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넘어서 한 달 용돈 '이만큼'이면 상위 10% 노후입니다

은퇴 이후 매달 손에 쥐는 용돈이 얼마나 돼야 '남부럽지 않은 노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갑에 든 돈.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노후에 얼마가 필요한지는 국가 공인 통계로 이미 정리돼 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2024년 실시한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제10차 부가조사'는 전국 50세 이상 가구원과 배우자 83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개인 기준 최소 생활비는 139만2000원, 적정 생활비는 197만6000원이었다. 부부 기준으로는 최소생활비 216만6000원, 적정생활비 298만1000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노후 생활비 지출 항목에서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비중이 가장 높았고, 사회보험료, 보건의료비, 주거·에너지 비용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쪽 수치는 이보다 높다. 같은 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부부 기준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336만원, 최소 생활비는 240만원 수준이다. 두 조사를 종합하면 부부 기준 월 240만~340만원 사이가 한국 노후생활비의 현실적 구간이다. 문제는 이 돈을 실제로 마련할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은퇴가구들이 조달할 수 있는 돈은 월 212만원으로 적정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적정 생활비 336만원과 비교하면 매달 124만원의 구멍이 생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왜 안 되는걸까

대다수 은퇴자가 국민연금을 노후소득의 중심축으로 삼지만 수치가 보여주는 현실은 냉정하다. 2025년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67만원 수준이다.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108만원 정도로, 가입 기간이 긴 경우에도 월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월 100만원 이상 받는 수급자는 2025년 7월 기준 전체의 13.55%에 불과하고, 20만~40만원 미만 수급자가 39.68%로 금액별 수급자 현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시장에서의 소비 생활.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부부가 함께 받아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노령연금을 동시에 받는 부부 수급자는 93만853쌍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28.5%다. 2020년 42만8000쌍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부부 수급자의 평균 연금액 월 120만원은 최소 생활비의 55.4% 수준이고, 적정 생활비와 비교하면 40% 수준에 그친다. 부부 합산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부부가 42만2226쌍으로 가장 많았고, 월 100만~200만원 미만도 40만6593쌍이었다. 두 구간을 합치면 전체 부부 수급자의 약 89%가 월 200만원 미만의 노령연금을 받는다.

여기서 '상위 10%' 윤곽이 뚜렷해진다. 부부 합산 월 300만원 이상을 받는 부부는 6636쌍이었다. 이 가운데 월 400만~500만원 미만은 442쌍, 월 500만원 이상은 5쌍에 그쳤다. 93만쌍이 넘는 부부 수급자 중 연금만으로 월 300만원을 넘기는 부부는 0.7% 수준이다. 연금으로 적정 생활비를 전부 충당하는 노후는 상위 10%가 아니라 사실상 상위 1% 미만의 영역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은퇴가구의 진짜 살림살이, '평균'의 함정

은퇴가구 전체의 자산 상황을 보면 왜 '여유있다'는 응답이 10.5%에 머무는지 알 수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은퇴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4억5000만원, 연간소득은 3727만원이다. 평균값만 보았을 때에는 양호해 보였으나 중간값은 순자산 1억8700만원, 연간소득 2058만원에 불과해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중간값 2058만원을 12개월로 나누면 월 171만원 수준이다. 절반의 은퇴가구가 부부 최소생활비 216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산다는 의미다.

은퇴한 노년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자산 구조 문제도 있다. 직장인들이 노후에 사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은 평균 1억7312만원 수준으로, 희망 생활비 월 336만원 기준 단 4년치 생활비에 불과하다. 전체 자산 7억8023만원 중 78%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현금화가 어렵다. 자산은 많아 보여도 매달 쓸 수 있는 현금흐름은 빈약한 구조다.

고령층 전반의 지표는 더 무겁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였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연금 수급률은 90.9%까지 올라섰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69만5000원에 그쳤다. 열 명 중 아홉이 연금을 받지만 그 돈으로는 개인 최소생활비 139만원의 절반밖에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용돈'은 얼마여야 할까

