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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한 40대 남성 유족이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낸 피해보상 소송에서 항소심까지 승소했다.
법원은 기저질환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곧바로 부정할 수 없으며, 백신이 질환을 자연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면 국가가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소송에서 항소심도 승소했다. 법원은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백신 접종이 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9-1부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숨진 A씨의 유족이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동일하게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이 내린 피해보상 거부 처분은 취소됐다.
이번 사건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사망과 기저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A씨는 2021년 12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약 2시간 만에 쓰러졌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됐고, 이듬해 1월 결국 숨졌다.
유족은 백신 접종이 사망 원인이 됐다며 질병관리청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두개내출혈이며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질병관리청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모야모야병이라는 기저질환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사실만으로 예방접종과 사망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에 모야모야병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백신이 해당 질환을 자연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만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도 백신 접종이 상태를 악화시켜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면 예방접종 피해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이 이미 충분한 임상자료를 통해 안전성이 인정된 만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을 별도로 마련해 이상반응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당시 백신의 안전성이 완전히 확립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관련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인과관계를 일률적으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관련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다른 논거보다 우월한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의 판단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는 국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진료비와 장애, 사망 등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모든 이상반응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예방접종과 건강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심사한 뒤 보상 여부가 결정된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피해보상에서는 기저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보상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기저질환의 존재 자체보다 백신이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가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방접종 피해보상은 단순히 사망 사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예방접종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이상반응이 발생한 경우에는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장애가 남았을 경우에는 장애일시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 사망이 인정되면 사망일시보상금과 장제비 등이 지급 대상이 된다. 다만 이러한 보상은 모두 예방접종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예방접종 피해 여부는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판단된다. 위원회는 의료기록과 검사 결과, 기저질환 유무, 접종 이후 증상 발생 시점, 국내외 의학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접종 직후 증상이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기저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처럼 비교적 새로운 백신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 결과가 계속 축적되고 의학적 판단 기준도 변화해 왔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이상반응 감시체계를 운영하며 국내외 사례를 지속적으로 분석했고, 일부 이상반응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이 새롭게 인정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백신의 안전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피해보상 심사에서는 기저질환만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인과관계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법원은 백신이 기존 질환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보다 악화시켜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 피해보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질병관리청의 피해보상 거부 처분은 결국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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