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하차 요구 번복에 연예인 특혜 논란… 실제 항공사 '규정' 따져보니

방송인 박수홍이 항공기 탑승 후 하차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다시 번복하는 과정에서 해당 항공편의 출발이 약 1시간 이상 지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인 박수홍이 2023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친형 박 모씨와 배우자 이 모씨에 대한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박수홍 측은 자신의 무지와 미숙한 판단으로 인해 다른 승객들과 항공사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온라인상에서는 승객의 개인적인 요청에 따라 기내 하차 의사를 번복하고 재탑승하는 절차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나아가 특정 연예인에 대한 특혜가 적용된 것은 아닌지 등을 둘러싼 지적과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박수홍 가족 탑승 후 '하차 번복'… 괌행 대한항공 70분 지연 논란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목격한 승객들의 게시글이 잇따라 공유되면서부터다. 작성자에 따르면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괌으로 향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KE415편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방송인 박수홍 가족이 탑승했다.

개그맨 박수홍이 2018년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진행된 '코미디위크 인 홍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뉴스1

그러나 항공기 탑승 직후 박수홍 씨의 어린 딸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이 쉽게 그치지 않자 박수홍 가족 측은 긴 비행 시간 동안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기내 승무원에게 하차(하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심인가 연예인 특혜인가… '하차 번복' 둘러싼 기내 갑론을박

항공사는 승객의 하기 요청에 따라 즉각 항공보안 표준 절차에 들어갔다. 탑승 포기 수속 절차에 맞춰 이미 탑승교를 통해 항공기에 실렸던 박수홍 가족의 위탁 수하물(화물칸 적재 화물)을 다시 항공기 밖으로 내리는 분류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수하물 하기 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도중 기내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이의 울음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이에 박수홍 측은 마음을 바꿔 하차 의사를 번복하고 항공기에 그대로 탑승해 출국하겠다는 뜻을 다시 항공사에 전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항공사 측이 이 같은 재탑승 및 탑승 유지 의사를 수용함에 따라 이미 항공기 밖으로 내리기 위해 분류 중이던 위탁 수하물을 다시 항공기 화물칸에 재적재하는 작업이 급하게 이뤄졌다. 일련의 처리 절차로 인해 해당 항공편은 당초 예정돼 있던 출발 시간보다 약 70분(1시간 10분)가량 지연 출발하게 됐다. 기내에서는 지연 시간 동안 박수홍이 승객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의 뜻을 전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현장에서 수하물을 재확인하는 항공사 및 공항 관계자들의 사진과 현장 상황을 담은 목격담 영상 등이 온라인에 빠르게 확산했다.

당시 상황을 전한 한 누리꾼은 "탑승 당시 영상을 보니 박수홍은 승객들을 향해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있었고, 어린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급박하고 난감했던 기내 분위기를 전했다. 사건이 전해진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출발 직전 승객의 단순 변심이나 사정에 의해 수하물을 뺐다가 다시 싣는 것은 일반 승객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편의를 봐준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어린아이가 너무 심하게 울면 부모 입장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 "기내에서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차하려 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과까지 했으니 이해해 줄 수 있는 영역 아니냐"며 옹호하는 입장도 팽팽하게 맞섰다.

승객 한 명 내리는데 70분 지연… 항공사 '자발적 하기' 보안 규정은

논란이 확산하자 항공기에 이미 탑승한 승객이 이륙 직전에 스스로 내리겠다고 요청하는 이른바 '자발적 하기'와 관련된 법적 규정과 절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발적 하기란 출국 심사와 보안 검색을 모두 마치고 항공기에 최종 탑승한 승객이 개인적인 사유로 탑승을 거부하고 항공기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 갑작스러운 심장 통증 등 급성 건강 이상 증세가 발생하거나, 직계 가족의 임종·사고 등 변고 소식을 접했을 때, 혹은 중요 물품을 분실했을 때 등에 한해 드물게 발생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항공기 내부 사진 / AI 생성 이미지

대한항공 공식 안내 및 대한민국 항공보안법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에 일단 탑승한 승객이 본인 의사로 마음대로 하차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된다. 대한민국 항공보안법 시행규칙은 항공기 이륙 전 승객이 내리는 상황에 대비해 각 항공사가 명확한 자체 대응 및 보안 처리 절차를 수립해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국가항공보안계획'에 따르면, 출발 전 승객이 자발적으로 하기할 경우 항공사는 즉시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승객의 정확한 하기 사유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보안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자체 보안계획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승객이 자발적 하기를 요청할 경우 기내 승무원과 항공사 지상직원들은 가장 먼저 해당 하차 행위가 다른 승객들과 항공기 운항 일정에 미칠 심각한 영향과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히 자발적으로 내리는 승객은 공항 경찰대 및 국정원 등 관계 기관(정보당국)의 엄격한 보안 조사를 받을 수 있으며 승객이 내린 후 해당 여객기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색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행된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상세 안내를 받은 이후에도 승객이 하차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단계별 보안 및 운항 절차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우선 항공사는 즉시 공항상황실(EOC)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며 공항상황실은 인천국제공항 관제탑 및 관련 보안기관에 즉시 연락하여 해당 항공기의 운항 중지를 공식 요청하게 된다.

