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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수산 코너에 참치회 한 접시가 놓여 있다. 가격표에 찍힌 숫자는 5만9800원. ‘이 돈 주고 회를 산다고?’란 생각이 나올 법한 금액이다. 그런데 회 접시를 저울에 올리면 비싸다는 첫인상이 뒤집힌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산물 전문가 중 하나인 김지민씨가 자신의 채널 '입질의추억TV'에서 롯데마트에서 산 참치 뱃살 모듬회를 놓고 비싼지 싼지 따져봤다. 접시에는 붉은 속살 없이 기름이 잔뜩 오른 뱃살만 그득했다. 원양산 참다랑어였다.
김씨는 눈대중 대신 저울부터 꺼냈다. 회를 얼마에 샀는지가 아니라 몇 그램을 샀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접시에 담긴 회의 무게는 391g. 회 1인분을 보통 200g으로 잡으면 넉넉한 2인분, 곧 1인분에 약 3만원꼴이다. 붉은살도 아닌 뱃살만 모아 담은 구성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한 축에 든다는 게 김씨 판단이다. 사진을 받아 본 30년 경력의 참치회 전문 셰프도 "18점, 무게 450g 안팎이면 6만원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거들었다.
참치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어종에 따라 급이 갈린다. 가장 고급은 참다랑어이고, 그다음이 눈다랑어, 대중적인 황다랑어 순이다. 가다랑어는 대개 통조림용으로 쓰여 횟감으로는 잘 오르지 않는다. 눈다랑어와 황다랑어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눈다랑어가 조금 더 기름지고 값도 높다. 참다랑어는 가장 고급 참치다. 과거엔 비싼 음식점에서만 재료로 썼지만, 참다랑어 양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는 마트에서도 양식 참다랑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참다랑어 중에서도 몸집이 가장 큰 북방참다랑어는 혼마구로로 불린다. 일본 도쿄 수산시장 경매에서 한 마리가 34억7000만원에 낙찰된 적도 있을 만큼 몸값이 높다.
부위에 따라서도 값이 크게 벌어진다. 머리에 가까운 대뱃살은 이른바 오토로다. 한 마리에서 5%가량밖에 나오지 않는 최고급 부위다. 지방이 그물처럼 촘촘히 낀 이 부위는 입에서 녹는 식감으로 값이 매겨진다. 아가미 쪽 뱃살인 배꼽살도 별미로 꼽힌다. 지방이 적은 붉은살은 담백한 맛을 낸다. 다만 생물 오토로는 원가보다 싸게 파는 이른바 출혈 상품인 경우가 많은 까닭에 오마카세 전문점이 아닌 일반 초밥집에서는 냉동 참다랑어 뱃살을 해동해 쓰는 경우가 흔하다. 같은 참다랑어라도 대뱃살은 붉은살보다 열량이 두 배를 훌쩍 넘길 만큼 기름지다.
마트가 참치회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민 횟감'인 광어와 연어 몸값이 뛸 때 상대적으로 시세 변동이 적은 참치가 대체 횟감으로 떠오른다.
전표에 적힌 참다랑어는 자연산이 아니라 양식, 이른바 축양 참치일 가능성이 크다. 지중해 연안의 몰타와 튀르키예,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는 가두리에 참다랑어를 가둬 사료로 살을 찌운다. 이렇게 키운 참치는 같은 크기라도 자연산보다 지방이 훨씬 많다.
마트에서 참치회나 초밥을 고를 때도 몇 가지만 살피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색이 거뭇하게 변한 갈변 조각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마블링은 한쪽에 굵게 뭉친 것보다 한우처럼 전체에 그물망으로 고루 퍼진 편이 낫다. 하얀 힘줄이나 섬유질이 굵게 박힌 조각은 입안에 질기게 남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뱃살은 면적이 넓은 조각일수록 대체로 더 좋은 부위다. 김씨는 오후 마감 시간대에 마트에 가면 이런 회나 초밥이 40% 안팎 할인가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소비자 팁으로 곁들였다. 실제로 이번에 함께 산 참치·연어 초밥 10점은 원래 1만5800원이던 것이 9900원으로 내려가 있었다.
맛을 보니 기름기가 상당했다. 와사비를 듬뿍 올려도 매운맛이 기름에 눌려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일부 조각은 섬유질 탓에 오래 씹어야 했다. 뱃살에 낀 지방층은 손질 과정에서 얼마나 깎아내느냐에 따라 식감이 달라지는데, 이 상품은 조각마다 지방을 남긴 정도가 제각각이었다. 흰 지방이 많이 붙은 부위는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있어 호불호가 갈린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함께 담긴 참치·연어 초밥은 눈다랑어로 추정되는 참치와 노르웨이산 연어로 구성돼, 뱃살회보다 한결 담백했다. 김씨는 이런 기름진 회에는 소주나 청주, 사케 같은 술이 사실상 필수라고 했다. 기름기를 씻어내려야 비로소 맛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총평은 갈렸다. 무게를 따지면 가성비가 뛰어나지만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가성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모듬 참치회는 붉은살부터 중뱃살, 대뱃살까지 지방이 적은 부위에서 많은 부위로 옮겨가며 먹는 맛이 있는데, 이 상품은 뱃살 일색이라 그런 재미가 없다. 김씨는 기름진 회를 좋아하고 술을 곁들일 사람에게 어울리는 상품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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