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부산 해안도로에 널려있는데…청산가리보다 30배나 강하다는 '이 식물'

여름철 분홍빛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며 제주도 해안도로를 비롯해 부산, 울산, 경남 등 남해안 전역의 공원과 학교 담장, 도로변을 장식하는 나무가 있다.

협죽도. / Heavenlyflower-shutterstock.com

바로 협죽도다. 뛰어난 미관을 자랑하며 도심 곳곳에 친숙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이 나무는 내면에 치명적인 독성을 품고 있다는 오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는 청산가리를 능가하는 강한 독성을 지닌 식물로 협죽도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으며, 실제로도 세계적인 맹독성 관상수 중 하나로 분류된다.

잎사귀 한 장으로도 치명타… 심장 마비 부르는 '올레안드린' 성분

지중해 연안이 고향인 상록관목 협죽도는 보통 2~5m 크기로 자라나며, 6월부터 9월 사이에 분홍색, 흰색, 붉은색 등 다채로운 색감의 꽃을 피워낸다. 더위나 가뭄은 물론이고 염분을 머금은 거센 바닷바람도 잘 견디는 특성 덕분에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로수나 조경용 수종으로 널리 식재해 왔다. 한국 역시 제주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여름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꽃나무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외형과 달리 협죽도에는 치명적인 독소가 흐른다. 이는 협죽도에 함유된 '올레안드린(Oleandrin)'이라는 강심배당체 성분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분석에 따르면, 올레안드린은 인체 심장 기능에 필수적인 나트륨과 칼륨 펌프의 작용을 강력하게 억제한다. 이 성분에 중독될 경우 일차적으로 구토, 복통, 어지럼증이 발생하며 심각해지면 부정맥을 거쳐 응급 상황 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협죽도. / Gurcharan Singh-shutterstock.com

국내에서도 협죽도 독성으로 인한 실제 중독 이송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증례 보고를 살펴보면, 한 남성이 협죽도를 달인 물을 섭취한 뒤 구토와 복통, 심장 전도 장애 증상을 보여 급히 응급 처치를 받았다. 당시 연구진은 협죽도에 포함된 올레안드린 성분이 약물인 디곡신 중독과 유사한 형태의 심장 독성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더욱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독성이 특정 부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제 독성학 리뷰 논문에 따르면 협죽도는 잎과 꽃, 줄기는 물론이고 내부 수액과 씨앗 등 식물체 전체에 독성 물질이 고루 퍼져 있다. 심지어 나뭇가지를 불에 태우더라도 독성 성분이 공기 중이나 재에 그대로 남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 언론도 경고한 맹독… "어린아이는 잎 한 장도 위험"

최근 일본 간사이TV는 수목의사인 우에오 마사미의 인터뷰를 인용해 협죽도가 가진 독성의 위험성을 상세히 전했다. 해당 보도에서 가장 파장을 일으킨 대목은 '청산가리보다 30배 강력한 독성'이라는 표현이었다. 독성 전문가들은 정확히 30배라는 수치적 기준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중요한 본질은 극소량만 인체에 흡수되어도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라는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관련 국제 독성학 연구 논문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의 경우 잎사귀 단 한 장을 입에 넣고 삼키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기오염과 해일도 견디는 생명력

이토록 치명적인 위험성을 가진 나무가 도심 한복판과 공원에 가로수로 대량 심어진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협죽도만의 압도적인 생명력이 자리하고 있다. 협죽도는 극심한 폭염과 가뭄은 물론이고 척박한 토양, 염분, 강풍 속에서도 탁월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 등 도심의 대기오염 물질에도 저항성이 강해 오래전부터 도로변 해안가나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의 단골 수종으로 선택돼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 해안도로와 부산 태종대 일대, 울산 및 경남 남해안 지역의 공원 등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여름철 내내 피어나는 화사한 꽃 덕분에 조경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의 경우 협죽도를 아예 '시의 꽃'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 1950년대에 거대한 태풍과 해일 피해가 발생해 주변의 다른 식물들이 전멸했을 당시, 오직 협죽도만이 홀로 살아남아 꽃을 피워내며 수해에 지친 시민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이때부터 아마가사키시에서 협죽도는 단순한 나무를 넘어 '도시 부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협죽도를 단순히 스치거나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일상적인 접촉만으로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영유아나 반려동물이 산책 중 호기심에 꽃이나 잎을 입에 넣지 않도록 보호자의 철저한 주의 관찰이 요구된다. 또한 가지를 꺾거나 전지 작업을 할 때 흘러나오는 불투명한 흰색 수액이 피부나 눈, 입 등의 점막에 직접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캠핑이나 야외 야유회 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변에 흔하게 자라난 협죽도 나뭇가지를 멋모르고 꺾어 고기를 굽는 젓가락이나 바비큐 꼬치 대용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절대 피해야 한다. 아울러 잘라낸 협죽도 가지를 모닥불이나 숯불에 넣어 태울 경우, 연기와 함께 독성 성분이 체내로 흡입될 위험이 있으므로 땔감으로 써서는 안 된다. 수려한 외관과 강인한 생명력 이면에 무서운 맹독을 감추고 있는 만큼, 올여름 휴가지나 공원에서 협죽도를 마주한다면 꺾거나 만지지 않고 눈으로만 거리를 두고 감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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