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만 파는 줄 알았는데… 다이소, 자취생들이 열광하는 초저가 상품 내놨다

생활용품 균일가점으로 통하던 다이소가 식품 매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서울 시내 다이소 매장 모습. / 연합뉴스

다이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저렴한 생활용품을 사러 가는 곳으로 인식됐던 다이소에서 먹을거리를 함께 담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식품이 새로운 성장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문구와 주방용품, 인테리어 소품을 훑던 손이 이제는 라면과 즉석밥 코너로도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즉석밥부터 코인육수까지…식품업계 대기업들 줄줄이 입점

올해 들어서는 판매하는 식품 종류도 눈에 띄게 다양해졌다. 오뚜기는 3분 카레를 비롯해 진라면과 진비빔면, 진짬뽕, 열라면 등 컵라면과 즉석밥, 소스류를 다이소 매대에 올렸다. CJ제일제당은 코인육수를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대상은 청정원 파우치형 장류와 미원, 멸치 쌀국수 등을 선보이고 있다. 동원F&B 역시 양반 볶음김치 통조림과 즉석밥, 김부각 등을 판매 중이다.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들이 앞다퉈 다이소 매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다이소 식품 코너는 저가 과자나 초콜릿, 사탕류 등 군것질거리 위주로 채워져 있었다. 집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즉석밥과 장류, 육수 제품까지 다이소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변화다. 식품 대기업 입장에서도 다이소는 매력적인 유통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전국 매장을 통해 신규 고객층에 제품을 노출할 수 있는 데다, 균일가 특성상 소용량·저가 제품을 실험적으로 선보이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특히 대형마트 입점 심사보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는 점도, 중견 식품기업이나 신생 브랜드가 다이소를 첫 유통 채널로 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에는 디저트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저당 디저트 업체 라라스윗은 다이소와 손잡고 제로 칼로리 아이스크림과 저당 초코바·요거트바 등을 일부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과자와 라면 위주에 머물렀던 다이소 식품 매대가 집밥 재료와 간편식, 디저트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구매액 1823억원…아직은 과자가 절반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구매 빅데이터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다이소 식품·음료 카테고리 구매 추정액은 1823억 8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이 수치는 2만 명 규모 패널의 영수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로, 다이소의 실제 매출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아직 전체 구매액에서는 과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박스과자 구매 추정액이 458억 8000만 원, 봉지과자가 425억 1000만 원으로, 두 품목을 합치면 전체의 48.5%에 달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즉석밥이나 장류, 코인육수 등 새로 확장된 카테고리는 구매액 기준으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 하지만 매대 구성 자체가 짧은 기간에 눈에 띄게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이제 막 도입 단계에 들어선 신규 카테고리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에서 주로 사던 즉석밥, 조미료, 육수 등 이른바 '식자재성 식품'이 다이소로 옮겨가는 흐름 자체를 주목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최근 소비 구조상, 대용량 마트 상품보다 소용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다이소식 식품 구성이 오히려 실용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에서 묶음 단위로 파는 조미료나 소스를 낱개로, 그것도 균일가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자취생이나 1인 가구에게 특히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매출 1조에서 4조5000억까지…10년 만에 4배로

다이소의 이런 식품 확장은 회사 전체의 고속 성장과 맞물려 있다. 다이소 운영사 아성다이소는 2015년 매출 1조 원을 처음 넘어선 뒤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 4조 5000억 원을 돌파하며 몸집을 4배 넘게 불렸다. 2023년 매출 3조 원의 벽을 넘긴 지 2년 만에 다시 4조 원 벽까지 넘어선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이 기간 점포 수가 약 1500개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매장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대형 점포와 핵심 상권 중심으로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한 결과, 가맹점당 매출은 2018년 10억 원 수준에서 2023년 16억 원대로 60% 넘게 증가했다.

이런 대형화 전략의 배경에는 균일가 사업 모델 특유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다이소는 상품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균일가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대신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 객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매출을 키워야 한다. 대형 매장은 쇼핑몰의 앵커 테넌트로 입점할 수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이소가 매장 면적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매장을 늘리는 대신 한 매장에서 더 많은 상품을 팔아 매출을 극대화하는 구조인 셈이다. 식품 카테고리 확장 역시 이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생활용품을 사러 온 고객이 자연스럽게 먹을거리까지 함께 담도록 유도해 객단가를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화장품과 패션, 건강기능식품 등 이른바 '전략 상품'과 계절·시즌 한정 상품의 인기가 최근 실적 성장을 이끈 주요 동력으로 꼽히는데, 식품 역시 이런 전략 상품군에 새롭게 합류하는 모양새다.

이마트도 '5K프라이스'로 맞불…균일가 전쟁 번진다

다이소의 성공에 유통업계 전반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는 초저가 자체브랜드(PB) '5K프라이스'와 균일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을 확대하며 980원 두부와 콩나물, 330원 생수 등을 앞세워 이른바 '마트판 다이소' 전략에 나섰다. 편의점 업계도 초저가 경쟁에 가세했다. CU는 '득템' 시리즈를 확대하고 있고, GS25는 1500원 균일가 디저트 시리즈를 운영 중이다. 고물가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가성비가 곧 스마트한 소비'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유통업계 전반이 저가 식품과 생필품을 한자리에서 살 수 있는 '원스톱 초저가 쇼핑'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2026년 현재 유통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단순한 가격 싸움을 넘어 '누가 더 합리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최고급 품질을 고집하기보다 생활에 무리가 되지 않는 가격에 기능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적정한 제품'을 찾는 게 합리적인 소비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칫솔을 사러 갔다가 고추장도 함께 담는 이른바 '원스톱 초저가 쇼핑'이 자연스러운 구매 패턴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식품과 식품을 모두 아우르는 초저가 생활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이소가 식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서도 이런 '적정 소비'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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