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삿포로까지 제쳤다… 올해 추석 예약 폭주한 해외 여행지 1위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지난해보다 항공권 검색량이 90% 넘게 증가한 가운데, 여행객들은 긴 연휴를 모두 여행에 쓰기보다는 짧게 다녀온 뒤 나머지 기간에는 집에서 쉬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지 역시 일본과 베트남, 중국 등 비행시간이 짧은 아시아 지역에 수요가 몰렸다.

응답자 56% "추석에 여행 간다"…검색량은 92.4% 급증

19일 글로벌 여행 앱 스카이스캐너가 한국인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올해 추석 연휴에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실제 검색 지표에서도 여행 심리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올해 추석 전후인 9월 13일부터 10월 3일까지 출발하는 한국발 항공권 검색량은 지난해 추석 전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2.4% 늘었다. 이는 올해와 지난해 각각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이뤄진 검색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올해 추석 연휴는 9월 24일 목요일부터 26일 토요일까지로, 다음 날인 27일 일요일까지 더하면 대체공휴일 없이도 나흘을 쉴 수 있다. 여기에 10월 3일 개천절(토요일)의 대체공휴일인 10월 5일 월요일, 10월 9일 금요일인 한글날까지 이어지면서 9월 말과 10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연휴가 형성됐다. 실제 여행객들은 이 두 시기 중 하나를 정해진 대로 따르기보다 비용과 일정에 맞춰 유연하게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설문에서 여행 시기를 묻자 30%는 추석 연휴를, 25%는 10월 초 연휴를 택했고, 22%는 두 시기 가운데 여행 비용이 더 저렴한 쪽을 선택하겠다고 답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예산은 25만원 줄어… "물가 저렴한 여행지 선택"이 절약법 1순위

여행 경비 역시 지난해보다 줄었다. 올해 추석 연휴 여행에 쓸 1인당 평균 예산은 약 133만 원으로, 지난해 약 158만 원보다 25만 원가량 낮아졌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도 '비용'이 25%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여행 경비를 아끼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35%가 '물가가 저렴한 여행지 선택'을 꼽아, 여행 수요 자체는 늘었지만 고물가 속에서 지출 부담을 줄이려는 경향이 함께 나타났다.

도쿄 자료사진. / Richard Whitcombe-shutterstock.com

이런 흐름은 실제 여행업계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여행사 모두투어에 따르면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하가 발표된 이후 열흘간 9·10월 연휴 기간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직전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유류할증료 인하로 여행 비용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과, 추석·가을 연휴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8월 들어 1410원대까지 내려오며 7월 대비 다소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여행 경비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연휴 확보하고도 실제 여행은 3.3일

긴 연휴를 손에 넣고도 여행 자체는 짧게 다녀오는 '압축형 여행'에 대한 선호도 눈에 띈다. 응답자들은 추석 연휴를 전후로 평균 2.9일의 연차를 사용해 최대 8일간의 휴가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실제 여행 기간은 평균 3.3일에 그쳤다. 남은 휴가를 여행에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여행 후 일상으로 복귀하기 전 충분히 쉬기 위해서'가 6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긴 연휴 동안 여행과 휴식을 적절히 나눠 씀으로써 시간 대비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두투어 역시 이번 시즌 상품을 짧은 일정에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근거리 여행지 위주로, 연차를 더 붙여 9일까지 쉴 수 있는 일정에는 유럽과 미주, 남태평양 등 장거리 체류형 여행지 위주로 구성해 여행객들의 이 같은 취향을 반영했다.

검색 1위는 도쿄… 상위 10개 도시 중 9곳이 아시아

이 같은 경향은 인기 여행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스카이스캐너 검색 데이터를 기준으로 올해 추석 연휴 가장 많이 검색된 여행지는 일본 도쿄로, 전체 상위 여행지 검색의 17.8%를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 나트랑(13.9%), 일본 삿포로(13.8%), 중국 상하이(10.2%), 대만 타이베이(9.0%) 순으로 나타났다. 다낭(7.4%), 시드니(7.3%), 방콕(7.0%), 푸꾸옥(6.9%), 오사카(6.7%)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9곳이 아시아 지역으로 집계돼, 짧은 일정에 다녀올 수 있는 근거리 해외여행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29.2%로 가장 많은 검색량을 기록했고, 베트남(18.0%)과 중국(13.0%), 태국(8.1%), 미국(7.3%) 등이 뒤를 이었다.

제시카 민 스카이스캐너 여행 전문가는 "올 추석에도 근거리 아시아 여행지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짧은 비행시간으로 현지 체류 시간을 늘리고, 비교적 저렴한 현지 물가를 활용해 여행 경비를 절감하려는 여행자들의 실용적인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사도 근거리 노선 늘려 대응

이 같은 근거리 여행 선호는 항공업계의 노선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최근 몇 년 새 국제선 여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을 키워왔는데,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며 근거리 여행 수요를 흡수해 왔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LCC가 대형 항공사의 대체재로 자리 잡은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해외로 나간 한국인 여행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항공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추석과 10월 연휴가 이런 회복 흐름에 다시 한번 탄력을 붙일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리 예약할수록 유리"…연휴 앞두고 예약 서두르는 여행객들

업계에서는 두 차례로 나뉜 이번 연휴가 여행객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9월 말 추석 연휴 직전인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연차를 쓰면 앞뒤 주말을 포함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고, 10월 초 개천절·한글날 연휴 역시 앞뒤로 연차 사흘을 붙이면 최대 9일의 장기 휴가로 확장할 수 있다. 두 시기 모두 항공권과 숙소 예약이 몰리는 성수기인 만큼, 여행업계에서는 출발일이 임박할수록 항공권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여행 시기를 정했다면 서둘러 예약하는 편이 비용을 아끼는 데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여행사들은 연휴를 앞두고 국제선 좌석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에 맞춰 사전 예약 이벤트와 유류할증료 인하분을 반영한 할인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며, 인천 출발 상품 외에 부산과 대구, 제주 등 지방 출발 노선도 함께 늘려 지방 거주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결국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둔 여행 소비의 큰 흐름은 '더 자주, 더 짧게, 더 알뜰하게'로 요약된다. 긴 연휴가 주어져도 무리하게 일정을 채우기보다 짧은 여행과 충분한 휴식을 병행하고, 목적지 선택에서도 비행시간과 현지 물가를 함께 고려하는 실용적인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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