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까지 생각한 사람인데... 남자친구의 그 고백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너무 사랑하던 사람인데, 헤르페스 2형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결혼까지 생각한 남자친구가 성기 헤르페스 2형(HSV-2)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20대 여성이 이별과 결혼 사이에서 흔들리는 심경을 털어놨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여성 A씨는 2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결혼까지 생각한 남자친구가 헤르페스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남자친구가 문란한 과거 때문에 감염됐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봐온 모습만으로도 미고지한 전 애인 때문에 운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A씨를 가장 크게 흔든 것은 남자친구의 감염 사실 자체보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안이었다. 그는 “어제까지 너무 사랑하던 사람인데 2형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이걸 감내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했다. 이어 “임신은, 출산은 어떻게 하나. 나는 아직 20대인데 굳이 인생을 어렵게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남자친구가 헤어질 경우 비혼을 택하겠다고 한 것도 A씨를 힘들게 했다. A씨는 “오늘 아침 그 소식을 들으니 앞으로 잠자리는 꺼려질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불쌍하면서도 동정심으로 나까지 병들 만큼 사랑하는지 모르겠어 착잡하다”고 했다.

다만 남자친구가 감염 사실을 숨긴 상황은 아니었다. A씨에 따르면 남자친구는 무증상이라 본인도 감염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이전 검사 결과지까지 모두 보여줬다고 한다. A씨는 남자친구가 다녔던 병원에서 과거 기록을 직접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A씨 역시 검사를 받았다. 그는 “반차를 내고 피검사를 했다”며 “예전에 옮았을 가능성이 커 나도 감염자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일단 내가 감염자가 아니길 바라야겠다”고 했다.

성관계할 때마다 옮는 것은 아니다

A씨의 고민처럼 HSV-2 감염은 성생활과 임신 문제에 대한 걱정을 낳는다. 그러나 감염자와 성관계를 했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바이러스가 반드시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WHO에 따르면 HSV-2는 주로 성기나 항문 주변의 피부·점막, 병변, 체액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눈에 띄는 병변이 없어도 바이러스가 배출될 수 있어 무증상 상태에서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감염자가 성관계를 할 때마다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남자친구가 양성이면 결혼하는 순간 여자친구도 결국 감염된다”는 식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그렇다고 위험을 무시할 수도 없다. 증상이 없는 기간에도 바이러스가 간헐적으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집이나 궤양 같은 병변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발병 직전에 통증이나 화끈거림 같은 전구 증상이 나타날 때도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전파 예방에 중요하다.

콘돔 사용은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다. 다만 콘돔이 덮지 않는 피부에서 바이러스가 배출될 수 있어 위험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억제요법도 전파 위험을 낮추는 데 쓰인다. 2004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실린 연구에서 감염된 파트너가 매일 발라시클로버(헤르페스 바이러스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자 상대방의 감염 위험이 약 절반으로 줄었다. 다만 증상 없이 혈액검사에서만 양성이 확인된 사람에게 약을 투여했을 때 전파를 줄이는 효과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감염돼도 임신·출산 못 하는 것 아니다

A씨가 특히 걱정한 임신과 출산도 마찬가지다. HSV-2 감염 자체가 임신을 막는 것은 아니다. 감염자라고 해서 모두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 중 언제 감염됐는지, 출산 당시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있는지다. 임신 후반기에 성기 헤르페스에 처음 감염되면 출산 과정에서 신생아에게 전파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임신 이전부터 감염돼 있던 여성이 재발성 헤르페스를 겪는 경우에는 산모의 항체가 태아에게 전달돼 신생아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출산 방법도 일률적이지 않다. ACOG는 분만 시 성기 병변이나 전구 증상이 없다면 질식분만이 가능하다고 본다. 활성 병변이나 전구 증상이 있을 때만 신생아 노출을 줄이기 위해 제왕절개를 권고한다. 재발성 감염 병력만으로 제왕절개를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온라인 댓글에서 나온 “자연임신을 시도하면 높은 확률로 옮고 출산 때는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설명은 일반적인 의학적 사실로 보기 어렵다.

검사 해석도 단순하지 않다. HSV-2 혈액검사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감염에 대한 항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감염 직후에는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검사 종류에 따라 정확도에도 차이가 있다. “12주가 지나면 무조건 정확하다”거나 특정 시점의 음성 결과만으로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헤르페스 2형은 얼마나 드문 질환일까

헤르페스 2형은 드문 질환이 아니다. WHO가 2025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15~49세 가운데 약 5억2000만명이 HSV-2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령대의 약 13%에 해당한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치료법은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로 증상을 줄이고 재발을 억제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실린 연구가 있다. 2004년 남부지역 보건소 방문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세 이상 항체 양성률은 24.9%로 나타났다. 여성이 28.0%, 남성이 21.7%였다. 연령별로는 20대 7.4%, 30대 22.6%, 40대 이상 29.6~34.9%였다.

A씨 사연에는 다양한 댓글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결혼은 다른 문제다. 그런데 왜 너에게 죄책감을 전가하나”라며 “비혼하겠다는 말도 좋지 않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이미 관계를 맺은 뒤에 말한 것도 좋지 않은데 동정심까지 느낄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밝힌 이용자도 있었다. 한 남성 이용자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서 옮았고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옮았다”고 했다. 그는 “일상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은 없어 용서하고 결혼했다”면서도 A씨에게 “아직 감염되기 전이라면 깊게 생각하라”고 권했다.

A씨는 이런 반응을 읽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사랑하긴 한다. 어떻게 동정심만 있겠나”라면서도 “솔직히 내가 음성이면 새 출발을 하고 싶은 이기적인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무엇을 해도 사랑할 자신이 있었는데 헤르페스라는 말에 이렇게 뒤돌아설 준비를 하는 나를 보면 나중에 실제로 증상이 생겼을 때 애증과 지옥이 시작될 것 같다”고 했다.

결혼을 고민하는 커플이라면 감염자의 증상과 재발 여부, 상대방의 감염 여부 등을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성기에 물집이나 궤양 등 병변이 있다면 병변에서 검체를 채취해 HSV-1·HSV-2를 확인하는 PCR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혈액을 이용한 형별 특이 HSV-2 IgG 항체검사를 통해 과거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항체는 감염 직후에는 형성되지 않을 수 있어 최근 감염이 의심된다면 검사 시점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WHO는 병변에서 HSV를 확인할 때 핵산증폭검사를 주요 진단법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형별 특이 혈청검사는 병변이 없거나 파트너가 생식기 헤르페스에 감염된 경우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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