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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갯벌이 만나는 순천만 동쪽 끝자락에 해 질 무렵의 풍경이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전남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에 자리한 '와온해변'이다. 완만한 해안선과 갯벌, 솔섬이 어우러진 이곳은 순천만의 생태와 어촌의 시간을 함께 품고 있다.

와온(臥溫)이라는 이름은 과거 이 지역을 지나던 한 승려가 마을 뒷산의 형세가 편안히 누운 소를 닮았고, 산 아래로 따뜻한 물이 흐른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승려가 언급한 ‘누운 소(臥)’의 형상과 ‘따뜻한 물(溫)’이라는 특징이 합쳐져 지금의 지명이 되었다.
마을 지형은 이름과 똑 닮았다. 북쪽의 산지가 차가운 바람을 막아 주고 서쪽으로는 넓은 바다가 열려 있어, 기온 변화가 적고 온화하다. 이러한 포근한 환경 덕분에 오래전부터 생물이 서식하기 좋았고, 사람들이 정착해 어업 활동을 이어오는 터전이 되었다.

와온해변은 순천만 연안의 끝자락에 자리한다. 남서쪽으로는 고흥반도와 순천만 바다가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전남 여수시 율촌면 가장리와 경계를 맞댄다. 순천과 여수가 만나는 길목에 있어, 이곳을 지나면 연안 지형은 여수 방면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해변은 남북 방향으로 평탄하게 뻗어 있다. 완만한 지형은 연안 조류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 미세한 퇴적물이 갯벌에 차곡차곡 쌓이게 도와준다. 와온해변의 해안선은 약 3km에 이른다. 급한 경사 없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서쪽을 향해 열려 있다.
이 방향은 와온해변의 낙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오후가 깊어질수록 서쪽 하늘의 빛이 바다와 갯벌 위로 내려앉고, 탁 트인 지형 덕분에 시야가 막힘없이 넓어진다. 만의 동편에 자리하면서도 해 질 무렵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이유다.
와온해변의 가장 큰 특징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드러나는 넓은 갯벌이다. 오랜 세월 미세한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부드러운 표면 위로, 물이 빠질 때마다 구불구불한 S자 물길인 갯골이 나타난다. 와온해변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갯골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경관에 그치지 않는다. 물이 빠진 뒤에도 바닷물이 일부 남아 갯벌 생물들에게 필요한 수분을 공급하고, 육지에서 흘러든 담수와 섞이며 갯벌 안의 염도 균형을 맞추고 영양분이 순환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수심이 얕고 물길이 좁은 갯벌 지형 특성상 큰 배가 들어오기 어렵다. 그 덕분에 와온해변 일대는 본연의 연안 환경을 비교적 온전히 유지해 왔고,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터전으로 남아 있다. 해 질 무렵에는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갯골의 물줄기가 은빛과 금빛으로 번갈아 빛난다. 어두운 갯벌과 반짝이는 물길이 대비를 이루며 특유의 고요함을 자아낸다.
와온해변 앞바다의 작은 솔섬은 넓은 갯벌과 바다 사이에서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해가 낮아지며 주변이 주황빛으로 물들면, 솔섬은 어두운 실루엣으로 남고 갯골의 선은 빛을 받아 또렷해진다. 수평선 너머로 곧장 떨어지는 일몰과 달리, 와온해변의 낙조는 물때와 빛의 각도에 따라 매번 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와온해변은 여수 방면 해안도로와 이어진다. 해안선을 따라 평탄하게 뻗은 이 길은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이 적어, 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순천만의 넓은 갯벌과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만조 때는 도로 가까이까지 차오른 바다를, 간조 때는 넓게 드러난 거무스름한 갯벌을 마주하며 연안의 변화를 볼 수 있다.
해안도로변에는 갯벌과 솔섬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들도 자리 잡았다. 창밖으로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며 잠시 머물기 알맞다. 드라이브 후에는 해안가와 마을 인근 식당에서 지역 먹거리로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와온해변이 자리한 순천만 일대는 갯벌에서 나는 식재료가 풍부한 곳으로, 새꼬막과 짱뚱어가 대표적인 별미로 꼽힌다.

순천만 갯벌에서 나는 새꼬막은 살짝 데쳐 숙회로 먹거나 채소와 함께 무쳐 먹는다. 노릇하게 부친 새꼬막전도 지역 식당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짱뚱어는 된장과 시래기를 넣고 끓인 짱뚱어탕으로 많이 먹는데, 진한 국물과 담백한 뒷맛이 일품이다.
순천에는 꼬막 정식 외에도 남도식 한정식, 떡갈비, 장어구이 등 향토 먹거리가 다양하다. 순천만 인근 식당가에서는 갯벌 해산물을 활용한 백반이나 제철 생선구이도 푸짐하게 차려진다. 와온해변 주변에서 가볍게 식사하거나 순천 도심으로 이동해 남도 음식 한 상을 즐기면, 갯벌 풍경과 지역의 맛을 함께 경험하는 여행이 된다.
와온해변은 경관뿐 아니라 철새 서식지로서도 가치가 크다. 겨울이면 흑두루미를 비롯한 여러 철새가 이 일대를 월동지로 찾아온다.
게와 고둥, 염생식물의 씨앗이 있는 갯벌은 철새들에게 먹이터가 된다. 넓게 펼쳐진 갯벌과 구불구불한 물길은 새들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주변 습지와 함께 순천만 일대의 생태적 가치를 더한다.
마을 주민과 지자체도 철새 도래기에 맞춰 해변 일대의 소음을 줄이고 서식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새들이 날아오르는 와온해변의 생태 풍경도 유지되고 있다.


와온마을은 생태적 가치와 어촌 문화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주민들은 전통적인 갯벌 채취 방식을 이어가며 생업과 관광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무분별한 채취를 제한하고 해변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갯벌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와온해변의 풍경은 누운 소를 닮은 지형, 썰물 뒤 드러나는 S자 물길, 철새가 찾아오는 갯벌, 그리고 이를 지켜온 어촌의 시간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다. 빠르게 지나치기보다 물때와 빛의 변화를 따라 천천히 바라볼 때, 이곳의 매력은 더 또렷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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