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유류할증료 22단계 예고… “여름휴가는 이달 안에 끊어야”

항공유 가격이 지난달부터 꾸준히 오르면서, 다음 달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중동전쟁 이전 최고 수준까지 뛸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여행객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아시아 지역 항공유는 갤런당 350~370센트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류할증료 단계로 환산하면 21~23단계, 즉 22단계 전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달 적용 중인 14단계와 비교하면 8단계가량 오른 셈이다.

이번 주 안에 중동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돼 항공유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오는 18일 발표될 항공사의 다음 달 유류할증료도 이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들은 통상 매달 16일 다음 달 유류할증료를 발표하는데, 공휴일 등의 사정으로 발표가 미뤄지면 이후 첫 평일에 공지한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유 가격이 오를 때 그 부담을 항공사가 소비자에게 무제한으로 떠넘기지 못하도록 상한을 정해둔 제도다.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시장 가격 지표(MOPS)를 기준으로 단계를 매기는데, 갤런당 150센트까지는 유류할증료가 붙지 않고 이후부터 10센트가 오를 때마다 한 단계씩 올라간다. 단계가 확정되면 각 항공사는 운항 거리와 환율 등을 반영해 노선별 유류할증료를 최종 공지하는 방식이다.

6단계→33단계→14단계→다시 22단계… 롤러코스터 탄 유류할증료

올해 유류할증료는 유독 급격한 등락을 반복해왔다. 지난 3월까지 6단계로 안정적이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4월 18단계로 뛰었고, 5월에는 역대 최고 단계인 33단계까지 치솟았다. 이후 미·이란 갈등이 잦아들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유류 공급이 정상화되자 6월 27단계, 7월 19단계, 8월 14단계로 석 달 연속 하락하며 시장은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실제로 대한항공 기준 8월 유류할증료는 편도 3만5200~25만9200원으로, 7월(4만6400~34만4000원)보다 24~29% 낮아졌다. 다만 8월 유류할증료도 전쟁 이전인 3월(1만3500~9만90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2.6배 높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런 안정세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은 지난 1일 배럴당 116.97달러에서 21일 149.41달러로 3주 만에 27.7% 뛰었다. 8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된 직전 조사기간(6월 16일~7월 15일) 평균가가 배럴당 119.06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달 16~21일 평균가는 벌써 20% 넘게 높아진 상태다.

22단계는 역대 두 번째 기록…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같은 수준

다음 달 예상되는 22단계는 중동전쟁이 시작되기 전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단계가 마지막으로 적용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8월로,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였다. 당시 대한항공은 인천~뉴욕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를 최대 67만8600원까지 부과했는데, 그때 환율이 1200원대 중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400원대 중반 환율이 적용되는 이달에는 70만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달 적용 중인 14단계 유류할증료(대한항공 왕복 최대 51만8400원)와 비교하면 약 20만원 더 비싸지는 셈이다. 여름휴가를 뒤늦게 계획하고 있다면, 다음 달보다 이달 안에 항공권을 발권하는 편이 유리한 이유다.

여행 수요는 오히려 중국·일본으로 이동

유류할증료가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올여름 해외여행 목적지 판도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7~8월 해외여행 예약 순위는 중국, 동남아, 일본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위였던 동남아는 두 계단 밀려났고, 상대적으로 비행시간이 짧고 유류할증료 부담이 덜한 근거리 노선인 일본 예약률은 전년 동기보다 50%, 중국은 20% 뛰었다. 반면 장거리 노선인 유럽 예약률은 30%가량 빠졌다. 모두투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는데, 여름 성수기 예약 건수는 전년보다 21% 늘어난 가운데 증가율로는 일본이 54.2%로 가장 가팔랐다. 유류할증료가 비행 거리에 비례해 커지는 구조인 만큼, 장거리 여행객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늘어난 셈이다.

변수는 남았다… 미·이란 종전 협상이 관건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최근 항공유값 상승은 주요 산유지인 중동 지역의 긴장으로 원유 운송에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인데, 현재 미국과 이란은 종전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두 나라가 종전에 합의하면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항공유값이 내려가고, 이에 따라 다음 달 유류할증료 단계도 낮아질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는 비행 거리가 길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 항공권 구매 시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도 "유가가 비쌀 때 발권하면 실제 출국 시기에 기름값이 떨어져도 높은 유류할증료를 물게 된다"며 "여행 일정이 급하지 않다면 중동 상황을 조금 지켜보고 발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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