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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와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열매가 있다.

검은 빛깔의 산딸기, 복분자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열매는 예로부터 기력을 북돋우는 대표 식품으로 꼽혀왔는데, 그 효능과 이름의 유래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얽혀 있다.
복분자(覆盆子)라는 이름은 한자로 '엎을 복(覆)', '항아리 분(盆)', '아들 자(子)'를 쓴다. 직역하면 '항아리를 엎는 열매'라는 뜻이다. 이 이름에는 지금도 전북 고창 선운사 인근에서 전해지는 옛이야기가 얽혀 있다. 몸이 허약한 아들을 둔 노부부가 근심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이 집을 지나던 선운사의 한 스님이 인근 산에 열리는 검은 산딸기를 따 먹여보라고 일러줬다. 열흘간 그 열매의 즙을 먹인 아이는 몰라보게 건강해졌는데, 힘이 넘친 나머지 소변을 볼 때마다 요강이 뒤집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를 본 스님이 "내가 가르쳐 준 것이 복분자가 되었구나"라며 웃었다는 데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명나라 본초학서인 『본초강목』에도 비슷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책은 복분자를 복용하면 소변 줄기가 세져 요강을 엎을 정도가 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다만 열매의 씨앗이 엎어놓은 항아리 모양과 닮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함께 전해진다. 어느 쪽이든 복분자가 예로부터 원기를 북돋우는 열매로 여겨져 왔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복분자는 흔히 남성 기력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효능은 훨씬 다양하다. 『동의보감』에는 신장의 정기가 허약해진 것을 보하고 성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과 함께, 여성의 임신을 돕고 피부를 곱게 만들어 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본초강목』과 『의학입문』에도 여성이 복분자를 자주 섭취하면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실제로 전북대 연구팀이 실험용 쥐에게 복분자즙을 5주간 투여한 결과,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6배가량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눈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에는 복분자가 간을 보해 눈을 밝게 하고 안구 질환을 예방한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여기에 복분자가 익으며 검게 변할 때 풍부해지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 혈액순환을 도와 탈모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복분자는 성질이 따뜻한 열매라,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과다 섭취하면 복통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체질이라면 하루 섭취량을 120g, 한 컵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하루 240g, 두 컵 정도가 적당한 섭취량으로 권장된다.
복분자를 고를 때는 단단하고 무른 부분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 좋다. 검은빛이 진하게 돌수록 잘 익은 열매다. 구매 후 바로 먹지 않는다면 씻지 않은 채로 냉동 보관하는 것이 요령이다. 물에 씻으면 과즙이 함께 빠져나가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얼리면 오히려 안토시아닌 농도가 진해져 체내 흡수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새콤달콤한 맛을 살려 화채나 요플레 쉐이크로 즐기는 것이 대표적이고, 즙을 내 마시거나 술로 담가 먹는 방법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잼으로 만들어 빵에 발라 먹어도 좋다. 신맛이 부담스럽다면 플레인 요거트에 섞어 먹으면 신맛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전북 고창은 복분자 산지로 유명해, 고창 복분자와 고창 복분자주가 나란히 지리적 표시제 품목으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여름철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요즘, 이름값을 하는 열매 복분자로 건강한 여름을 준비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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