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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호 태풍 '돌핀'에 이어 제14호 태풍 '구지라'가 발생했다. 여기에 제15호 태풍 '찬홈'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이는 열대저압부까지 포착되면서 동아시아 해상에 태풍 활동이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14호 태풍 구지라는 5일 오전 3시쯤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 해상에서 만들어졌다. 중심기압은 998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초속 19m로 태풍 강도 '1'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강풍반경은 200㎞로 파악됐다. 이동 속도는 시속 5㎞로 매우 느린 편인데, 이날 오후부터는 진로를 동북동 쪽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세력이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구지라가 6일 오전까지 초속 19m 수준을 유지하다가, 오후 들어 중심기압 1000hPa, 최대풍속 초속 15m로 약해지며 태풍이 아닌 열대저압부로 세력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지라'는 일본이 제출한 이름으로 고래자리를 뜻한다.

구지라보다 앞서 발생한 제13호 태풍 돌핀은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서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5일 오전 9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1030㎞ 해상에 위치했으며,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초속 43m로 태풍 강도 '3'에 해당하는 강한 세력이다.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60m에 달하고, 중심 반경 185㎞ 이내는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이 부는 폭풍권에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돌핀은 오는 10일 오전 3시쯤 중국 상하이 남동쪽 약 530㎞ 해상까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부터는 일본 오키나와와 아마미 지방에 접근할 전망이어서 현지에서는 폭우와 강풍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고 있다. 오키나와를 지난 뒤에는 동중국해를 천천히 북서진하며 9일까지도 영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최근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구마모토현 등 규슈 지역에 태풍 피해가 겹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15호 태풍 '찬홈'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이는 제25호 열대저압부도 새롭게 포착됐다. 기상청은 5일 오전 11시 발표에서 이 열대저압부가 24시간 안에 태풍 찬홈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5일 오전 9시 기준 일본 도쿄 동남동쪽 약 3120㎞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중심기압 1000hPa, 최대풍속 초속 15m로 아직 태풍 발생 기준(초속 17m)에는 못 미치는 상태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에는 도쿄 동남동쪽 약 2670㎞ 해상에서 중심기압 998hPa, 최대풍속 초속 19m의 강도 1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이후 북쪽으로 이동하다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9일 오전 9시에는 도쿄 동쪽 약 1190㎞ 해상에서 중심기압 985hPa, 최대풍속 초속 27m의 강도 2까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은 찬홈이 10일 일본 북부 홋카이도 근해로 북상하는 흐름을 제시하고 있어, 기상청 공식 예보(10일 도쿄 동쪽 해상)와는 방향성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태풍이 세 개나 겹치는데도 정작 한반도는 이번에도 비켜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태풍 돌핀 이동 경로와 관련해 "올해 장마 기간 강수량이 적었던 남부 지방 입장에서는 오기를 바라는 태풍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 폭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 고기압 때문에, 북태평양고기압, 그다음에 그보다 더 상층인 티벳고기압 때문에 그걸 뚫지 못하고 올라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핀이 이대로 서쪽으로 이동해 대만 약간 위쪽 바다를 지나 중국 내륙에 상륙한 뒤 열대저압부 또는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약화된 뒤에도 온대저기압 형태로 많은 비를 몰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비구름이 어디로 향할지는 각국 예측 모델마다 전망이 갈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뿌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이 돼서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14호 태풍 구지라에 대해서도 "그게 우리나라 쪽으로 오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고 그냥 작은 태풍처럼 그 근처에서 있다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앞으로 생길 태풍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13호 돌핀에 이어서 이제 14, 15호 태풍들이 줄지어서 또 생길 텐데, 문제는 태풍이 아무리 많이 생겨도 지금 우리나라 부근에 접근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기압 배치상 앞으로 생기는 태풍들도 13호 태풍 돌핀처럼 다른 곳으로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남부 지방 가뭄과 폭염 해소에는 오히려 악재라는 점도 지적했다. 태풍급의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있어야 폭염을 잠재울 수 있는데, 지금 구조로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반도는 최근 극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5일 경기 김포·안산·하남·오산·여주·평택·용인은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오르고, 서울과 광주도 38도에 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전날 밤에도 수도권과 호남 서쪽, 영남 내륙은 열대야에 시달렸으며,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밤사이 최저기온이 29.0도를 기록해 30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초열대야' 직전까지 갔다. 보라매공원 인근 동작구 관측장비에서는 실제로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를 웃돌아 초열대야가 관측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런 폭염의 원인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의 기압능이 동해상에 자리하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동풍이 유입돼 수도권과 호남이 산을 넘은 공기가 뜨겁고 건조해지는 '푄현상'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예보상 비 소식도 9일 강원영동과 제주에 국한돼 있어 남부지방 가뭄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9일부터 광복절까지는 아침 기온 22∼27도, 낮 기온 29∼36도로 예보돼 극한 폭염 수준은 한풀 꺾이겠지만 더위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풍 세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도, 정작 가뭄과 폭염에 시달리는 한반도에는 당분간 태풍발 '단비'나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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