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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열대저압부로 약화하며 사실상 소멸 수순을 밟았던 제18호 태풍 '사우델(SAUDEL)'이 이례적으로 다시 태풍으로 부활해 중국 남부 해상을 오가고 있다. 앞서 사우델은 한반도를 비껴가면서도 다량의 수증기와 비구름을 남겨 남부지방에 큰 비 피해를 안긴 바 있어, 이번 재발달 소식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제24호 태풍 '크로반(KROVANH)'까지 일본 오키나와 인근으로 북상 중이어서, 두 태풍의 향후 경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우델은 지난 8월 19일 괌 동남동쪽 먼바다에서 열대저압부가 발달하며 태풍으로 이름을 얻었다. 이후 급속히 세력을 키워 8월 25일 오후 9시에는 일본 오키나와 동북동쪽 해상에서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초속 43m(시속 155km)의 강도 '3' 세력까지 발달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서진하던 사우델은 중국 본토에 상륙하며 세력이 급격히 꺾였다. 8월 29일 새벽 중국 푸저우 서북서쪽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했고, 중국 중앙기상대는 같은 날 오후 태풍 번호 부여를 중단하기도 했다. 통상 태풍은 내륙에 상륙한 뒤 열대저압부로 약화하면 그대로 소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광서 지역을 거쳐 남중국해로 빠져나온 잔여 소용돌이가 다시 발달하기 시작했고, 9월 1일 오전 3시 중국 잔장 남동쪽 해상에서 최대풍속이 태풍 기준인 초속 17m를 다시 넘어서며 태풍으로 재발달했다. 기존 태풍이 약화 후 재발달하는 경우 새 번호를 부여받지 않고 기존 번호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규정에 따라, 이 태풍은 '사우델' 명칭과 18호 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발생 이후 세력이 커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한 셈이어서 기상 당국도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사우델은 태풍 자체가 한반도에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이동 과정에서 국내 날씨에 적지 않은 간접 영향을 미쳤다. 8월 하순 사우델이 오키나와 인근을 지날 무렵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며 대기가 불안정해졌고, 수도권과 강원 등에 비구름대가 형성되는가 하면 전남·영남 지역에는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다.
특히 사우델이 중국 본토에 상륙한 뒤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8월 29일 전후로는, 태풍이 밀어낸 공기 흐름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부딪치며 비구름대가 예상보다 강하게 발달했다. 이 여파로 8월 31일 오전 0시부터 낮 12시 사이 전남 영광 낙월도에는 552mm, 안마도에는 261.1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기간 영광 지역 평균 강수량은 198.1mm에 달했고, 보성군에서는 전날 오후 한 시간 동안 124.6mm가 내리며 올해 시간당 최다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태풍 자체는 한반도를 비껴갔지만, 정작 뒤늦게 그 여파로 남부지방이 물난리를 겪은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3일 오전 3시 기준 사우델은 중국 산터우 동쪽 약 140km 해상에서 중심기압 990hPa, 최대풍속 초속 24m(시속 86km)의 세력으로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풍반경은 300km, 강도는 '1' 수준이다. 오전 9시에는 산터우 북동쪽 약 80km 해상까지 다가서며 중심기압 992hPa, 최대풍속 초속 23m(시속 83km)로 서쪽을 향해 이동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기상청 예상 경로를 보면 사우델은 이날 오후 3시께 산터우 동북동쪽 약 50km 해상까지 접근한 뒤, 오후 9시에는 중심기압 994hPa, 최대풍속 초속 21m(시속 76km)까지 세력이 낮아질 전망이다. 이후 4일 오전 3시께 산터우 서쪽 약 90km 부근 육상에 들어서면서 최대풍속이 초속 15m(시속 54km)까지 떨어져 다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보됐다. 열대저압부로 약화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36시간 이내로 제시됐다.
사우델의 예상 이동 경로는 한반도와는 거리를 둔 채 중국 남부 해안 쪽으로 향하고 있어, 국내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다만 중국 기상 당국은 사우델과 주변 순환의 영향으로 푸젠·저장·광둥 일부와 대만에 폭우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한 상태다. 태풍 진행 방향과 세기는 다음 통보문에서 바뀔 수 있어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이다.
사우델과 함께 주목받는 태풍은 캄보디아가 제출한 이름으로 나무의 한 종류를 뜻하는 제24호 태풍 '크로반'이다. 9월 3일 오전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크로반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250km 해상에서 중심기압 992hPa, 최대풍속 초속 23m(시속 83km)의 강도 '1' 세력으로 북상하며 시속 약 42km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크로반은 이날 오후부터 4일 오전까지 오키나와 인근을 향해 계속 북상한 뒤, 4일 오후부터는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동 속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에는 이동속도가 시속 5~8km 수준까지 느려지며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이후 방향을 다시 동쪽으로 트는 등 이례적인 궤적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예상 경로대로라면 크로반의 중심이 제주를 직접 관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제주도와 태풍 중심 간 거리는 4~5일경 약 550~590km로 예상돼 제주도는 강풍반경 밖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풍의 강풍반경과 주변 기압계 영향으로 제주 육상과 해상에는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기상청은 4일 오전 0시부터 6시 사이 서귀포시 남부를 제외한 제주 대부분 지역에 강풍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크게 느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키나와 인근에서 어느 지점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지, 이후 남하가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향후 국내 영향 범위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3일 한반도는 늦더위와 소나기가 동시에 나타나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9~26도, 낮 최고기온은 25~33도로 예보됐으며, 일부 지역은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남부지방과 제주도에는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고, 최고 체감온도는 33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전남과 경상권, 제주도 일부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는 구름이 많은 가운데 동해안과 제주도는 대체로 흐리고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북동산지에는 오전부터 밤 사이 비가 예보됐고, 오후에는 충북 남부와 남부 내륙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와 남해 앞바다에서 0.5~2.0m, 서해 앞바다에서 0.5~1.0m로 일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태풍 사우델과 크로반 모두 예상 경로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발표되는 태풍정보와 특보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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