이제 그럼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대목을 본격적으로 짚어보자. 생활비와 '용돈'은 다르다. 주거비, 식비, 보험료, 의료비 같은 고정지출을 다 치르고 남는 돈, 즉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가고 손주에게 선물을 사줄 수 있는 재량 지출이 용돈이다. 부부 적정생활비 336만원과 최소생활비 240만원의 차이는 약 96만원인데, 이 격차가 사실상 '여유 지출'의 크기다. 최소생활비는 생존에 필요한 비용이고 적정생활비는 기본적인 여가와 사회활동까지 포함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를 부부 기준으로 환산하면 1인당 월 40만~50만원의 순수 용돈이 확보될 때 '적정' 수준의 노후가 되고, 여기에 여행이나 취미 등 추가 지출까지 자유로우려면 1인당 월 70만~100만원 안팎의 재량 지출이 가능해야 한다. 그 수준이면 '여유있다'고 답한 10.5%의 문턱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중노년의 용돈.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고정지출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건강보험료, 경조사비 등 비소비지출만 해도 60대 이상 가구의 월평균 63만4000원, 연간 760만원에 달한다. 통장에 300만원이 들어와도 60만원 이상이 세금과 보험료, 경조사비로 먼저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격차를 만든 것은 '가입 기간'과 '제도 활용'

같은 국민연금인데 왜 누구는 월 500만원, 누구는 월 40만원을 받을까. 고액 수급 부부들은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연기 수급'이나 과거 내지 못한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하는 추후납부(추납)·반납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임의가입과 추납, 반납 제도 등을 활용해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안정적인 노후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30년 이상 가입 수급자는 월 157만원을 받고 있다. 결국 얼마나 오래, 얼마나 성실하게 가입 기간을 관리했느냐가 노후 격차의 핵심 변수다.

제도 환경도 바뀌고 있다. 2025년 연금개혁에 따라 2026년부터 보험료율이 기존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돼 2033년 13%에 도달하고, 소득대체율은 41.5%에서 2026년부터 일시에 43%로 인상됐다. 국가가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는 지급보장 의무도 법에 명확히 규정됐다. 출산크레딧은 첫째아부터 가입기간 12개월을 추가 인정하고 50개월 상한이 폐지됐으며, 군복무크레딧은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됐다. 지금 50대라면 이 제도 변화가 본인 수령액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손자에게 용돈 주는 노년.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그런데 정작 자기 연금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가입자의 86.6%는 본인의 예상 연금 수령액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노후 준비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1.6%에 그쳤다. 상위 10% 노후의 첫걸음은 거창한 투자가 아니라 내 연금 예상액을 확인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가지 위안도 있다. 은퇴생활비는 나이에 따라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자녀 독립, 활동성 저하 등으로 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70세까지 생활비 100%가 필요하다고 가정한다면 70대에는 70~80%로, 80대에는 50~60%로 줄여 설계하는 것이 적절하다. 60대 초반 지출 수준이 평생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내 노후는 몇 위인가, 월 지출 수준별 랭킹

지금까지의 공식 통계를 토대로 부부 기준 월 지출 수준을 5단계로 나눠 역순으로 정리했다.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가늠해보자.

5위. 월 120만원 이하 구간. 부부 합산 평균 노령연금액 월 120만원 안팎으로만 생활하는 단계다. 부부 최소생활비 216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연금 외 소득이 없다면 근로를 병행하거나 기초연금, 주택연금 등 추가 수단이 필수인 구간이다.

4위. 월 121만~216만원 구간. 최소생활비에 못 미치는 단계다. 은퇴가구 연소득 중간값 2058만원, 즉 월 171만원이 이 구간에 속한다. 통계상 대한민국 은퇴가구의 절반가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부부 기준 월 지출 수준을 5단계'.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3위. 월 217만~298만원 구간. 국민연금연구원 기준 최소생활비는 넘겼지만 적정생활비에는 못 미치는 단계다. 기본 생활은 유지되지만 여행이나 취미 등 재량 지출은 빠듯하다. 은퇴가구가 실제 조달하는 평균액 212만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이미 평균 이상이다.

2위. 월 299만~336만원 구간. 국민연금연구원 적정생활비 298만원을 충족하는 단계다. 1인당 월 40만~50만원 수준의 용돈이 확보되고 기본적인 취미생활이 가능하다. 연금만으로 이 구간에 도달한 부부는 6636쌍에 불과할 만큼 드물다.

1위. 월 337만원 이상 구간. 통계청 기준 적정생활비 336만원을 넘어서는 단계로, 사실상 '여유있다'고 응답한 10.5%의 영역이다. 생활비를 모두 지출하고도 1인당 월 70만~100만원 안팎의 재량 지출이 가능하다. 흔히들 말하는 '상위 10% 노후'가 바로 이 구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임대소득이나 배당 같은 자산소득까지 다층 구조를 갖춘 가구가 대부분이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