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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닮아 말투가 저럴까." 자녀의 말버릇을 지적하다가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그런데 전문가의 답은 뼈아프다. 아이의 말투를 보면 부모의 지능이 보인다는 것이다.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부모와 아이를 만나온 이호선 교수는 아이의 언어 습관 속에 부모의 학력, 어휘 수준, 가정의 격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아이의 말투가 왜 부모의 거울인지, 부모의 언어가 어떻게 아이의 지능을 결정하는지 다섯 가지 핵심으로 정리했다.

아이가 본격적인 사회화를 거치기 전에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은 부모가 집에서 쓰는 단어들의 총합과 거의 일치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이의 언어 세계를 채우는 유일한 공급원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쓰는 어휘의 수준, 금지어의 유무, 비속어 사용 빈도까지 모두 가정에서 오간 말의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 눈에는 이 인과관계가 수치로 확인된다. 아동 상담 후 부모 상담을 이어서 진행해보면, 약 80~90%의 확률로 아이의 언어와 태도가 부모의 실제 언어 습관 및 소통 방식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열에 여덟, 아홉은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곧 부모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거친 말투를 학원이나 친구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물론 또래 집단의 영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사회화 이전 시기, 즉 언어의 기초 골격이 만들어지는 시기의 어휘와 표현은 부모에게서 온다. 친구에게 배운 유행어는 표면의 장식일 뿐, 문장을 구성하는 방식과 감정을 표현하는 틀은 이미 가정에서 완성돼 있다는 얘기다.

이호선 교수는 "언어는 지능의 꽃"이라고 표현한다. 아이가 사용하는 어휘의 논리성, 정확성, 그리고 상황에 딱 맞는 단어를 고르는 적확성을 보면 그 아이의 지능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능의 토대가 바로 부모의 언어 습관이다.
여기서 많은 부모가 궁금해하는 지점이 있다. 지능은 타고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심리학은 인간의 지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유동적 지능이다. 태어날 때 갖고 나오는 선천적 지능을 말한다. 흔히 '머리가 좋다, 나쁘다'고 할 때 떠올리는 그 지능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 선천적 지능은 성인이 되는 20세 전후를 지나며 삶의 여러 풍파를 겪는 과정에서 대부분 평준화된다. 좋은 머리를 타고난 차이가 생각만큼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둘째는 결정적 지능이다. 지식, 경험, 사회화 과정을 통해 삶 전반에 걸쳐 점점 좋아지고 확장되는 지능이다. 진짜 승부는 여기서 갈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 결정적 지능을 확장하는 핵심 도구가 바로 언어다.
아이는 스스로 언어를 창조하지 못한다. 부모가 들려주는 수준 높은 표현, 풍부한 어휘, 다정한 대화를 들으며 자신의 언어 세계, 곧 지능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부모가 집에서 쓰는 어휘가 500개인 가정과 5000개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언어 세계가 같을 수 없는 이유다. 타고난 머리는 시간이 지나며 비슷해지지만, 부모가 물려준 언어의 크기는 아이의 결정적 지능이 자랄 수 있는 땅의 크기를 결정한다.

말투와 언어 습관은 단순한 단어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결정하는 '분화도'와 직결된다. 분화도가 높다는 것은 곧 이성적, 논리적 지능이 높다는 의미다.
개인 분화도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얼마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가를 나타내는 척도다. 개인 분화도가 높은 부모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조리 있고 정확한 언어로 문제를 소통한다. 반대로 분화도가 낮은 부모는 갈등 상황에서 언성부터 높이고, 논리 대신 감정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가족 분화도는 구성원 개개인의 분화도 평균값이다. 부모가 논리적인 언어로 소통할 때 가족 전체의 분화도 평균이 올라가고, 그 안에서 자란 아이 역시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지능을 물려받는다. 부부싸움을 할 때 서로에게 어떤 말을 던지는지, 아이가 잘못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지적하는지가 아이의 문제 해결 지능을 만드는 교재가 되는 셈이다.
집에서 소리부터 지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학교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로 풀어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이는 부모가 보여준 방식 그대로 세상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이 슬픔, 서글픔, 억울함처럼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줄 몰라 "짜증 나!"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려 말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어휘력 문제로 보이지만, 이 역시 뿌리는 부모에게 있다. 부모가 감정을 세분화해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호선 교수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감정 문해력이다. 감정 문해력 역시 지능이다. 자기 감정을 정교한 단어로 분리해 설명할 수 있는 아이가 타인의 감정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이것이 사회적 지능의 기초가 된다.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운 아이는 대인관계에서도 강하다.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적 소모를 줄일 수 있어 대인관계 지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한다. "네가 나를 무시해서 화가 났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와 무작정 짜증만 내는 아이 중 누가 친구 관계를 잘 풀어가겠는가.
그렇다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이가 울거나 짜증을 낼 때 "네가 지금 화가 난 거니, 슬픈 거니, 아니면 서운한 거니?"와 같이 구체적인 감정 단어를 제시해주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건넨 단어를 통해 자기 안의 감정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그렇게 어휘가 확장될 때마다 감정을 다루는 지능도 함께 자란다.

이호선 교수의 조언 중 가장 뼈아픈 대목은 사랑의 방식에 관한 것이다. "차갑게 사랑해 본 적이 없는 자는 반드시 아이의 교육을 망친다"는 말이다. 무조건적인 허용과 절제 없는 사랑은 아이를 망친다. 아이가 부모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이른바 '호구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립성과 사회 지능을 잃어버린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등장한다. 양육은 시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유전자를 물려주는 '낳은 정'보다, 부모와 함께 규칙을 세우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기른 정'이 아이의 잠재적 지능 발달에 훨씬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훈육이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울타리를 치는 일이다. 문제는 부모의 감정에 따라 이 말뚝이 흔들릴 때다. 어제는 괜찮다고 했던 일을 오늘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혼낸다면, 아이는 불안을 느끼고 인지적 안정감을 얻지 못한다. 규칙이 예측 가능해야 아이의 지능이 안정적으로 자란다는 얘기다.
부부싸움도 마찬가지다. 싸움 자체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아이 앞에서 화해하는 과정을 정직하고 담백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우리는 싸웠지만 이렇게 화해했고, 앞으로도 안전한 울타리가 돼줄 거야"라는 안심을 줄 때, 아이는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지능과 정서를 안정적으로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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