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골면서 자고 있었는데..." 남다른 눈썰미로 친구 목숨 구한 고등학생

수업 도중 심정지 상태에 빠진 고등학생이 교사와 같은 반 학생들의 신속한 응급처치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보건교사의 정확한 판단과 교사의 심폐소생술(CPR), 학생의 자동심장충격기(AED) 확보가 맞물리며 생명을 살린 대표적인 응급구조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오후 3시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 A군이 책상에 엎드린 채 코를 고는 듯한 호흡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처음에는 단순히 잠든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A군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도 벽에 몸을 기댄 채 정상적이지 않은 호흡을 이어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같은 반 학생은 단순한 코골이가 아니라는 점을 직감하고 즉시 교사에게 상황을 알렸다.

교사는 학생의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보건교사와 다른 교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보건교사는 학생의 얼굴색과 호흡 상태를 확인한 뒤 심정지로 판단했고, 다른 교사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같은 반 학생 가운데 한 명은 학교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신속하게 가져왔다.

교사와 학생들의 침착한 응급처치가 이어진 끝에 A군은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고, 이후 의식을 회복해 대화가 가능한 상태까지 호전됐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학생의 과거 심장질환 수술 이력을 고려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며, 치료를 받은 학생은 건강을 회복해 정상적으로 학교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례는 심정지 환자에게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창원소방본부는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한 보건교사와 교사, 학생 등 모두 4명에 대해 '하트세이버(Heart Saver)' 인증을 신청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트세이버는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나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등 적절한 응급처치를 실시해 생명을 구한 시민과 공무원에게 심의를 거쳐 수여하는 공식 인증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그냥 코 고는 것 같았는데…"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이상 호흡'

이상 호흡은 겉으로는 코를 고는 것처럼 들리거나, 숨을 힘겹게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가 나기도 해 주변 사람들이 단순한 수면이나 실신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호흡이 아니라 뇌와 심장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응급 신호다. 이런 호흡이 보인다면 "숨을 쉬고 있으니 괜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즉시 심정지를 의심해야 한다.

이상 호흡은 규칙적으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몇 초 간격으로 갑자기 크게 들이마시거나, 컥컥거리거나, 코를 고는 듯한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숨을 쉬는 횟수도 매우 적고 가슴이 정상적으로 오르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식이 없는데도 이러한 호흡이 보인다면 정상 호흡으로 판단하지 말고 응급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4~6분 정도만 지나도 뇌 손상이 시작될 수 있다. 시간이 더 길어질수록 생존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회복하더라도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심정지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 도착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 얼마나 빨리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느냐다.

대한심폐소생협회와 응급의학계는 의식이 없고 정상적인 호흡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즉시 119에 신고한 뒤 가슴압박을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 맥박을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보다 의식과 호흡만 확인한 뒤 심정지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더 안전한 방법이다.

가슴압박은 가슴 중앙, 정확히 흉골 아래쪽 절반 부위를 양손으로 겹쳐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강하고 빠르게 눌러야 한다. 성인의 경우 약 5~6cm 깊이까지 압박하는 것이 권장된다. 중요한 것은 중간에 불필요하게 멈추지 않는 것이다. 갈비뼈가 부러질까 걱정해 압박을 약하게 하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존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인공호흡까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이 아닌 일반 구조자는 인공호흡보다 가슴압박을 지속하는 '가슴압박 소생술'만 실시해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 국내외 심폐소생술 지침이다. 119 상황실도 전화로 가슴압박 방법을 안내하기 때문에 당황하지 말고 안내를 따르면 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자동심장충격기(AED)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AED는 심장이 정상 리듬을 잃었을 때 전기충격을 통해 정상 박동을 회복하도록 돕는 장비다. 기계가 스스로 심장 리듬을 분석하기 때문에 의료인이 아니어도 음성 안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환자에게 전기충격이 필요한 상황인지도 기계가 자동으로 판단하므로 사용자가 임의로 결정할 필요는 없다.

학교와 공공기관, 지하철역, 공항, 대형마트, 체육시설, 공동주택 등에는 AED가 설치된 곳이 많지만, 정작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평소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건물에서 AED 위치를 한 번쯤 확인해 두는 것만으로도 응급상황에서 귀중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최초 발견자의 판단도 생명을 좌우한다.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는데 코를 고는 듯한 소리가 들리거나 비정상적으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보인다면 단순히 잠을 자는 것으로 여기지 말고 즉시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고 정상적인 호흡이 아니라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고 주변 사람에게 AED를 가져오도록 요청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