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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리센느 효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경남 거제시 덕포해수욕장이 기록적인 폭우로 하루아침에 텅 비었다.

여름 피서철 막바지인 데다 해수욕장 폐장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지만 백사장에서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변 곳곳에는 폭우에 휩쓸린 물놀이 시설물이 흩어졌고 상인들은 손님이 사라진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일 오후 덕포해수욕장 인근에서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는 전 모(60) 씨는 텅 빈 해변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전 씨는 “물난리가 나기 전날만 해도 비가 왔는데 손님들이 줄을 섰다”며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덕포해수욕장은 오는 23일 폐장을 앞두고 있다. 여름 피서철의 마지막 손님을 맞아야 할 시기지만 이날 백사장에는 피서객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상인들에 따르면 각종 호우 피해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관광객들이 몰렸다. 인근 식당에는 줄이 늘어섰고 카페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만석이 될 정도로 붐볐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뒤 해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관광객들은 자취를 감췄고 물놀이장에 설치됐던 대형 풍선 놀이기구는 거센 물살에 떠밀려 곳곳에 흩어졌다. 물놀이장 관계자들은 물속을 오가며 부유물을 건져내고 떠내려간 시설물을 하나씩 수습했다.
전 씨는 “폭우가 쏟아지기 전날에도 비가 많이 와 장사가 안될 줄 알았는데 가게가 두 번이나 만석이었다”며 “하룻밤 자고 나니까 이 모양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덕포해수욕장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걸그룹 리센느가 있었다. 거제 출신 멤버 원이가 소속된 리센느가 이곳을 다녀간 뒤 팬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근 음식점마다 대기 줄이 생기고 카페가 잇달아 만석을 기록하면서 지역 상권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전 씨는 “리센느 효과도 있었고 물놀이장도 생겨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가 피서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라고 판단해 수박주스 재료와 소금빵을 미리 주문해 뒀지만, 손님이 사라지면서 손을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리센느가 출연한 영상에 함께 등장해 화제가 된 식당 주인 최 모(63) 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최 씨는 “리센느 아이들이 왔다 간 뒤 매일 손님들이 줄을 섰다”며 “월요일이 가게 쉬는 날이라 하루 쉬고 나왔더니 바다가 이렇게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수욕장이 23일이면 폐장하는데 지금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연일 거제의 비 피해가 알려지다 보니 관광객들도 오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리센느는 원이, 리브, 미나미, 메이, 제나로 구성된 5인조 걸그룹으로 2024년 데뷔했다. 원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멤버들과 함께 고향 거제를 찾은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외친 ‘거제 야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숏폼 플랫폼에서 화제를 모았고, 이후 거제시는 리센느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리센느 팬들의 발길은 폭우 이후에도 거제로 향했다. 다만 이번에는 여행이 아닌 수해복구를 위해서였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김 모(49) 씨는 리센느의 팬으로, 휴가를 내고 거제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폭우 피해 소식을 접한 뒤 일정을 바꿔 복구 봉사에 나섰다. 김 씨는 “리센느 팬이라 이 기간에 놀러 오려고 휴가를 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그냥 수해복구 봉사를 하자고 생각했다”며 사흘 동안 거제시가 연결해 준 고령 주민들의 복구 작업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리센느가 방문했던 해수욕장에서도 복구 작업을 하려 했지만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닌 것 같다며 “원래 놀러 오려고 했던 곳이 이렇게 돼 있으니 씁쓸하다”고 했다.

리센느 팬덤 ‘리마인’도 집중호우 피해를 본 주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에 나섰다.
리마인은 지난 18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경남 지역 집중호우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한 전용 모금 페이지를 열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모금 소식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했다. 19일 오전 9시 기준 모금액은 4034만8357원으로 집계됐다.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기부 내역을 인증하며 자발적으로 모금에 동참했다.
피해 지역에 리센느 멤버 원이의 고향인 거제가 포함됐다는 점도 팬들의 참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거제를 비롯한 경남 지역에는 광복절 연휴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거제에는 928.0㎜, 통영에는 752.8㎜의 비가 내렸다. 특히 거제에는 17일 하루에만 654.3㎜의 폭우가 집중됐다.
짧은 시간에 쏟아진 많은 비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고 주민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거제 전역에서는 산사태 4건과 사면 유실 41건, 도로 침수 14건이 발생했다. 2700여 세대가 정전 피해를 입었고 4000여 세대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주민 270세대 500여 명은 위험을 피해 긴급 대피했다.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덕포해수욕장은 폭우가 남긴 흔적을 수습하는 현장으로 바뀌었다. 상인들과 관계자들이 복구에 나선 가운데, 여행을 계획했던 팬들과 리센느 팬덤도 봉사와 모금으로 피해 주민들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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