이후 공항테러대책협의회의 보안 위협 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 항공기에 대한 전체 기내 재검색 조치가 실행된다. 필요한 경우 모든 승객이 기내에서 하차해 지정된 대기 장소로 이동해야 하며 승객들의 휴대 수하물은 물론 화물칸에 실린 위탁 수하물까지 전량 내린 뒤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항공기 구석구석을 점검하는 고강도 기내 보안 점검이 이뤄지게 된다.

하차를 요청한 해당 승객은 공항 내 별도 조사실로 이동해 관계 기관의 합동 조사를 받게 되며 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머지 승객들 역시 보안 통제하에 지정된 구역 밖으로 이동할 수 없다. 모든 보안 조치와 점검 조치가 완료되면 항공사는 공항상황실에 이상 없음을 보고하고 공항상황실은 이를 관제기관에 통보한다. 최종적으로 공항테러대책협의회가 보안상 이상이 없음을 최종 확인하고 운항 재개 승인을 내려야 비로소 항공기는 다시 이륙 준비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항공사가 승객 한 명의 자발적 하기 요청에 대해 대대적이고 엄격한 절차를 적용하는 이유는 승객의 기내 하차 요청 자체가 테러 위험이나 폭발물 투척 등 심각한 항공 보안 위협 요소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만약의 가능성에 완벽히 대비해야 하므로 하차 승객 본인뿐 아니라 항공기에 남아 있는 다른 모든 승객들까지 극심한 불편과 시간적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

실제로 전체 하기 및 보안 재검색 절차를 완수하는 데는 최소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항공편의 출발과 도착이 크게 지연되는 것은 물론 목적지 공항에서 다음 연결편으로 환승해야 하는 승객들이 비행기를 놓치는 연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재정적·운용적 손실이 발생한다. 항공기 지상 대기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추가 급유가 필요해지고 지상 조업 인력 및 장비 투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 과정에서 가장 큰 의문으로 떠오른 점은 '하기 요청을 했다가 이를 번복했을 때 재탑승이 가능한가'였다. 일각에서는 하차를 선언했던 박수홍이 이를 번복하고 비행기에 다시 탈 수 있었던 과정에 연예인 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규정상 승객이 기내에서 하기 의사를 밝혔더라도, 실제 항공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지 않은 상태(기내 대기 상태)였다면 하차 의사를 철회하고 번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공식 밝혔다. 승객이 기내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신원 재확인이나 기내 전면 통제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지 않고 의사 번복이 수용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KE415편의 70분 지연 사유에 대해 대한항공은 해당 항공편에 승객 관련 업무 전반을 포괄하는 '딜레이 코드(Delay Code)'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딜레이 코드는 홍보, 고객 편의, 승객 식사 제공, 분실물 처리, 특수 핸들링 등 다양한 사유가 포함되는 항공 운영 코드이며 승객 하기 요청에 따른 기내 및 수하물 검색·작업 역시 세부 지연 사유 중 하나로 다뤄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객이 하기 의사를 밝힌 즉시 현장 지상 조업팀에서 위탁 수하물을 추출하기 위한 분류 작업이 즉각 시작됐기 때문에 비록 승객이 곧바로 하차 의사를 번복했더라도 이미 진행 중이던 수하물 처리 작업을 중단하고 내렸던 화물을 다시 화물칸에 실어 재적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약 7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박수홍 "항공 절차 무지함에서 비롯된 미숙한 판단" 공식 사과

한편 이번 지연 사태와 관련해 박수홍은 26일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고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박수홍 사진 / 뉴스1

박수홍은 사과문에서 "최근 비행기 출발 과정에서 저희 가족으로 인해 출발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많은 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큰 불편함을 드렸고 항공사 관계자분들께도 피해를 드렸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기내 상황에 대해 "탑승하자마자 착석하지 못할 정도로 아이가 울어 당황한 나머지 미숙한 판단을 했다"며 "긴 비행시간 동안 아이의 울음으로 승객분들께 더 큰 피해를 드릴 것 같아서 당초 내리겠다는 의사를 기내 관계자분께 전달드렸으나 기내에서 대기하던 중 아이가 울음을 그쳤고 이에 다시 탑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또한 "이로 인해 보안 검사 등 시간이 크게 지체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전적으로 항공 관련 절차에 대한 저의 무지함으로 일어난 일이며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자신의 책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저의 부족함으로 큰 피해를 보신 승객분들과 항공사 관계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거듭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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