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공장 주변 불티나게 팔렸다… 대기업 호황 고스란히 박제된 'K-지수'

'펜타곤 피자 지수(The Pizza Meter)'는 국제 분쟁이 임박했을 때 야근하는 미국 국방부(펜타곤) 직원들 때문에 인근 피자 가게에 주문이 몰린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관찰 지표다. 펜타곤 주변 피자 주문량만 잘 살펴봐도 전쟁 가능성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워싱턴 정가에 떠돌았다.

서울 도로를 누비는 배달 라이더 모습. /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피자 주문량으로 지역 경기와 주요 기업의 실적을 짚어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반도체 호황 지역서 피자 매출 급증

3일 도미노피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공장이 자리한 지역의 피자 주문량과 매출을 들여다본 결과, 지난 3월 기준 삼성전자의 주요 반도체 생산기지인 경기 화성시 동탄구의 도미노피자 매출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이천 지역의 매출은 34%나 뛰었다. 'K피자지수'가 지역 경기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동탄과 이천 지역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반도체 업계 호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 지역 매출 역시 지난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0% 올랐는데, 현대차가 지난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시점과 맞물린다.

국감 시즌엔 여의도·세종 매출 껑충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인 시기에는 서울 여의도와 세종시의 피자 매출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세종시 도미노피자 매출은 평소 달보다 25% 많았고, 같은 달 여의도 매출도 평월 대비 45%나 컸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를 준비하며 야식으로 피자를 시켜 먹은 공무원과 국회 보좌진이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피자는 팀 단위로 간단하게 시켜 먹기 좋은 대표적인 야근 음식이다. 이 때문에 특정 업무지구에서 피자 주문량은 인근 사무실들이 얼마나 야근을 많이 하는지 가늠하는 보조 지표로 쓰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원조는 미국... 걸프전부터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까지

이런 '피자 지표'의 원조는 미국이다. 펜타곤 피자 지수라는 개념 자체가, 워싱턴DC에서 도미노피자 매장 60여곳을 운영하던 프랭크 믹스라는 인물이 펜타곤과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심야 배달 주문이 폭증하면 며칠 안에 미국이 중대한 군사작전에 나서는 패턴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SeventyFour-shutterstock.com

실제 사례도 여럿 회자된다. 1983년 그레나다 침공과 1989년 파나마 침공 전날 밤에는 펜타곤 인근 피자 주문량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1990년 8월 1일 벌어졌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하루 앞둔 이날 밤, 미 중앙정보국(CIA)이 하룻밤에 21판이라는 이례적인 양의 피자를 주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듬해 걸프전이 본격화한 1991년 1월에는 펜타곤에 배달된 피자가 하룻밤 새 101판에 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밖에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이 진행되던 날 밤에는 백악관 상황실 주변이 피자 상자로 가득해 마치 대학 기숙사 같았다는 당시 국방부 대변인의 회고도 있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서 한때 CNN의 펜타곤 담당 기자였던 울프 블리처는 후배 기자들에게 "펜타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다면 항상 피자 주문량을 살펴보라"고 조언했을 정도다. 다만 미 국방부는 펜타곤 내부에도 심야 근무자를 위한 식당이 여러 곳 있다며 이 같은 '피자 지수' 이론을 정식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전국 평균을 내보면 월말 피자 매출이 월초보다 20%가량 높게 나타난다며, 월말에 회사 업무 마감과 사내 행사가 몰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