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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활동을 할 때마다 점수가 쌓이고, 개인별 목표를 달성하면 실업급여가 자동으로 지급되는 ‘취업활동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된다.
단순히 구직활동을 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얼마나 충실하게 했는지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실업급여 제도가 바뀌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일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 고용서비스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전국 102개 고용센터를 실업급여 지급 등 반복적인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에서 벗어나 구직자와 기업을 직접 연결하는 ‘상담 중심 고용서비스 기관’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취업활동 마일리지 제도다.
현재 실업급여 수급자는 정해진 기간마다 구직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야 실업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입사지원이나 구직활동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지와 관계없이 형식적인 활동이 반복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마일리지 방식에서는 개인별 취업활동계획(IAP)을 먼저 세운다. 구직자의 상황과 취업 목표에 따라 필요한 활동을 정하고 각각에 목표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후 직업훈련, 면접, 입사지원 등 실제 취업을 위한 활동을 할 때마다 포인트가 쌓인다. 모든 활동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의 난이도나 투입되는 노력 등을 고려해 가중치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단순한 온라인 구직활동보다 직업훈련이나 면접처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활동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구직자가 자신의 취업활동계획에 따라 목표 점수를 채우면 실업급여가 전산을 통해 자동으로 지급되도록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다만 모든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한꺼번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반복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가 마일리지 제도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구직활동’과 ‘실제로 취업하기 위한 구직활동’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형식적인 구직활동을 줄이는 동시에 구직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교육과 훈련, 면접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허위나 형식적인 구직활동을 잡아내는 데에는 AI도 활용된다. AI 탐지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취업 의지가 낮거나 반복적으로 형식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선별하고, 필요한 경우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고용서비스 자체도 구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는 구직자를 크게 자기주도형과 집중지원형으로 나눠 지원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AI가 설문 결과와 개인의 취업 이력 등을 분석해 구직자의 상황을 판단하고 적합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자기주도형으로 분류된 구직자는 온라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스스로 취업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필요한 채용정보나 직업훈련 정보 등을 온라인에서 확인하고 자신의 계획에 따라 취업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구직자는 집중지원형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전담 상담사인 ‘케이스 매니저(Case Manager)’가 배정된다. 상담사가 단순히 실업급여 지급 절차를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 AI 진단도구인 ‘Job Care’를 활용해 구직자의 경력과 역량을 분석하고, 1대1 심층상담을 진행한다.
취업에 성공한 뒤에도 지원이 이어진다. 취업 자체를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후 경력개발까지 연계해 장기적인 고용 안정을 돕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대전고용센터에서 지난 5월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를 대상으로 ‘나만의 AI 고용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자체 설문조사에서 참여자의 86.8%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지원 대상인 ‘함께준비’ 유형의 경우 평균 대면상담 시간이 73.8분으로 집계돼 기존 18분보다 약 4배 늘었다.
이는 고용센터가 기존처럼 많은 사람을 짧게 상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변화의 대상은 구직자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고용서비스도 지원금 중심에서 채용 컨설팅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단순히 기업에 인건비나 채용 관련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기업이 왜 사람을 뽑지 못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해결책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구인공고와 고용행정 데이터를 분석해 지원자가 적어 같은 채용공고를 반복적으로 올리는 기업이나 채용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찾아낼 계획이다.
여기에 ‘고용24 Firm Care AI’를 활용해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분석한다. 모집과 선발 기술이 부족한 경우, 임금이나 근무환경 등 일자리 여건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려운 경우 등으로 원인을 나눠 맞춤형 해법을 제시한다.
결국 정부가 구상하는 고용센터는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고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단순한 중개기관에서 벗어나 구직자와 기업 양쪽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같은 개편의 배경에는 고용센터 직원들의 업무 과부하가 자리 잡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담당 직원 한 명이 하루 평균 71.7건의 실업인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고용센터가 매년 상대하는 구직자만 2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반복적인 서류 확인과 행정절차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면서 정작 취업상담에 충분한 시간을 쓰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앞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AI가 상당 부분 처리하도록 하고, 사람은 사람에게 필요한 상담과 지원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나누겠다는 계획이다.
조직도 바뀐다. 본부와 지방청, 지청으로 이어지는 3층 구조로 조직을 재편하고 위탁기관 관리와 부정수급 수사 등 행정업무는 지방청 고용센터에 집중한다. 반면 일선의 102개 고용센터는 상담과 채용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한다.
현재의 ‘상담’ 직렬도 ‘고용서비스’ 직렬로 개편한다. 단순 상담을 넘어 구직자의 취업과 기업의 채용을 함께 지원하는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역별 고용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지방정부의 역할도 커진다. 정부는 지역이 직접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사업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고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효과를 낼지는 앞으로의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
취업활동 마일리지가 도입되면 구직자는 단순히 입사지원 횟수를 채우는 것보다 자신의 취업활동계획에 맞는 훈련과 면접, 구직활동을 수행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점수 산정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AI가 구직자의 상황을 잘못 판단할 경우 새로운 행정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실업급여는 생계와 직접 연결되는 제도인 만큼 자동 지급 시스템의 오류나 활동 인정 기준을 둘러싼 이의제기 절차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담 상담사 제도 역시 상담 인력의 전문성과 충분한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도 고용센터가 많은 구직자를 상대하고 있는 만큼 집중지원 대상자가 늘어날 경우 상담사의 업무가 다시 과중해지지 않도록 인력과 업무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고용노동부는 과제별 시범운영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이어 2027년에는 1~2개 권역의 고용센터를 혁신 시범센터로 지정해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2028년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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