달한다.

익힌 고기를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히는 과정이 이어진다. 1시간의 잔열 조리 동안 고기 내부의 단단한 콜라겐 성분은 부드러운 젤라틴 형태로 분해된다. 콜라겐은 70℃ 이상의 환경에 노출될 때 젤라틴으로 변화하며, 잔열 조리는 이 화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최적의 환경이다.
냄비에서 건져낸 고기의 겉면 수분을 제거하고 랩으로 밀착해 포장한다. 포장된 고기를 냉장고에 4시간 이상 보관한다. 밀착 포장은 외부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 수분 증발을 막고 산화를 방지한다. 냉장고의 5℃ 이하 저온 환경은 녹아있던 젤라틴 분자들과 지방층을 냉기와 반응시켜 다시 굳게 만든다. 굳어진 젤라틴은 고기 표면에 얇은 코팅막을 형성한다. 흐물거리던 고기의 형태가 단단하게 고정된다. 부서짐 없이 1mm 수준의 얇은 두께로 썰어낼 수 있는 물리적 상태가 완성된다.
전체 조리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냄비에 돼지고기 앞다릿살 또는 삼겹살이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소금 반 스푼을 넣는다. 강불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10분간 가열하며 표면의 거품을 걷어낸다. 가스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1시간 동안 그대로 둔다. 도중에 뚜껑을 열면 내부의 열에너지가 손실되어 조리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고기를 꺼내 키친타월로 표면의 수분을 꼼꼼히 닦아낸다. 랩으로 빈틈없이 감싸 냉장고에 4시간 이상 보관한다. 냉장 보관 시간은 4시간이 최소 기준이며, 하루 정도 보관할 경우 젤라틴 층의 결합력이 더욱 강해져 식감이 한층 더 단단해진다. 곁들일 양념장은 다진 대파 흰 부분과 청양고추에 간장 2, 식초 1, 설탕 1, 고춧가루 1, 다진 마늘 0.5 비율로 섞어 제조한다. 연겨자나 참기름을 소량 첨가해 풍미를 높인다. 양념장의 비율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염도와 산미를 조절할 수 있다. 냉장 보관이 끝난 고기는 칼을 눕혀 최대한 얇게 썰어 접시에 담는다.

차갑게 식힌 냉제육은 입안의 체온에 지방층이 녹으며 특유의 식감을 낸다. 돼지고기 앞다릿살 한 근(600g)의 시중 가격은 저렴하게 형성되어 있다. 앞다릿살은 삼겹살에 비해 지방 함량이 적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장시간 끓일 경우 식감이 질겨지는 단점이 있다. 김호영 셰프의 조리법은 저렴한 부위의 한계를 열역학적 원리로 보완했다.
가스 누적 사용 시간을 10분으로 단축해 가정 내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최소한의 재료비와 노동력으로 외식 메뉴에 준하는 완성도 높은 요리를 구현한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높은 식재료를 활용한 경제적인 레시피로서의 가치가 높다. 가정 내 주방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여름철 식단 구성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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