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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말 한마디의 무게는 달라진다. 중년 이후에는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오랜 인연을 돌이킬 수 없이 갈라놓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심해야 할 상황이 있다. 바로 식사 자리를 마치고 계산대 앞에 섰을 때다.

밥 한 끼를 샀는데 상대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 억울함을 드러내는 순간, 관계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전 아나운서이자 방송인 이금희가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해 조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심해야 할 말과 인간관계의 지혜에 대해 살펴본다.

1989년 KBS 공채 16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다방면의 방송 활동을 보여준 이금희가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바 있다.
이 방송에서 이금희가 짚은 계산대 앞에서 주의할 말의 핵심은 간단하다. 돈을 내면서, 혹은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서 "내가 밥 샀다"는 생색의 말을 꺼내지 말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말이 하고 싶어지는 상황이라면 애초에 밥을 사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금희는 그 이유를 세대의 변화에서 찾았다. 과거에는 누군가 밥을 사준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외식이 귀하던 시절 남이 사주는 불고기나 갈비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릴 때부터 외식을 경험하고 먹는 것에 있어서 선택지가 넓어진 세대에게 '밥 한 끼'가 주는 감동의 무게는 예전과 같지 않다.

이금희는 오히려 시각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게 시간이다. 유아 때부터 스케줄 관리를 한다. 그렇게 자라온 사람들이 남이 사주는 밥을 먹으러 시간을 내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즉, 밥을 사는 사람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함께해 준 상대에게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와줘서 진짜 고맙다. 내가 밥 살 기회를 줘서 고맙다. 이런 마음으로 사셔야 한다"라는 이금희의 말은 괜히 밥을 사주고도 서운한 감정을 느끼기 쉬운 일을 애초에 차단할 수 있는 지혜로도 풀이된다.
또한 그는 고맙다는 말을 기대하는 것 자체도 내려놓으라고 했다. 이금희는 "경우 있는 사람들은 고맙다고 한다. 하지만 그걸 바라지 말아라. (감사 인사를) 해주면 고마운거고 아니어도 괜찮다, 이런 마음이 스스로도 편하다. 돈 쓰고 마음 상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밥을 산 사실을 굳이 상기시키는 행위, 소위 '공치사'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오히려 불쾌감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혹 이러한 말이 습관이 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겠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에서 '말의 무게'는 달라진다. 젊을 때는 실수한 말도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 희석되지만, 중장년 이후에는 말 한마디가 오랜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이 특별히 악의에 찬 것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밥 샀잖아"처럼 사실을 확인하는 형태의 말도 받아들이는 상대에게는 "고마워하지 않느냐"는 압박으로 읽힐 수 있다.
'감사 표현을 강요하는 행위'는 심리학적으로 관계에서 통제 욕구로 읽힐 수 있다. 베풀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행위는 받는 사람에게 심리적 채무감을 형성하고, 관계를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만드는 효과를 낸다. 결국 상대는 그 자리가 편안하지 않았다는 기억만 남기기 쉽다.
말을 아끼는 것은 단순히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먼저 생각하고, 베풀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삼킬 수 있는 여유에서 비로소 품격 있는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

말을 조심하는 것과 함께 이금희는 독이 되는 경우 함께하는 사람 자체를 가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무리 말을 신중하게 골라도 상대가 선을 넘는 사람이라면 관계 자체가 소모적이 될 수 있다.
이금희는 이른바 '선을 넘는 사람'에 대해 "빨리 손절하는 게 맞다. 봐줄 필요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 사람이 변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금희의 답은 냉철했다. 그는 "그 사람이 다른 데서 갱생할 순 있을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안 된다. 한 번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피하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직장 상사처럼 아예 볼 수 없는 관계라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도 이금희의 답변은 같은 방향이었다. "최대한 피하셔야 된다. 가까이 가지 말라. 업무적으로만 대하라"고 말한 그는 관계보다 자신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이금희는 1989년 KBS 공채 16기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KBS에 입사한 그는 이후 30년 넘게 대한민국 방송의 중심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6시 내고향' 'TV는 사랑을 싣고' '인간극장' 등을 거치며 KBS를 대표하는 간판 진행자로 자리를 굳혔고, 2000년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이금희의 이름을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킨 프로그램은 단연 'KBS 1TV 아침마당'이다. 1998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무려 18년을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진행자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의 하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침마당 홈페이지에 140건이 넘는 항의 글이 올라올 만큼 그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이금희는 학문적 역량도 꾸준히 쌓아왔다. 1999년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방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1999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며 후배 방송인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현재 이금희는 여전히 현역으로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KBS 쿨FM에서 '사랑하기 좋은 날 이금희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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