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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냉장고는 단순히 음식을 넣기만 하면 전부 안전하게 보관되는 곳이 아니다. 냉장고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면 위치마다 온도가 제각각 다르다. 냉기 출구와 가까운 안쪽은 온도가 낮고 서늘한 반면, 자주 열고 닫는 문 쪽 칸은 외부의 따뜻한 공기와 계속 부딪히며 온도 변화가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 즉, 똑같은 냉장고 안에 들어있더라도 어떤 칸에 집어넣느냐에 따라 식재료의 수명과 위생 상태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대부분의 냉장고는 문 안쪽에 계란 트레이가 장착되어 출시되나, 문 쪽은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외부 공기와 직접 접촉하여 온도 변동이 가장 심한 구역이다. 계란의 표면에는 미세한 기공과 미생물 침투를 막는 큐티클층이 존재하는데, 급격한 온도 변화는 표면에 이슬 맺힘 현상(결로)을 유발해 보호막을 손상시키고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균의 증식 위험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계란을 문 쪽이 아닌 온도 변화가 적은 냉장고 안쪽 깊은 선반에 보관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종이 포장재째로 보관하면 외부 충격을 완화하고 냉장고 내 다른 음식 냄새가 기공을 통해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생고기와 생선을 냉장고 상단 선반에 두는 것은 위생상 매우 위험한 보관 방식이다. 포장재 틈으로 육즙이나 핏물이 샐 경우, 아래 칸에 위치한 반찬이나 채소, 바로 섭취하는 조리 식품으로 떨어져 세균이 전파되는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육류와 생선은 냉장고에서 가장 온도가 낮고 안정적인 최하단 선반이나 신선실(신선보관용 서랍)에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2~3일 내에 소비하지 않을 물량은 1회 분량씩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즈, 요플레 같은 유제품 역시 냉장고 문 쪽에 놓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유제품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단 몇 도의 온도 상승으로도 변질이 가속화된다. 특히 개봉된 우유는 공기 접촉과 온도 변화가 맞물려 미생물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난다. 유제품은 냉장고 문 선반 대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냉장실 중앙 선반 안쪽에 보관하는 것이 유통기한 내 안전한 섭취를 돕는다.

상추, 깻잎, 시금치 등 잎채소를 냉장실 안쪽 깊숙한 곳이나 냉기 출구 바로 앞에 둘 경우 냉기를 직접 맞아 잎이 짓무르거나 얼어버리는 냉해 현상이 발생한다. 반대로 온도 변화가 심한 문 쪽에 두면 수분이 쉽게 증발하여 시들해진다. 잎채소는 온도가 일정하고 적정 습도가 유지되는 전용 '채소·과일 서랍'에 보관해야 한다. 보관 시 세척하지 않은 상태로 키친타월에 싸서 밀폐 용기에 담아두면 수분 증발과 습기 차체를 동시에 막아 보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먹다 남은 찌개나 밑반찬은 열고 닫기 편한 상단 선반에 배치하는 것이 정석이다. 상단 선반은 눈높이에 위치하여 음식의 존재를 쉽게 인지할 수 있고, 교차오염의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다만, 뜨거운 상태의 국이나 찌개를 큰 냄비째 그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냉장고 내부 온도를 순간적으로 상승시켜 주변 식품의 변질을 유발할 수 있다. 남은 음식은 얕은 밀폐 용기에 나눠 담아 식힌 후, 상단이나 중앙 선반에 보관해야 한다.
케찹, 마요네즈, 굴소스, 돈가스 소스 등 개봉된 소스류는 외관상 쉽게 변하지 않아 실온이나 문 쪽에 아무렇게나 방치되기 쉽다. 마요네즈의 경우 너무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 기름과 계란 노른자가 분리되므로 9~10℃ 수준의 비교적 온도가 높은 냉장고 문 상단 선반에 두는 것이 적합하다. 반면, 참기름은 저온 보관 시 굳거나 고소한 향이 달아나므로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실온에 두는 것이 맞고, 들기름은 산화가 빠르므로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감자를 4℃ 이하의 냉장 환경에 보관하면 유해 물질을 형성하는 성분 변형이 일어날 수 있으며, 녹말 성분이 당분으로 변해 맛이 떨어진다. 양파 역시 냉장고의 습기를 흡수하여 쉽게 무르고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감자와 양파는 냉장고가 아닌 바람이 잘 통하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서늘한 실온에 신문지나 종이 봉투로 싸서 보관하는 것이 최선이다.

장보고 돌아온 후 검은 비닐봉지째 냉장고에 넣는 습관은 위생과 식재료 관리에 치명적이다. 비닐 내부의 습기가 배출되지 않아 곰팡이와 미생물이 급격히 증식하며, 내용물이 보이지 않아 재고 파악이 불가능해져 식재료를 방치하다 버리게 된다. 투명 밀폐 용기나 지퍼백으로 교체하고 라벨지에 '구매일'과 '식재료명'을 기재해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 내부는 저온 상태이지만 식중독균이 서식할 수 있다. 세제를 사용해 닦아내면 화학 잔여물이 음식물에 흡수될 위험이 있으므로, 물과 소독용 에탄올(또는 식초)을 1:1 비율로 섞어 분무한 뒤 깨끗한 행주로 닦아내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문 쪽 고무 패킹은 먼지와 습기가 쌓여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구역이므로 베이킹소다를 묻힌 칫솔로 구석구석 청소해야 한다.

조리 직후의 뜨거운 음식을 곧바로 냉장고에 넣으면 냉장고 내부 온도가 순간적으로 상승하여 주변에 보관된 다른 식품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내부 온도를 맞추기 위해 컴프레서가 과하게 작동하면서 전력 소모가 급증하고 내부 벽면에 결로(이슬 맺힘) 및 성에가 형성된다. 남은 음식은 넓은 그릇에 펼쳐 실온에서 온도를 낮춘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넣어야 한다.
일반 냉장고는 간접 냉각 방식으로 공기를 순환시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문을 열 때마다 온도 변화가 크다. 반면 김치냉장고는 벽면 전체를 냉각하는 직접 냉각 방식을 사용하여 온도 변화가 적다. 쉽게 무르는 딸기나 복숭아, 장기 보관이 필요한 육류는 일반 냉장고보다 김치냉장고의 전용 보관 모드를 활용하는 것이 식재료의 맛과 수명을 연장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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