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상징하던 추억이었는데…최근 MZ세대가 주목한 '여름 필수템'

그물형 반투명 플라스틱 사이로 발등이 들여다보이는 젤리슈즈가 올여름 패션계의 중심에 다시 섰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학창 시절이나 유년 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젤리슈즈는 당시 인기를 끌었기에

젤리슈즈 자료사진. / Jana Shea-shutterstock.com

당시 젤리슈즈는 대형 백화점이나 전문 브랜드 매장이 아닌, 동네 전통시장 평상이나 지하상가 노점, 학교 앞 문방구 등에서 수천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 속에 형광색을 비롯한 알록달록한 원색이나 은박 반짝이 글리터가 촘촘히 박힌 바둑판 형태의 디자인은 당시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여름철 필수품으로 통했다.

당시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젤리슈즈에 대한 기억은 제품 고유의 독특한 물리적 특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처음 제품을 구매했을 때 코를 찌르던 특유의 강한 석유화학 합성수지 냄새,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 소재 특성상 한여름 떵볕 아래에서 걸을 때 발바닥에 쉽게 땀이 차고 하얗게 불기 일쑤였다.

이처럼 한동안 유행 뒤편으로 밀려나 아동용 물놀이 신발 정도였던 젤리슈즈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최근 Y2K 감성과 발레코어 패션 트렌드가 대중적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염과 장마가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매년 반복되면서 오염에 강하고 실용적인 신발을 찾는 수요가 폭발했다.

과거 투박하고 살을 파고들던 고무 재질에서 벗어나,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착화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젤리슈즈는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런웨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른 젤리슈즈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우레탄 같은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삼는 젤리슈즈는 1980년을 전후해 해외에서 각종 전문 브랜드들이 시장에 생겨나며 패션 영역에 진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브랜드 ‘토리버치’의 ‘멜로우 메리제인 젤리’ / 삼성물산

1979년 브라질에서 론칭한 브랜드 멜리사가 대표적이며, 제품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젤리슈즈라는 이름 역시 1980년 프랑스에 설립된 동명의 브랜드에서 따왔다. 국내 유행이 사그라든 이후 비 오는 날 신는 기능성 신발 정도로만 간주되던 젤리슈즈의 위상이 완전히 바뀐 전환점은 2017년 무렵이다.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명품 하우스 에르메스가 국내 시장에 34만 원짜리 플라스틱 샌들인 누드를 내놓자, 브랜드 가치와 맞물려 백화점 매장마다 전국적인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이제 젤리슈즈는 주요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를 장식하는 주류 트렌드로 확실히 안착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사해 Z세대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북미 명품 브랜드 더 로우는 2024년 프리폴 컬렉션에서 다채로운 디자인의 격자형 젤리슈즈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번 봄·여름 시즌 컬렉션에는 끌로에, 보테가 베네타, 로에베 등의 럭셔리 브랜드들도 대거 합류해 클래식한 메리제인 스타일부터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연상시키는 투명한 형태까지 폭넓게 선보이고 있다. 과거의 저렴한 시장 신발이라는 인식을 깨고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패션의 영역으로 진입한 셈이다.

국내 패션 대기업도 젤리슈즈 제품군 확대

국내 패션 대기업들 역시 올해 여름 시장을 겨냥해 관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미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리버치는 올여름 주력 신발로 멜로우 메리제인 젤리를 낙점했다. 반투명 폴리우레탄 재질에 뒤축이 없는 뮬 형태로 디자인된 이 제품은 발등을 지나는 스트랩과 토리버치의 상징인 더블 T 로고 장식을 가미해 세련미를 줬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85%나 급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도 올해 최초로 젤리슈즈 라인을 신설했다. 이들의 대표 상품인 젤리 메리제인은 출시된 지 채 한 달이 안 돼 판매율 8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 및 온라인 반응도 활발하다. 덴마크 코펜하겐 기반의 패션 브랜드 가니는 최근 멜리사와 손잡고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온라인 쇼핑몰 SSF샵의 경우 4월과 5월 두 달간 젤리슈즈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해, 한여름 성수기에 집중되던 구매 수요가 초여름부터 본격화됐음을 증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패션 전문 기업 한섬 역시 올해 봄·여름 시즌의 슈즈 제품군을 다변화하며 젤리슈즈를 핵심 전략 상품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취급 품목 수를 지난해보다 3배 늘렸고, 전체 생산 물량도 280% 크게 확대했다.

특히 잡화 브랜드 루즈앤라운지는 품목 수를 전년 대비 2배, 물량은 5배까지 대폭 늘리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강현주 한섬 슈즈디자인실장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한층 다양해지면서 과거의 거친 착화감을 극복하고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실용성을 두루 갖춘 현대식 젤리슈즈가 최신 트렌드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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