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결국 실패 인정? 차량 2부제, 다시 5부제로 복귀

정부가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한 단계 낮추면서 석 달 넘게 이어졌던 공공부문 차량 운행 제한도 완화된다.

중동 정세 악화로 시행됐던 차량 2부제는 5부제로 전환되고, 공영주차장 5부제는 해제된다.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면서 고강도 에너지 절약 조치도 단계적으로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차량 2부제는 차량 5부제로 완화되며, 공영주차장에서 시행되던 차량 5부제 역시 종료된다.

이번 조치는 올해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시작된 에너지 위기 대응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여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특히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중동 해역에서 긴장이 높아지면 국제유가는 물론 국내 물가와 산업 전반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정부는 당시 국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지자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비상조치에 착수했다. 먼저 지난 3월 25일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의무화했고, 에너지 절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 4월 8일부터는 차량 2부제로 한층 강화했다. 같은 날 공영주차장에서도 차량 5부제가 함께 시행됐다.

차량 2부제는 자동차 번호판 끝자리 홀수와 짝수를 기준으로 운행 가능 여부를 나누는 제도다. 예를 들어 홀수 날짜에는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만, 짝수 날짜에는 짝수 차량만 운행하는 방식이다. 운행 차량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에너지 절약과 교통량 감소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 상황 때 자주 검토되는 제도다.

차량 5부제는 번호판 끝자리 숫자에 따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행 가능일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이면 화요일처럼 정해진 요일에만 운행할 수 있다. 2부제보다 제한 강도는 낮지만 차량 운행을 일정 부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일반 국민보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적용됐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에너지 절약에 먼저 참여해 민간의 자발적인 절약 분위기를 이끌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기후부와 산하기관에서만 차량 2부제를 위반해 적발된 사례가 899건에 달했다. 25개 중앙부처와 전체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면 위반 건수는 부처 230건을 포함해 모두 2만7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정부 기관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특히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은 지방 공공기관에서는 불만이 컸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배우자와 차량을 서로 바꿔 타거나 가족 명의 차량을 이용하는 등 이른바 '꼼수'가 확산됐고, 출퇴근 불편만 커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시행 초기 전국 약 3만 곳, 주차면 수로는 100만 면가량이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시행 10일이 지난 시점에는 128개 지방자치단체, 1694개 공영주차장에만 적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5부제를 시행하지 않은 공영주차장이 3895곳으로, 적용한 곳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지역별 여건과 행정 부담 등을 이유로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정부가 이처럼 차량 운행 제한이라는 강도 높은 대책을 꺼내든 배경에는 에너지 안보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소비하는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주요 산유국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경제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물론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물류비, 항공료, 식료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동은 세계 원유 생산과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나 해상 운송 차질은 국제 원유 시장을 크게 흔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중동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은 한동안 공급 불안 우려에 휩싸였고, 정부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상황을 집중 점검하며 위기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해외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질 경우 정부가 발령하는 대응 체계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단계별로 운영되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공공부문의 에너지 절약과 비상 대응도 강화된다. 이번에 '경계'에서 '주의'로 하향된 것은 국제 원유 수급 불안이 다소 완화됐다고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LNG 위기경보가 해제된 것도 천연가스 수급 여건이 안정세를 되찾았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는 위기경보가 낮아졌다고 해서 에너지 안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제 원유 시장은 산유국의 생산 정책과 지정학적 갈등, 환율, 세계 경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나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 세계 원유 수요 전망에 따라 단기간에도 큰 폭으로 변동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절약 정책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자력,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균형 있게 활용하고, 산업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국제 에너지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차량 운행 제한 완화는 국제 에너지 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가 여전히 해외 에너지 공급망 변화에 민감한 구조라는 점도 다시 보여줬다. 공공부문 차량 2부제는 종료 수순을 밟게 됐지만,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는 앞으로도 정부와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