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이제 살처분하자" 주장 두고 정면충돌

길고양이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유튜버 김어진 씨의 주장을 두고 찬반이 격렬하게 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감정이 아니라 과학과 제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옹호론이, 다른 쪽에서는 "특정 동물과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를 세탁하는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자연 생태 유튜브 채널 '새덕후'를 운영하는 김 씨는 본래 한반도 야생 생태계에 없던 외래종인 고양이가 한반도에서 천적 없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며 멸종위기종과 철새를 사냥하고 있다고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에서 집중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뿔쇠오리가 사는 제주 마라도에서 길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실태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김 씨는 정부의 중성화 사업(TNR)에 대해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도심 먹이 주기 금지를 우선 대안으로 제시하고 입양되지 않는 개체의 살처분(안락사)을 병행하자고 했다. 다만 "포획은 국가가 나서서 할 일이지 개인이 나서면 동물학대"라고 선을 그었다. 김 씨는 SBS 유튜브 채널 '지식의 발견'에도 출연해 같은 주장을 펴는 한편 길고양이 무단 급식 제한 등을 담은 국민동의청원도 올렸다.

옹호론에 힘을 실은 대표적 글은 김재현 연합뉴스 기자가 쓴 칼럼 '캣맘은 왜 공감을 잃었나'다. 김 기자는 캣맘을 "풍요의 시대가 만든 현상"으로 규정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퍼지면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선한 시민으로 받아들여졌지만, 2010년대 들어 울음소리와 악취, 차량 훼손, 생태계 교란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면서 이들이 주민 갈등의 당사자가 됐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캣맘이 공감을 잃은 이유를 "선의와 책임의 분리"에서 찾았다. 길고양이를 가족처럼 아낀다면서도 집으로 데려가 끝까지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고, 선행의 만족은 개인이 얻는 반면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비용은 공동체가 부담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양이가 아기를 닮은 외형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원래 밖에서 사는 동물"이라는 인식 탓에 직접 키우지 않아도 된다는 자기 합리화가 쉽다며 "가장 적은 책임으로 가장 큰 도덕적 만족을 얻기 쉬운 대상"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개인이 선행이라고 여기는 것이 공공의 규칙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공공장소는 누구의 선의로도 사유화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을 물어 죽인 개 앞에서도 "죄가 없다"며 공권력을 비난하는 세태를 언급하며 "먹고살 만한 나라가 되면서 공공의 안전보다 동물에 대한 개인 감정을 우선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썼다.

반발도 거세다. 박태훈 청년오늘연구소장은 30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 기자 칼럼을 겨냥해 "남초 커뮤니티에서 굳어진 혐오 담론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언론 칼럼으로 세탁되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캣맘 상당수가 노후를 걱정하면서도 사료를 사고 시간을 들여 포획하며 수술비를 나눠 내는 중·노년 여성이라면서 이를 "풍요가 낳은 감성"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캣맘 활동을 사회복지 공백의 뒷수습이자 국가의 자원 배분 실패를 여성의 무급노동이 메우는 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캣맘이 "집으로 데려가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TNR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TNR은 길고양이를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중성화 후 방사해 개체 수가 자연 감소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며, 커버리지가 낮은 원인은 예산 부족이고 그 공백을 캣맘들이 사비로 메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급식소 위치를 정하고 포획틀을 놓고 마취 스케줄을 짜며 수술 후 회복을 관리하고 이웃·지자체와 협의하는 실제 활동을 "가장 적은 책임"으로 부르는 것은 여성의 노동을 감정으로 격하하는 오래된 습관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진짜 공공의 규칙이 필요한 곳은 브리더·펫샵 규제, 유기 처벌 강화, 유기묘 보호소, TNR 예산 확대라면서 거리에 고양이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으로 무분별한 공급과 유기를 지목했다. 그는 캣맘을 겨냥한 혐오 범죄 가해자의 심리를 분석한 박지선 교수의 견해를 인용하며 정작 자신은 돌봄을 받지 못하는데 동물이 돌봄을 받는 데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드러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일베폐쇄 서포터즈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보당 부대변인,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 청년진보당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남초 커뮤니티의 길고양이 혐오 담론을 다룬 이진(2022)의 연구를 들어 이 담론이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대한 반감, 남성성의 위기가 결합한 형태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털바퀴' 같은 노골적 혐오 표현이 일상어가 된 흐름을 짚으며 "동물에 대한 혐오는 사람으로, 그 사람이 속한 집단으로 번진다"고 경고했다. 이어 "새를 사랑한다면 고양이도 사랑하라"며 공존을 호소했다.

동물보호단체들도 맞섰다. 동물자유연대는 "고양이만 없어지면 모든 새가 번성할 수 있느냐"며 살처분보다 윤리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앞서 2023년 김어진 씨가 비슷한 주장을 폈을 때 반박 영상을 올린 바 있다. 목사이자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초록별평화연구소장도 "근원적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고 고양이만 이야기하는 것은 갈등을 조장하는 고양이 혐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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