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넘어 일본까지 싹쓸이… 세대 불문하고 폭발적 인기끌고 있는 '뜻밖의 장난감'

말랑한 물체를 누르고, 주무르고, 부수는 '촉감 장난감'이 한국과 일본에서 세대를 넘나드는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왁스로 코팅된 클레이를 깨뜨리는 '왁뿌볼'이, 일본에서는 부드럽게 눌렀다 되돌아오는 '스퀴시'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퀴시 자료사진. / Jo Warm Style-shutterstock.com

왁뿌볼은 말랑한 클레이 겉면에 왁스를 코팅해 굳힌 뒤, 손으로 왁스 층을 부술 때 나는 소리와 촉감을 즐기는 제품이다. 지난해 말부터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정작 열광하는 쪽은 초등학생이 아니라 20~30대 성인이다. 서울 창신동 완구거리에는 주말 오전부터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배우와 아이돌이 제품을 부수는 영상이 SNS에서 퍼지며 유행에 불을 지폈다.

가격은 개당 2000~4000원 선의 저렴한 일회용품이지만,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가격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 일대 문구점을 조사한 결과 같은 제품이 매장에 따라 5000원부터 1만원까지 두 배 넘게 차이 나는 경우도 확인됐다. 가격 모니터링 체계가 없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조사 대상 15종 가운데 KC 인증 표시가 된 제품은 3종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성분 표기는 부실했다. 상당수가 중국산이었고, 인증이 없는 제품 상당수는 '14세 이상 사용'으로 분류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연령 확인 없이 어린이에게도 판매되고 있었다. 왁뿌볼은 한 번 부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라는 점도 환경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촉감 완구 열풍은 감이 아니라 수치로도 확인된다. 검색량부터 심상치 않다. 키워드 분석 서비스 블랙키위에 따르면 지난 5월19일부터 6월17일까지 한 달간 네이버 내 '키캡' 검색량은 20만1000건, '왁뿌볼'은 17만2400건, '말랑이'는 12만7000건에 달했다. 온라인 거래액 증가폭은 더 가파르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 지난 6월 한 달간 '말랑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28% 급증했고, 검색량도 281.6% 늘었다. 앞서 지그재그 집계에서도 5월 말랑이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SNS 캡처.

오프라인 상권 변화도 뚜렷하다. 소상공인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완구거리가 있는 서울 창신1동의 문구·회화용품 소매업 월평균 매출은 올해 2월 1124만원으로, 지난해 11월(835만원)보다 약 34% 늘었다. NH농협은행이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는 지난해 2030세대의 완구 관련 지출이 전년 대비 2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편의점 업계까지 가세했다. GS25는 '왁뿌' 감성을 접목한 디저트 '초뿌볼(딸기&복숭아맛)'을 출시해 12일 만에 누적 판매량 1만개를 넘겼고, 세븐일레븐도 '제주감귤왁뿌볼'을 새로 선보였다. 완구거리 초입에서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말랑이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열릴 정도로, 업종을 불문한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인기의 배경에는 '작은 보상형 소비' 심리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업과 직장, 육아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더해 디지털 기기로 항상 연결돼 있다는 압박감이 커진 상황에서, 몇천 원짜리 물건을 누르거나 부수는 짧은 행위로 즉각적인 기분 전환을 얻으려는 소비 패턴이라는 것이다. 딸깍거리는 타건감을 강조한 키캡 완구가 함께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피젯 토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억100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95억7000만달러, 2034년에는 176억5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7.9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스퀴시 또한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손으로 눌렀다 놓으면 천천히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고 이를 반복해서 만지며 즐기는 제품이다. 소비층의 중심은 초등학생, 특히 여자아이들이다. '메로조이' 같은 신흥 브랜드가 등장하며 수집 열기까지 더해지고 있다. 가격대는 편의점·잡화점 기준 300엔대 저가 상품부터 시작해, 캐릭터 협업 상품이나 희소성 있는 디자인은 수천 엔대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왁뿌볼과 스퀴시 모두 안전성 논란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일부 장난감에서는 유해 물질이 검출되기도 하며 소비자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러한 장난감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검출 여부와 성분 표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안전성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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