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초비상…태풍 '바비' 비구름 유입, 급변한 한국 날씨 상황

중국 대륙을 초토화한 태풍 '바비'의 잔재가 한반도로 방향을 틀면서 14일 늦은 오후부터 수도권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직장인들이 사무실을 나서는 퇴근 시간대와 맞물려 우산 없이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강풍에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자료 사진 / 뉴스1

기상청에 따르면 바비는 13일 오후 3시를 기해 중국 내륙에서 태풍 지위를 완전히 잃고 열대저압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몸집을 줄였을 뿐 품고 있던 수증기량은 그대로다. 이 열대저압부는 14일 오전 평양 상공을 지나 오후에는 평양 서남서쪽 해상으로 빠져나간 뒤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을 전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서해상의 비구름대를 자극해 한반도 중부권 전역에 강한 비를 뿌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서해 5도에는 이미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서해상에서 유입된 비구름이 수도권 방향으로 북상하면서 늦은 오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밤이 깊어질수록 빗줄기가 거세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즉 출근길보다 퇴근길이 훨씬 위험하다는 얘기다.

강수량 예보도 만만치 않다.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내륙에는 밤사이 시간당 30~50㎜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누적 강수량은 1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을 포함한 나머지 수도권과 충북 북부, 전북 지역에도 시간당 20~3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릴 전망이다.

비만 문제가 아니다. 곳곳에서 순간풍속 초속 20m를 넘나드는 강한 바람이 예고돼 일부 지역에는 강풍특보가 추가로 발령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 바비에서 약화된 열대저압부가 접근하면서 비구름대가 14일부터 15일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야간 취약시간대에는 강풍을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풍으로 낙하물이 쓰러지거나 부러진 나무에 의한 피해가 우려되니 보행자와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장 위험한 시간대는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사이로 꼽힌다.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으로 비가 몰리면서 강약을 반복하는 소나기성 강수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변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도 "일부 중부지방에는 짧은 시간 동안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밝히며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의 시간당 최대 50㎜ 집중호우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역별 예상 강수량을 보면 서울·인천·경기는 30~100㎜(경기 북부 최대 120㎜ 이상), 강원 내륙·산지는 30~80㎜(강원 북부내륙 최대 100㎜ 이상), 강원 동해안은 5~40㎜, 대전·세종·충남·충북·전북은 30~80㎜, 광주·전남과 제주도는 20~60㎜,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울릉도·독도는 5~40㎜ 수준이다.

호우가 쏟아지는 도심 / 뉴스1

퇴근길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도로 위 수막현상으로 인한 미끄러짐 사고 위험이 커지는 만큼 지하차도 진입은 피하는 게 좋다. 이미 물이 찬 도로에 차량이 있다면 감전이나 시동 꺼짐 현상도 주의해야 한다. 계곡 등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던 피서객들은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에 대비해 서둘러 대피해야 하고, 강풍에 따른 항공기 결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안가에서는 너울과 강풍이 겹치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접근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는 15일 새벽 북서쪽 지역부터 차츰 그칠 전망이다. 다만 비가 그친다고 더위까지 물러가는 건 아니다. 습한 공기가 다시 유입되면서 폭염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15일 서울의 체감온도는 32도 안팎까지, 경북 포항은 3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6일부터는 정체전선, 이른바 장마전선이 서쪽에서 다시 살아나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17일에는 충청권까지 비구역이 넓어지고, 주말인 19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이 다시 비구름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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