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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는 특별한 '대리석'이 쓰였다.
고급 석재인 대리석 하면 보통 외국에서 수입된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광화문역 지하보도의 일부 벽면과 바닥, 기둥 석재는 강원도 정선군에서 캐낸 한국 대리석을 사용했다.
출·퇴근 또는 지인과의 약속, 일대 명소 방문 등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역을 지나고 있지만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는 드문 편이다.
7일 출근길 광화문역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A 씨는 "(광화문역 대리석 이야기를)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 씨도 "(광화문역에 한국 대리석이 사용됐다는 것을) 오늘 알려줘서 처음 알았다"라고 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광화문역 출구로 이어진 지하보도에는 '광화문역 대리석'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광화문 지하보도에 사용된 대리석은 강원도 정선 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아라리 정선 대리석이다. 수입 대리석과 달리 동양적인 아름다운 무늬와 질감을 살리기 위해 벽면에는 잔다듬 가공법과 조명, 기둥에는 물갈기 가공법으로 표면 처리를 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평소 광화문역으로 출·퇴근하면서 무심코 지나던 지하보도였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신기할 따름이다.

강원도 정선은 곤드레를 비롯한 농특산물과 정선 5일장, 정선 아리랑, 레일 바이크 등이 유명한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선은 대리석으로도 유명하다.
정선군 여량면에는 국내에서 하나뿐인 대리석 광산이 있다. 국내 유일의 대리석 광산으로 면적만 2720㏊에 달한다. 약 500년 동안 캐낼 수 있는 양(추산)이 매장돼 있다.
정선에 대리석 광산이 있는 것은 이 지역의 지질이 석회암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선 일대에는 오래전 얕은 바다에서 쌓인 탄산염 퇴적물이 굳어 형성된 석회암층이 넓게 분포한다. 이 석회암은 이후 지각 운동과 열, 압력의 영향을 받으며 재결정화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치밀하고 단단한 대리석으로 바뀔 수 있는 지질 조건이 만들어졌다.
정선 석회암은 오르도비스기 탄산염 대륙붕 환경에서 퇴적된 암석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몰과 융기, 노출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조직과 색을 갖게 됐다. 산지가 많고 암반이 드러나는 지형도 채석에 유리해 광산 개발이 가능했다.
정선 대리석은 아름다운 색상과 패턴, 화강암과 같은 높은 압축강도로 마모율이 낮아 건물 내·외장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해외 시장에서 '아라리 대리석'이라는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정선 대리석은 2006년 대리석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로 수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품질이 우수한 정선 대리석은 광화문역뿐만 아니라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포국제공항 등에도 사용됐다. 또 국보 제86호인 경천사 십층석탑 보수에도 쓰였다. 정선 대리석은 한때 값싼 중국산과 인조 제품에 밀려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자체 상품 등을 개발하면서 정선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영식 정선대리석(주) 대표는 G1 방송에 "전 세계에서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한류 문화가 발전하는 것처럼, 대리석도 그에 못지않게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리석은 고급 건축 자재를 대표하는 천연 석재다. 석회암이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다시 결정화된 변성암으로 표면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무늬와 은은한 광택이 큰 특징이다. 같은 산지에서 채석된 대리석이라도 결의 방향, 색의 농도, 무늬의 흐름이 모두 달라 똑같은 질감이 반복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리석은 공간의 분위기와 품격을 결정하는 재료로 여겨져 왔다.
대리석은 오래전부터 궁전, 성당, 박물관, 고급 주택, 호텔 로비 등에 널리 쓰였다. 흰색, 회색, 베이지색, 검은색, 녹색, 붉은색 등 색상이 다양하고 그 안에 흐르는 결 무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인공 자재로는 내기 어려운 깊이감을 만든다. 특히 넓은 바닥이나 벽면에 사용하면 공간이 한층 밝고 웅장해 보이며 계단이나 기둥, 욕실, 주방 상판, 테이블, 조각품 등에도 활용된다.
대리석의 가장 큰 장점은 고급스러운 외관이다. 표면을 연마하면 부드러운 광택이 살아나고 빛을 은근하게 반사해 실내를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로 바꿔준다. 무늬가 지나치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기 때문에 클래식한 인테리어는 물론 현대적인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흰색 계열 대리석은 깨끗하고 넓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 어두운 계열 대리석은 묵직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내구성도 대리석의 중요한 장점이다. 천연 석재인 만큼 적절하게 시공하고 관리하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바닥재로 사용할 경우 생활 하중을 견디는 힘이 좋고 벽면이나 장식재로 쓰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유행을 타지 않는다. 오래된 건축물에서 대리석 마감이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 있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미세한 변화 역시 자연석 특유의 멋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리석은 열을 비교적 잘 견디고 차가운 촉감을 유지하는 성질도 있다. 여름철에는 표면이 시원하게 느껴져 바닥재로 선호되며 주방이나 욕실처럼 온도 변화가 있는 공간에서도 고급스러운 마감 효과를 낸다

대리석은 관리 측면에선 정기적인 청소와 보호 처리가 중요하다. 대리석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있어 오염물이 스며들 수 있다. 특히 산성 물질에 약해 관리가 필요하다. 커피, 와인, 식초, 과일즙 같은 액체가 오래 닿으면 얼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바로 닦아내는 게 좋다.
대리석에 전용 코팅이나 실러 처리를 하면 오염과 변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청소할 때는 강한 산성 세제나 거친 수세미보다 중성 세제와 부드러운 천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흠집이나 광택 저하는 전문 연마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천연 대리석의 분위기를 살린 인조 대리석이나 세라믹 타일도 많이 쓰이지만 자연에서 캐낸 천연 대리석만의 깊은 무늬와 질감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자연이 오랜 시간 만들어낸 결을 그대로 담고 있어 공간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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