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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 표지판 아래 적힌 짧은 문구 하나가 사고가 났을 때 과실비율까지 가를 수 있다.

운전하다 보면 교차로에서 유턴하는 순간 옆 도로에서 우회전해 들어오는 차량과 마주칠 때가 있다. 유턴은 좌회전 신호에 맞춰 허용되는 곳이 많은데, 이때 유턴 차량은 중앙선을 크게 돌아 반대편 차로로 들어간다.
같은 시간 교차로 왼쪽 도로에서는 우회전 차량이 유턴 차량이 들어가려는 방향으로 진입할 수 있어 두 차량의 경로가 겹치게 된다. 특히 보행자 통행이 끝난 뒤 우회전 차량까지 연이어 들어오면 유턴차와 나란히 같은 차로를 향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접촉 사고가 발생하면 어느 차량이 먼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에 따라 과실비율도 달라진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유턴 표지판 아래 적힌 보조표지다. 도로에서는 유턴 표지 아래에 ‘좌회전 신호 시’, ‘보행신호 시’ 등 유턴 가능한 시점을 따로 표시한 곳이 있다. 이런 구간에서는 보조표지에 적힌 조건에 맞춰 유턴해야 한다.
유턴 표지만 설치된 곳도 있다. 별도의 신호 조건이 적혀 있지 않은 상시유턴 구간에서는 운전자가 주변 차량의 흐름을 살핀 뒤 유턴 시점을 판단한다. 유턴이 허용된 장소라도 다른 차량이 지나가는 상황에서는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18조에 따르면 운전자는 보행자나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유턴할 수 없다. 상시유턴 구간에서는 주변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 안전한 시점에 진입해야 한다.

이 차이는 사고가 났을 때 과실비율에서도 나타난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의 인정기준을 보면 상시유턴구역에서 유턴 차량과 우회전 차량이 충돌한 경우 기본 과실은 우회전 차량 30%, 유턴 차량 70%로 잡는다.
상시유턴은 별도의 유턴 신호 없이 운전자가 주변 차량을 직접 확인하며 반대편 차로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우회전 차량이 이미 진입하고 있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접근하고 있다면 유턴 차량이 속도를 조절하거나 진입 시점을 늦춰야 한다.
우회전 차량에도 책임은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5조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운전자에게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따라 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회전하면서 바깥쪽 차로까지 크게 돌거나 급하게 진입해 유턴 차량의 진행 경로를 침범하면 과실이 추가될 수 있다.

유턴 차량이 ‘좌회전 신호 시’ 등 정해진 신호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유턴 차량이 차로를 가로질러 들어오는 만큼 유턴차 책임이 더 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유턴하던 차량과 우회전 차량이 충돌한 경우에는 우회전 차량 쪽 과실이 더 높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가 제시한 기본 과실비율은 우회전 차량 80%, 유턴 차량 20%다. 예를 들어 유턴 표지 아래 ‘좌회전 신호 시’라고 적힌 교차로에서 유턴 차량이 좌회전 신호에 맞춰 회전을 시작했고 옆 도로에서 우회전한 차량이 같은 차로로 들어오다 충돌했다면 이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상시유턴 구간에서 유턴 차량의 기본 과실이 70%로 잡히는 것과 비교하면 책임이 정반대로 바뀌는 셈이다. 신호에 따라 유턴하는 차량은 정해진 신호에 맞춰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우회전 차량은 해당 차량의 진행을 살핀 뒤 들어가야 한다.
같은 유턴 구역에서 난 사고라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시유턴 차량은 주변 차량을 확인하면서 진입해야 하는 책임이 더 많이 반영되고 신호에 맞춰 유턴하는 차량은 해당 신호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과실 산정에 반영된다.

다만 실제 과실은 기본 비율에 사고 당시 상황을 더해 판단한다. 두 차량의 속도와 진입 시점, 충돌 위치, 방향지시등 사용 여부, 급우회전이나 대우회전 여부 등이 함께 반영된다.
우회전 차량이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들어오지 않고 한 번에 안쪽 차로까지 크게 진입했다면 과실이 늘어날 수 있다. 유턴 차량이 주변 차량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급하게 차선을 가로질렀다면 유턴 차량의 과실도 추가될 수 있다.
방향지시등도 과실을 가르는 요소 중 하나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우회전이나 좌회전, 유턴을 하려는 운전자는 해당 지점에 이르기 전부터 방향지시등으로 진행 방향을 알려야 한다. 과실비율 인정기준에서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거나 늦게 켠 경우도 과실을 가산할 수 있는 요소로 본다.
운전자는 유턴 구역에 들어서기 전 표지판 아래 문구부터 확인해야 한다 ‘좌회전 신호 시’, ‘보행신호 시’처럼 조건이 적혀 있으면 그 조건에 따라 움직이고 별도 문구 없이 유턴 표지만 설치돼 있다면 주변 차량과 보행자 흐름을 확인한 뒤 유턴하면 된다.
우회전 차량도 유턴 차량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한다. 상시유턴 차량과 부딪히면 유턴 차량의 기본 과실이 70%로 잡히지만 신호에 따라 유턴하는 차량과 충돌한 사고에서는 우회전 차량의 기본 과실이 80%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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