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냉백까지 챙겨와 20개씩 싹쓸이… 외국인 간편결제 매출 1위 찍은 한국 음료

인천국제공항의 편의점 매대에서 노란 바나나맛 우유가 빠르게 동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휴가철을 맞아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있는 CU 점포 전체에서 바나나맛 우유 판매량은 최근 1년 새 43.1%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티머니 트래블카드의 매출 신장률은 831.7%에 달했다. 공항 편의점 매출 통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세 자릿수 증가율이다.

공항 도착하자마자 '바나나우유 라테' 제조

바나나맛 우유 판매가 급증한 배경에는 이른바 '바나나우유 라테'의 유행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편의점에서 바나나맛 우유와 아메리카노, 얼음을 함께 산 뒤 이를 직접 섞어 마시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에 진한 커피를 부어 즉석에서 라테를 만들어 먹는 이 조합은 이제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료'로 통한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제 검색량으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페이트(Spate) 조사에 따르면 구글과 틱톡에서 '바나나우유 라테'를 검색한 횟수는 최근 한 분기 새 전 분기 대비 143% 급증했고, '바나나와 커피'를 함께 검색한 비중도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특히 해외의 한 카페에서도 바나나우유 라테가 정식 메뉴로 등장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하루 80만개 팔리는 '국민 우유'… 공항점은 100배 넘는 발주량

빙그레에 따르면 바나나맛 우유는 국내에서 하루 평균 80만 개가 판매되며 회사 전체 연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대표 제품이다. 인천공항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점포에서는 이 판매량이 한층 두드러진다. 중국행 항공편이 몰리는 한 공항점의 경우 평일 하루 700개, 주말에는 1400개가 입고되지만 당일 완판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인근 GS25 공항점 역시 바나나맛 우유의 하루 평균 발주량이 일반 점포의 12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진열된 유제품. / 연합뉴스

관광객들은 냉장 보관이 필요한 특성 때문에 보냉백을 따로 챙겨와 한 번에 10~20개씩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CU 전 점포를 기준으로 한 외국인 간편결제(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매출 순위에서도 바나나맛 우유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는 공항에만 머물지 않는다. 명동과 성수동 등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상권에서도 바나나맛 우유는 꾸준히 잘 팔리는 품목으로 꼽힌다.

다만 국내에서 흔히 보는 달항아리 모양의 '단지 용기' 제품을 해외에서 그대로 만나기는 어렵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 우유는 원유가 들어가 소비기한에 제약이 있는데, 국내 유통 제품의 평균 소비기한은 15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 제품 특성상 수출용은 별도 포장으로 생산되며, 현재 미국과 중국, 홍콩, 대만 등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는 바나나맛 우유가 "한국에 가면 꼭 사 와야 하는 제품"으로 자주 언급된다. 달항아리 모양의 용기 디자인과 국내 드라마·예능 속 등장 장면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편의점에서 보이면 바로 사야 한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맛도 최고다", "한국에 머무는 내내 사서 마셨다"는 식의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한국 여행의 대표 기념품 목록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여행객 필수품 된 트래블카드… 사용법도 쉬워져

바나나맛 우유와 함께 매출이 폭증한 티머니 트래블카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선불형 교통카드다.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 편의점 소액 결제까지 한 장으로 해결할 수 있어 방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사실상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인천공항을 비롯한 전국 주요 호텔과 지하철역, 편의점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여권을 스캔하면 즉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카드 뒷면의 QR코드를 인식시키면 등록과 충전이 모두 앱 안에서 가능하다. 현금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여행객들에게 특히 호평받는 부분이다.

이처럼 바나나맛 우유와 트래블카드 매출이 동반 급증한 배경에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자체가 크게 늘어난 사정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1071만 명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3%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와 비교해도 26.9%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카드 소비액도 10조 389억 원으로 처음 10조 원을 넘어서며 전년보다 50.8% 늘었고, 관광객 1인당 지출액 역시 1270.4달러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중국과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시장이 일제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방한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트래블카드 이용 팁

국내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티머니 트래블카드는 해외 지인이 방한할 때 미리 알려주면 유용한 정보이기도 하다. 카드 자체는 인천공항 1층 입국장을 비롯해 시내 편의점, 지하철역 등에서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카드값과 충전금이 함께 결제되는 방식이다. 충전은 앱이나 편의점·역사 내 키오스크에서 바로 가능해 별도로 은행을 찾거나 환전소를 거칠 필요가 없다. 지하철과 버스 환승 할인이 자동 적용되는 것은 물론, 편의점 소액 결제에도 쓸 수 있어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여행객에게는 교통카드와 지갑을 겸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K-드라마와 예능, 유튜브 브이로그 등을 통해 익숙해진 한국의 소소한 먹거리가 SNS를 타고 확산하면서 관광객들의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공항 편의점이 단순한 매장을 넘어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체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나나맛 우유 이전에도 삶은 달걀이나 딸기맛 우유처럼 K-드라마 속 찜질방 장면에 등장한 먹거리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증 코스'로 자리 잡은 사례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특정 상품 하나가 SNS를 통해 단기간에 인지도를 얻고, 곧바로 공항 편의점 매출로 직결되는 흐름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매장을 중심으로 진열대를 늘리고 발주 주기를 단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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