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오이 사기 무서운데… 폭염 속 오히려 가격 내렸다는 '여름 제철 과일'  

대형마트 채소 코너 앞에 때 이른 '오픈런' 행렬이 생겼다. 폭염 특가 할인 소식에 손님들이 개장과 동시에 몰려든 것이다. 올여름 밥상 물가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시금치·오이 같은 잎채소는 한 달 새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뛴 반면, 수박과 복숭아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싸졌다.

이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모습. / 연합뉴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시금치 가격은 지난달 대비 101.64%, 오이는 83.34% 급등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시금치가 27.44%, 열무가 38.99% 뛰는 등 월말로 갈수록 상승 폭이 가팔라졌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는 올해 첫 폭염중대경보까지 내려졌다.

이 외에도 같은 기간 △열무(67.01%) △적상추(20.51%) △청상추(19.06%) △얼갈이배추(56.35%) 등 잎채소 가격이 일제히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잎채소는 넓은 잎 면적과 높은 수분 함량 탓에 날씨에 따른 생산량 증감폭이 크고, 저장성이 낮아 공급이 줄면 가격이 빠르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호우와 폭염이 겹친 복합재해가 생산량 감소로, 다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셈이다.

채소값 급등은 가공식품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잎채소 가격 상승과 맞물려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면서, 농식품부는 별도로 가공식품 물가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물가 충격, 1년 갈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고 본다. 폭염의 영향이 품목마다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최장 1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저소득 가구와 노인 가구는 채소류 지출 비중이 높아, 이번 물가 상승기에 다른 계층보다 체감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폭염에 따른 물가 상승이 본질적으로 수급 문제이며, 채소는 수입으로 대체하기도 어려운 품목이라고 짚었다. 기후위기에 강한 품종 개발과 스마트 농업 전환 등 구조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생육 관리와 소비 활성화, 출하 조절 등에 총 12억4,000만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세살수 장치와 차광도포제, 송풍팬 지원은 물론, 장마 뒤 병해충에 대비한 약제 할인 공급도 병행할 계획이다. 농정당국은 전날 여름철 농축산물 수급 안정대책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응 방안을 확정했다.

같은 폭염인데, 수박·복숭아는 웃는다

반면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과 복숭아는 정반대 흐름이다. 같은 이상기후라도 작물의 생육 특성과 재배 방식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수박을 고르고 있다. / 연합뉴스

복숭아는 전체 출하 시기가 지난해보다 5일가량 앞당겨졌고, 출하량도 약 21만 톤으로 평년보다 최대 7% 늘었다. 그 결과 가격은 지난달 대비 13.28%, 전년 대비로는 21.61% 떨어졌다.

수박 역시 출하 시기가 빨라지고 재배면적이 넓어지면서 공급이 안정됐다. 농업관측센터(KREI)의 '2026 과채 수급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경기·강원 지역의 수박 재배면적은 2010년 이후 각각 연평균 2.3%, 8.9%씩 늘었다. 지난해 수익성 기대에 따른 작목 전환과 하우스 재배 비중 확대까지 겹치면서, 올해 출하량은 전년보다 5.8%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폭염이 이어지고 성수기 수요가 몰리면서 수박 가격도 지난달 대비 5.3% 오르는 중이다. 그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약 27% 낮은 수준이다.

올해 과채류 가격이 유독 안정적으로 보이는 데는 지난해의 반작용도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폭염과 생육 부진으로 수박이 전년 대비 39.8%, 멜론이 20.2%, 참외가 16.0% 오르는 등 여름 과채류 전반이 두 자릿수 폭으로 뛴 바 있다. 올해는 이 기저효과에 출하량 회복까지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반대로 한우·삼겹살·계란 등 축산물은 생산 여건과 수요 영향으로 오름세를 지속해, 정부가 별도의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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