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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처를 찾던 자금이 다시 은행 예금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999조2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984조9399억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약 2주 만에 14조2927억원 증가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보면 9영업일 동안 하루 평균 약 1조5881억원의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들어온 셈이다. 현재와 같은 증가 속도가 이어진다면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서는 시점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5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에는 7조5327억원, 6월에는 4조6837억원 늘었고 7월에는 증가 폭이 35조5401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5월부터 현재까지 5대 은행 정기예금에 유입된 자금은 모두 54조5165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에는 한 달 동안 35조원 넘는 돈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면서 자금 흐름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해지는 동시에 은행 예금 금리가 다시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예금과 달리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13일 기준 665조4398억원으로, 지난달 말 665조8879억원보다 4481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투자처를 정하기 전 잠시 돈을 넣어두는 대기성 자금으로도 활용된다. 이 때문에 요구불예금 감소와 정기예금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 것은 투자 대기 자금 가운데 일부가 보다 안정적인 예금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 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흐름은 주식시장에 대기하고 있던 자금의 감소에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99조9765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등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으로, 증시의 투자 대기자금 성격이 강하다.
투자자 예탁금이 100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13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전날인 11일에는 97조9289억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달여 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욱 크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6월 4일 139조6948억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난 12일에는 99조9765억원으로 내려왔다.
최고점과 비교하면 약 28.4%, 금액으로는 39조7183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주식시장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던 자금이 줄어드는 동시에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권에서는 자금의 방향이 투자에서 예치로 바뀌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든 예금성 상품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정기적금 잔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44조922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45조23억원보다 798억원 줄었다.
지난달에도 정기적금 잔액은 1조9179억원 감소했다. 목돈을 일정 기간 묶어두는 적금보다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한꺼번에 맡기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정기예금에 대한 선호가 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수준뿐 아니라 투자 위험도 자금 이동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대신 원금 변동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예금 상품으로 자금을 옮기는 경향을 보인다.
정기예금은 만기까지 자금을 맡겨야 하는 대신 가입 시점에 약정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 선택되는 대표적인 자금 운용 수단이다.
다만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선다고 해서 모든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계와 기업의 신규 자금, 기존 예금의 만기 재예치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5대 은행 정기예금이 넉 달 연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 예탁금은 두 달여 만에 약 4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최근 금융시장 자금 흐름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향후 금리 수준과 증시 변동성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 같은 역머니무브가 계속될지 여부도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실제로 1000조원을 넘어설 경우 최근 이어진 자금 이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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