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아닌데 물가 확 오른 '지역'...특히 기름값 차이가 크다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커진 가운데 서울보다 지방의 물가가 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충격을 받았지만 지역별 소비구조와 석유제품 가격, 농축수산물 가격 등에 따라 체감 물가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23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전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전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였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0.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국제유가를 자극하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비롯한 상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전국 평균만 놓고 보면 드러나지 않는 지역별 격차다. 7월 서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로 대구와 인천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전북은 3.3%로 가장 높았고 충북·경북·경남은 각각 3.2%, 강원은 3.1%를 기록하는 등 도 지역을 중심으로 3%를 웃도는 지역이 잇따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연초만 해도 지역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지난 1월 서울과 전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모두 2.0%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동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4월부터 격차가 벌어졌다. 4월 전국 물가상승률이 2.6%였지만 서울은 2.1%에 그쳤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더욱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공업제품이었다. 7월 전국 공업제품 물가상승률은 3.7%에 달했지만 서울은 2.8%에 그쳤다. 공업제품 가격이 전국적으로 올랐지만 서울의 상승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특히 기름값 격차가 더욱 뚜렷했다. 7월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전국적으로 10.6%였고 경유는 17.8% 올랐다. 그러나 서울의 상승폭은 이보다 낮았다. 반면 충북은 휘발유 13.9%, 경유 22.7%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충남도 휘발유 12.7%, 경유 22.1%로 나타났다.

전북 역시 휘발유 13.9%, 경유 23.1%로 상승폭이 컸다. 경북은 휘발유 13.8%, 경유 23.3%, 경남은 휘발유 13.6%, 경유 22.9%까지 올랐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서울보다 지방에서 가격 상승폭이 크게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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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주유소별 가격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시행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영향도 변수로 작용했다. 가격 상한이 설정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낮았던 지역에서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소비구조도 중요한 요인이다. 서울은 대중교통 이용 비중이 높은 만큼 가계 소비지출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같은 폭으로 기름값이 올라도 전체 소비자물가를 계산할 때 서울 물가에 반영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지역별 물가상승률 차이에 대해 전년도 가격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지역별 소비지출 구조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어 석유제품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낮고,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농축수산물에서도 서울과 지방 사이의 차이가 나타났다. 7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국적으로 0.9% 상승했지만 서울은 상승률이 0.0%에 머물렀다.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도 서울에서는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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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만 보면 차이는 더욱 컸다. 전국 축산물 물가상승률은 4.4%였지만 서울은 1.9%였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축산물에서 서울이 전국 평균보다 2.5%포인트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산 쇠고기 가격에서도 지역별 흐름이 엇갈렸다. 서울의 국산 쇠고기 가격 상승률은 2.4%였지만 세종은 10.2%, 충북은 11.2%까지 올랐다. 경북은 7.2%, 경남은 13.4%, 강원은 7.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까운 지역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격 상승폭이 낮았던 것도 아니다.

돼지고기의 경우 서울은 오히려 2.0% 하락했다. 하지만 전남은 3.4%, 세종 3.4%, 경북 5.0%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승세가 이어졌다. 동일한 품목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소비하느냐에 따라 가격 흐름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서울의 농축수산물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정부와 유통업계가 추진한 농축수산물 할인행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 유통망 등을 통해 진행되는 할인행사가 서울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빠르게 전달되면서 실제 구매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 역시 서울의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의 가격 상승률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편이었다면서 전국적인 가격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축산물 할인행사의 영향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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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물가 통계는 ‘전국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가’만으로는 현재의 물가 부담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과 지방은 같은 국제유가 충격을 받더라도 대중교통 이용률과 자동차 의존도, 소비지출 구조, 유통망, 지역별 가격 수준 등에 따라 실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이용이 많은 지역에서는 유가 상승이 단순히 주유비 증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출퇴근이나 생필품 구매에 자동차를 이용하는 가구가 많을수록 연료비 부담이 직접적으로 커지고, 물류비 상승을 통해 식료품과 각종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대중교통망이 촘촘한 서울에서는 국제유가가 올라도 모든 가구가 같은 수준으로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 현상인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석유제품 가격 상승 압력은 완화될 수 있지만, 한 번 오른 운송비와 생산비가 다른 상품 가격에 전가될 경우 물가 부담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농축수산물 역시 기상 여건과 생산량, 유통비용 등에 따라 지역별 가격 차이가 반복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물가 정책도 전국 평균 상승률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지역별 소비구조와 생활 여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3%의 물가상승률이라도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지방과 대중교통 이용이 많은 서울에서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전쟁으로 시작된 국제유가 충격이 지역별 물가에 서로 다른 흔적을 남기면서 ‘평균 물가’ 뒤에 가려진 지역별 생활비 격차에도 관심이 필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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