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태풍 '사우델', 비껴가긴 하는데…초긴장 중인 국내 '이 지역'

제18호 태풍 '사우델'이 한반도를 비껴가는 경로를 유지하고 있지만, 제주 해상은 강풍과 높은 파도로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해경은 연안 안전관리를 강화하며 갯바위와 방파제 접근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26일 오후 3시 기준 제18호 태풍 '사우델' 위성 사진 / himawari8

사우델, 대만 거쳐 중국으로…세력은 조금씩 약화

기상청 태풍정보를 종합하면 사우델은 26일 오전 9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북서쪽 약 150㎞ 해상에서 시속 20㎞ 속도로 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60hPa, 최대풍속은 초속 39m·시속 140㎞로 강도 '3'을 유지 중이다. 강풍반경은 340㎞, 폭풍반경은 110㎞로 파악됐다.

사우델은 25일 오전만 해도 중심기압 945hPa, 최대풍속 초속 45m로 강도 '4'에 달했으나 하루 새 세력이 한 단계 낮아졌다. 24시간 동안 중심기압이 15hPa 오르고 최대풍속은 초속 6m 줄어드는 등 약화 흐름을 보였지만 여전히 강력한 세력을 유지 중이다.

태풍은 27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북북동쪽 해상을 지나 28일 중국 푸저우 인근 해상에 다다를 전망이다. 이때 세력은 강도 '2'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9일에는 중국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26일 기상청이 발표한 제18호 태풍 '사우델' 예상 이동 경로 / 기상청

제주 남쪽 먼바다 풍랑경보로 격상…해경 '위험예보제' 가동

문제는 태풍이 한반도 상륙 없이 지나가더라도 주변 해역의 파도까지 잦아드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26일 오전 11시를 기해 제주도 남쪽 바깥 먼바다에 내려져 있던 풍랑주의보를 풍랑경보로 올렸다. 제주도 동부·남부·서부 앞바다와 남쪽 안쪽 먼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기상청은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강한 바람과 함께 2~4m, 많게는 5m 이상의 물결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도 앞바다도 바람이 세지면서 물결이 1.5~3.5m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28일까지는 남해동부바깥먼바다와 제주도남쪽먼바다를 중심으로 초속 30~70㎞의 강한 바람과 2~4m의 물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고, 27일까지는 제주도먼바다와 남해동부바깥먼바다에서 물결이 5m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제주해양경찰서와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이날부터 연안 안전사고 위험예보제 '주의보' 단계를 발령했다. 이 제도는 기상 악화나 자연재난으로 사고 우려가 있는 연안 해역의 위험성을 미리 알리기 위한 것으로 '관심', '주의보', '경보' 세 단계로 나뉜다. 해경은 갯바위와 방파제, 해안가 등 사고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낚시객과 관광객에게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할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갯바위와 방파제 등 위험지역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위험예보제 발령 기간 연안 활동객들은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위험지역 출입을 자제하는 등 안전수칙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풍랑특보가 내려진 제주도 해안 자료 사진 / 뉴스1

태풍 멀어도 너울은 온다…갯바위·방파제 사망사고 최다

태풍 중심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 바다에서 발생한 강한 풍파가 긴 주기를 갖고 해안까지 전달되는 것이 너울인데, 태풍 에너지가 중심과 함께 이동하는 것 외에도 이런 방식으로 먼 바다의 물결을 통해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맑고 현지 바람이 약해도 해안가 파도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긴 주기의 너울은 잔잔한 물결 사이에 갑자기 큰 파도가 섞이는 형태로 나타나 눈에 보이는 파도만 보고 안전을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연안사고 통계를 보면 갯바위와 방파제의 위험성이 두드러진다.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간 연안사고 사망자는 총 557명으로, 이 가운데 갯바위에서 65명, 방파제에서 46명이 숨져 두 장소에서만 11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해수욕장 사망자 39명의 2.85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양경찰청은 항포구·방파제·갯바위에서 낚시 중 실족하거나 음주로 인한 실족 사고가 잦다고 설명한다.

기상청 풍랑특보 기준을 보면 해상 풍속이 초속 14m 이상 3시간 지속되거나 유의파고가 3m 이상 예상되면 주의보, 초속 21m 이상이 3시간 지속되거나 유의파고가 5m 이상이면 경보가 내려진다. 풍랑특보가 발효되면 기상청은 해안가 낚시객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방파제·방조제 접근을 막도록 안내하고 있다.

갯바위에 고립된 낚시객을 구조 중인 해경 자료 사진 / 뉴스1

전국은 남서풍·북동풍 충돌로 비…무더위도 계속

제18호 태풍 사우델은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지만 다량의 수증기를 남부지방과 제주로 밀어 올리면서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한반도 동쪽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인 중국 북부지역에도 고기압이 자리 잡은 가운데 남쪽에서는 사우델이 만들어내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불어온다. 이 남서풍이 북쪽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내려오는 북동풍과 부딪히면서 폭이 좁은 띠 모양의 비구름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26일에는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 5~30㎜의 비가 내렸고, 전남과 영남 일부 지역에는 소나기가 관측됐다. 이후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는 10~60㎜, 경남 남해안에는 최대 80㎜ 이상의 비가 예보돼 있다. 앞서 광복절 연휴 기간 비 피해를 입었던 경남 거제 등 지역에는 추가 강수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태풍이 비껴가면서 직접 피해 우려는 다소 줄었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고 남쪽에서 후텁지근한 바람까지 유입되면서 무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비나 소나기가 지나가는 동안 기온이 잠시 떨어지더라도,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다시 기온이 오르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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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풍 벌써 21개…한반도 직격은 아직 없어

올해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이미 21개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8개 많고, 2023년과 2024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평년 한 해 발생하는 태풍이 평균 25.1개인 점을 감안하면, 8월 시점에 이미 연평균 발생량의 80% 이상이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사우델과 제19호 태풍 '나라', 제20호 태풍 '개나리', 제21호 태풍 '앗사니'까지 한때 4개의 태풍이 동시에 활동하기도 했으며, 이 중 '나라'는 26일 중국 잔장 인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 발생 빈도는 유독 잦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직접 강타한 태풍은 없었다. 여름철 한반도 상공을 강하게 장악했던 고기압이 일종의 장벽처럼 작용해 태풍들이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이나 일본 방면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 위성에 포착된 한반도 인근 기압계 상황 / himawari8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최근 YTN과 인터뷰에서 서태평양에서 태풍이 잇따라 발생하는 배경으로 고기압 위치 변화를 언급하며 "주류 고기압들의 세력은 주로 동편으로, 동태평양 쪽으로 많이 물러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태평양 태풍 발생 해역에서 고기압의 방해가 줄면서 태풍이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취지다.

평년 기준으로도 9월 이후 발생하는 태풍은 11개를 웃돈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여름 내내 태풍의 북상을 막아온 한반도의 고기압 배치가 달라지면, 한반도가 태풍이 지나는 통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태풍의 주요 발생·이동 해역에는 여전히 30도 안팎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유지되고 있어 가을철 태풍 발달의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까지 갖춰졌다. 태풍의 발생 빈도와 세력을 뒷받침하는 조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만큼, 앞으로 만들어질 가을철 태풍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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