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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럽 대륙 곳곳에서 한국행 여행을 준비하는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유럽 몇몇 국가에 국한됐던 관심이 이제는 남유럽과 중부, 동유럽까지 폭넓게 번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는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유럽 이용자들이 자사 사이트에서 검색한 한국 숙소 데이터를 들여다본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이번 분석은 7~8월 여름 성수기 숙박을 대상으로 한 검색 건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유럽에서 한국 여행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나라는 영국이었다. 뒤를 이어 독일이 지난해 3위에서 두 계단 뛰어올라 프랑스를 밀어내고 2위 자리를 꿰찼다. 프랑스는 3위로 밀렸고, 스페인이 4위를 지킨 가운데 이탈리아가 처음으로 상위 5개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5위에 안착했다.

영국의 강세는 항공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버진애틀랜틱이 런던 히드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직항 노선을 새로 띄우면서 접근성이 한층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도약 역시 하늘길과 맞닿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밀라노 구간을 운항하기 시작하면서 물리적 거리가 좁혀졌고,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 관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되면서 문화 교류와 인적 왕래가 덩달아 활발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절대적인 검색량에서는 서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형성했지만, 증가율만 놓고 보면 완전히 다른 판도가 펼쳐진다. 우크라이나 이용자의 한국 숙소 검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2%나 뛰어올라 전체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도 259% 증가하며 두 번째로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고, 오스트리아 역시 62% 늘며 세 자릿수는 아니지만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다만 이들 신흥 시장은 애초 검색 모수 자체가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증가율 하나만으로 시장 규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우크라이나나 키프로스처럼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그동안 한국 여행 검색 자체가 드물었던 나라에서는 소수의 검색만 늘어도 증가율 수치가 크게 튀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유럽 중심이던 한국 여행 수요가 남유럽과 중부, 동유럽 국가로까지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흐름 자체는 뚜렷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해석이다. 특히 전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우크라이나에서조차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이 세 배 넘게 늘었다는 점은, 항공편이 제한적이고 이동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국이라는 여행지가 가진 문화적 흡인력이 상당하다는 방증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유럽 여행객들은 한국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눈여겨보고 있을까.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역시 수도 서울이었다. 그 뒤를 부산과 제주가 이었고, 인천과 경주가 각각 4위와 5위에 자리했다. 이 순위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됐다. 대도시 서울과 관문 도시 인천, 휴양지로 꼽히는 제주뿐 아니라 해양 관광 도시 부산과 천 년 고도 경주가 나란히 상위권을 지킨 셈인데, 이는 유럽 여행객들이 현대적인 도시 문화와 자연·역사 콘텐츠를 함께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풀이할 수 있다.
서울은 궁궐과 한옥마을 같은 전통 자산과 더불어 번화한 상업 지구,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야시장과 쇼핑가가 공존하는 도시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은 해운대와 광안리 같은 해변, 감천문화마을 같은 독특한 골목 풍경을 갖춰 여름 성수기 휴양지로 각광받는다. 제주는 화산섬 특유의 자연경관과 올레길 트레킹, 카페 투어로 알려져 있으며, 경주는 불국사와 첨성대 등 신라 시대 유적이 밀집한 역사 도시라는 정체성이 뚜렷하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다섯 도시가 나란히 상위권에 오른 것은 유럽 여행객들의 방한 목적이 한 가지로 수렴하지 않고 다양하게 갈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에서 한국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배경에는 항공 접근성 개선이나 외교 관계 격상 같은 요인만 있는 게 아니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필두로 한 이른바 K콘텐츠 확산이 관광 수요 증가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한국을 찾은 방문객은 70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늘었고, 미주와 대양주까지 더한 장거리 시장 전체 방한객도 200만 명을 넘어섰다.
케이팝 팬덤 문화는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여행 소비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인다. 콘서트나 팬미팅 관람에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와 연관된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다니고, 뷰티 제품을 구매하며,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공연 콘텐츠까지 함께 즐기는 식으로 소비가 다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한 외국인이 즐겨 찾는 맛집 콘텐츠 상위권 절반가량이 아이돌과 관련된 장소라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 이는 음식 자체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공간을 함께 경험하려는 팬덤 특유의 소비 방식을 보여준다.
유럽 안에서도 특히 오스트리아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현지 대형 드럭스토어 체인인 dm과 Bipa는 한국 화장품만을 따로 진열하는 전용 코너를 운영할 정도로 K뷰티 제품 유통이 이미 자리를 잡았고, 독일어권 미식 전문지 팔슈타프가 올해 한식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언론 노출 역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도나우섬 음악축제와 연계한 한류 프로그램은 2022년부터 이어져 왔는데, 지난해에만 누적 방문객이 4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거웠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 이 행사를 정부 차원의 한류 확산 사업 사례로 공식 지목했을 만큼, 중부 유럽에서 K컬처가 뿌리내리는 속도는 관련 부처도 주목하는 대목이다.
케이팝을 넘어 K드라마 역시 유럽 팬덤 확산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의 런던 콘서트에 맞춰 마련된 한국관광 홍보관에는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팬 5만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대형 공연 하나가 관광 프로모션과 맞물릴 때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식과 뷰티, 패션, 관광이 서로 맞물리며 소비를 견인하는 이른바 K라이프스타일 확산 구조가 유럽 시장에서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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