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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의 유명 관광지 바레나가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객 행동을 대폭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한다.
마을 안에서 상의를 벗거나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다 적발되면 최대 200유로(약 35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주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가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바레나는 최근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혼잡과 소음, 주민 불편이 심화되자 새로운 관광 질서 규정을 마련했다. 코모호수에 위치한 바레나는 연중 상주 인구가 약 650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탈리아 대표 휴양지 가운데 하나다.

새 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복장 제한이다. 앞으로 관광객은 호숫가 해변이나 보트 위를 제외한 마을 내부에서 상의를 벗거나 수영복 차ㅁ림으로 돌아다닐 수 없다. 식당이나 카페, 상점, 광장, 교회 등 공공장소를 이용할 때에는 일반적인 외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유로에서 최대 2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 돈으로 약 9만원에서 35만원 수준이다. 바레나 당국은 관광객의 자유로운 여행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일상을 보내는 생활 공간이라는 점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체 관광객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관광객 단체는 최대 25명까지만 함께 이동할 수 있으며, 좁은 골목길이나 자갈길을 장시간 점유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특히 단체 관광객이 한곳에 오래 머물면서 다른 방문객과 주민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관광 가이드의 확성기 사용도 금지된다. 관광 성수기에는 가이드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소음이 커지고 주민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바레나는 이러한 생활 소음을 줄여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우로 만초니 바레나 시장은 "바레나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아름다운 마을"이라면서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대규모 관광에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관광객을 환영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관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레나의 이번 조치는 최근 유럽 전역에서 확산하는 오버투어리즘 대응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유명 관광지에는 관광객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음과 쓰레기, 교통 혼잡, 주거 환경 악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각국 지방정부가 규제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비슷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남부 휴양도시 소렌토는 2022년부터 수영복 차림이나 상의 탈의 상태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행위를 도시 품위를 해치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휴양지라도 해변을 벗어난 도심에서는 기본적인 복장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2023년에는 리구리아주의 고급 휴양지 포르토피노도 관광객이 특정 전망대나 포토존을 장시간 점유하면서 혼잡을 유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역을 '대기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셀카를 찍기 위해 오래 머무르는 행위를 제한하는 조치로 해석됐다.
한편 바레나가 관광객 규제를 강화한 배경에는 최근 유럽 전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름철마다 관광객이 몰리는 이탈리아는 올해도 40도 안팎의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관광객과 주민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된 강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이탈리아 곳곳에는 폭염 경보가 발령됐으며, 일부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9~40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폭염은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연이어 이상 고온 현상을 겪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일부 지역 기온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학교 휴교와 전력 공급 차질이 발생했고, 폭염과 관련된 사망 사례도 보고됐다. 유럽 각국은 야외 활동 자제와 고령층 보호를 위한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기온 상승은 산불 위험도 크게 높이고 있다. 폭염으로 숲과 초지가 빠르게 건조해지면서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발칸반도 곳곳에서는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이미 예년 평균을 크게 웃도는 면적이 산불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산불 확산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폭염은 관광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낮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로마의 콜로세움, 피렌체, 베네치아, 코모호수 등 유명 관광지에서는 한낮 야외 관광을 피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일부 관광지는 냉방 쉼터를 확대하고 식수 공급 시설을 늘리는 등 온열질환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현지 당국도 관광객들에게 충분한 수분 섭취와 모자 착용, 장시간 야외 활동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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