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도 보드카도 아니다... 전세계 1위 판매 증류주는 이 '한국술'이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는 무엇일까. 위스키도, 보드카도, 진(Gin)도 아니다. 정답은 한국 소주다.

하이트진로의 수출 통합 브랜드 '진로(JINRO)'가 또 한 번 세계 정상 자리를 지키며 K-소주의 위상을 새롭게 쓰고 있다.

영국 주류 전문 매체가 발표한 세계 증류주 판매 순위에서 25년 연속 1위에 오르며 전 세계 주류시장에서도 이례적인 기록을 이어갔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대표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5.7도로 낮추는 리뉴얼에 나서며 변화하는 음주 문화를 반영했다.

해외에서는 소주의 세계화를 넘어 대중화를 추진하고, 국내에서는 저도주 트렌드에 맞춰 제품 혁신에 나서는 모습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더 넓은 영토를 개척하고, 안방 시장에서는 소비자 취향 변화에 발맞추는 하이트진로의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진로가 세운 기록은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진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9450만 상자(9ℓ 기준)가 판매됐다. 세계 2위 브랜드가 속한 진(Gin) 카테고리 전체 판매량보다도 많은 규모다. 단일 브랜드가 하나의 주종 카테고리 전체 판매량을 넘어선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기록의 지속성이다. 진로는 2001년 이후 무려 25년 연속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음주 문화 변화 등 숱한 변수 속에서도 정상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한국인의 술로 여겨졌던 소주가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7월 '진로의 대중화'를 글로벌 비전으로 선포하며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단순히 한국 술을 해외에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소주를 맥주, 위스키, 와인처럼 세계인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주류 카테고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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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각국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히는 현지 밀착형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SNS 마케팅은 물론 스포츠 스폰서십, 대형 음악 페스티벌 참여 등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전 세계 91개국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으며, 유통망 확대와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됐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의 리뉴얼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소비자 선호도 변화와 주류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조정했다. 약 2년 4개월 만에 이뤄진 주질 리뉴얼이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저도화'다. 최근 주류 시장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것보다 가볍고 부담 없이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깔끔한 음용감과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소주 역시 변화 압박을 받고 있다.

참이슬은 사실상 한국 소주의 저도화 역사를 이끌어온 브랜드다. 1998년 출시 당시 알코올 도수는 23도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이후 20도를 거쳐 19도대, 18도대, 17도대로 꾸준히 낮아졌고, 2024년에는 16도까지 내려왔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다시 15.7도로 조정되면서 저도주 트렌드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단순히 도수만 낮춘 것은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와 연구, 반복적인 테스트를 통해 '깨끗한 음용감'과 '소주다운 맛'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도수를 낮추면서도 소주 특유의 존재감은 유지하려 했다는 의미다.

참이슬의 경쟁력은 끊임없는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1998년 출시 이후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413억 병(360㎖ 기준)에 달한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1초당 약 47병이 판매된 셈이다. 대한민국 인구 수를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 모두가 수백 병씩 마신 수준의 판매량이다.

참이슬은 판매량만으로도 한국 주류 산업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2017년에는 국내 소주 브랜드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일본에서는 '챠미스루'가 소주의 대명사처럼 통용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고,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한류 확산과 함께 대표적인 K-주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 혁신도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 참이슬 브랜드 전면 리뉴얼을 진행했고, 2025년에는 페트 제품 패키지를 새롭게 바꿨다. 이번 주질 리뉴얼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제품을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며 소비자와 소통하겠다는 전략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단순한 제품 개선 이상의 의미로 해석한다. 세계 시장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 브랜드의 위상을 지키면서도 국내 시장에서는 소비자 취향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세계 시장에서는 '진로'를 앞세워 소주의 저변 확대에 나서고, 국내에서는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을 통해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증류주 판매 1위 기록을 이어가는 동시에 국내 대표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업계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저도주 트렌드 대응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것이 향후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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