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름철 환자 2배 폭증하게 만든 '이 음식'

속칭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가 최근 1년 사이 전국에서 두 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햄버거 패티 자료사진. / pixTuner-shutterstock.com

통상 해당 질환은 제대로 익히지 않은 패티 등 다진 고기류를 먹었을 때 걸리는 것으로 인지되어 왔으나, 최근 지자체 발병 데이터를 정밀 파악한 결과 육회나 육회비빔밥 같은 날소고기 섭취가 감염의 주요 통로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의 법정감염병 발생 통계에 따르면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신고 환자 수는 2024년 274명 수준에서 지난해 531명으로 집계되며 93.8%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 역시 기존 0.53명에서 1.0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동반 상승했다. 국내 전체 법정감염병 신고 건수가 전반적인 감소 기조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수인성 및 식품매개 감염병군 내에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의 독주 양상이 한층 도드라진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체내에서 시가독소(Shiga toxin)를 분비하는 병원성 대장균에 노출될 때 발병한다. 도출되는 주요 임상 증상으로는 심한 복통과 구토, 고열을 비롯해 물설사나 혈변 등이 있다. 환자 대부분은 시일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회복하지만, 일부 취약군이나 중증 환자의 경우 용혈성 빈혈과 혈소판 감소증, 급성 신부전이 다발적으로 동반되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악화될 위험이 존재한다. 그간 분쇄육이 주된 오염원으로 지목돼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이 붙었으나,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나 과일주스, 오염된 채소류 등도 전파 원인으로 작용한다.

어린이집 집단 감염서 지역사회 확산으로

질병청이 발간하는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에 게재된 ‘경기도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 발생 동향 및 위험요인 분석’ 연구는 이 같은 환자 급증세의 세부적인 실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등 연구진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경기도 내 신고 사례 42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환자만 123명에 달했다. 월별로는 6월 37명, 7월 39명, 8월 22명으로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환자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과거 수년간의 발생 데이터를 토대로 초과 발병 여부를 판별하는 통계적 예측 모델에서도 지난해 7~8월 구간에 유의미한 수치의 경보가 발령된 바 있다.

육회 자료사진. / Light Win-shutterstock.com

감염의 전파 경로와 양상 역시 이전과 다른 변화를 보였다. 과거의 경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특정 보육·교육 시설을 거점으로 삼은 집단 유행이 주를 이뤘으나, 지난해 경기도 사례에서는 특정 시설이나 제한된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사회 전반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산발적 감염이 주류를 이뤘다.

원인균의 혈청학적 분포도 뒤바뀌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대표적인 변종균인 O157 혈청군이 주종을 이뤘던 반면, 2023년 기점으로는 non-O157 혈청군이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으며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확인된 non-O157 감염 47건 가운데 O103 혈청군이 14건을 차지해 가장 많았고, O26 혈청군이 5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여름철 소고기 생식 노출 두드러져

환자들의 식품 노출 이력을 추적한 결과 육류를 섭취한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경기도 내 육류 생식 관련 감염자 18명 중 무려 15명이 육회나 육회비빔밥 등의 형태로 날소고기를 소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나타난 산발적 유행 기조가 소고기 생식 문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전국 감염자 531명 전체의 발병 원인을 소고기 생식으로 단정 짓는 것은 아니며, 전국적인 환자 폭증 흐름 속에서 경기도의 세부 표본을 분석한 결과 생식 노출이 뚜렷한 변수로 확인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는 육회처럼 열을 가하지 않은 소고기 섭취를 가급적 피하고, 모든 육류는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 조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연구진은 기존의 O157 혈청군에만 치우친 방역 감시 레이더로는 최근 급변하는 non-O157 중심의 유행 추세를 적기에 포착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방역 당국이 다양한 혈청군 변이를 포괄할 수 있도록 상시 감시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현장 역학조사서 내 식품 노출 항목을 한층 세분화해 추적의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패류·가금류도 비상

장출혈성대장균 외에도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세균의 증식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지므로 전반적인 식품 섭취와 보관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철에는 장염비브리오균과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해안가와 어패류를 중심으로 급격히 증식한다. 여름철에 어패류를 날것으로 섭취하는 행위는 식중독뿐 아니라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어 극히 위험하다. 간 질환자나 당뇨병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이 비브리오 패혈증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50% 안팎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따라서 조개, 굴, 생선 등은 반드시 중심부 온도를 85°C 이상으로 올려 1분 이상 충분히 가열한 뒤 섭취해야 한다. 날생선을 손질한 칼과 도마는 즉시 살균 소독하고 다른 식재료와 구분해 사용해야 교차 오염을 막을 수 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닭, 오리 등 가금류와 달걀은 살모넬라균 및 캠필로박터균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생닭을 주방 싱크대에서 씻는 과정에서 미세한 물방울이 튀어 주변의 채소나 식기류를 오염시키는 캠필로박터 오염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달걀 껍데기에 묻은 분변 등에서 유래하는 살모넬라균은 열에 취약하므로, 닭요리와 달걀 요리를 할 때는 중심 온도가 75°C 이상인 상태에서 최소 1분 이상 조리해 속까지 완벽히 익혀야 한다. 조리를 마친 가금류 음식은 실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하지 말고 즉시 섭취하거나 냉장 보관해야 안전하다.

냉면 육수와 먹다 남은 수박도 위험

차가운 냉면이나 밀면의 육수, 그리고 여러 재료가 혼합된 김밥은 여름철 식중독 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단골 메뉴다.

냉면 자료사진. / YOOONIE-shutterstock.com

냉면 육수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해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므로 살균 처리가 미흡하거나 상온에 잠시만 방치해도 병원성 대장균과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김밥 역시 부패 속도가 빠른 재료들이 밥과 함께 밀착되어 있어 한낮 실온에서는 한두 시간 만에 변질될 수 있다. 이러한 식품들은 구매 또는 조리 후 즉시 소비하는 것이 원칙이며, 보관 시에는 반드시 4°C 이하의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도 보관 방식에 따라 세균 배양 용기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반으로 자른 수박의 단면을 일반 가정용 플라스틱 랩으로만 감싸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수박 표면의 수분을 가두어 세균이 증식하기 가장 좋은 습한 환경을 조성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랩으로 밀봉해 냉장 보관한 수박의 표면부 세균 수는 자른 직후보다 무려 3,000배 이상 폭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을 안전하게 먹기 위해서는 자르기 전에 껍질 표면을 흐르는 물로 깨끗이 세척해 칼날을 통한 균 유입을 막아야 하며, 먹고 남은 수박은 과육 부분만 한입 크기로 썰어 건조하고 깨끗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야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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