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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작가인 차인표가 교보문고 보라쇼에 출연해 삶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강연 서두에서 철학자 하이데거의 개념을 인용했다.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이른바 ‘피투된’ 존재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 삶의 주인은 결국 자기 자신이며,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차인표는 선택이라는 단어의 어원에도 주목했다. 선택하다(Choose)와 지혜로운 인간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이 두 단어의 어원에는 공통적으로 ‘맛보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삶이란 결국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수많은 것들, 즉 가보지 않은 곳과 해보지 않은 일, 만나지 않은 사람을 직접 경험하고 맛보며 자유롭게 선택하는 과정 그 자체라고 정리했다.
강연에서 차인표가 가장 힘줘 말한 대목은 따로 있다. 앞길이 보이지 않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아침과 점심과 저녁으로 되새겨야 할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 단어가 바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잡으라는 뜻의 라틴어다.
그는 과거를 바꿀 수도 없고 미래를 통제할 수도 없지만, 오늘 바로 지금 무언가는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르페 디엠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인간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 즉 현재의 선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삶의 나침반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60살을 앞둔 그가 죽기 전까지 가져가겠다고 밝힌 단어도 다름 아닌 이 카르페 디엠이었다.
차인표는 인간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에도 새장에 갇힌 것처럼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를 ‘틀’ 때문이라고 짚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이름, 부모, 형편 같은 조건들이 일종의 환경이라는 틀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틀은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익숙하고 안전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그는 이 틀의 문을 단 사람이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내가 반복해서 선택하고 바라본 것들의 총합이 곧 나의 알고리즘, 다시 말해 습관이 된다는 논리다. 스마트폰을 열었을 때 자동으로 뜨는 관심사가 바로 내가 스스로 갇혀 있는 현재의 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더 많은 선택을 원한다면 이 틀을 부수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 각성이 먼저 필요하다고 했다.
틀을 벗어나는 행위를 차인표는 ‘문지방을 넘는다’고 표현했다.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작은 반복만이 알고리즘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지방을 넘는 완벽한 타이밍은 내일이나 언젠가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유일한 순간인 ‘오늘’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20살 시절 겪은 경험을 소개했다. 하루 1500개의 팔굽혀펴기를 하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포기하는 대신 잘게 쪼개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아침에 30개, 밥 먹기 전 30개, 화장실을 다녀와서 50개씩 나눠 반복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몇 달을 지속하자 하루 1500개를 채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차인표는 한 번 문지방을 넘고 나면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낮게 평가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습관을 통해 한 번 자기 가치를 끌어올리면 다시는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루하고 힘든 습관의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려면 타인과의 연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차인표는 이를 두 가지 역할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동행자, 함께 걷는 사람이다. 혼자서는 넘기 힘든 문지방도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친구와 함께라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글을 쓸 때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며 위안과 힘을 얻었던 경험을 그 증거로 들었다.
다른 하나는 관객, 응원하는 사람이다. 서로가 잘하고 있는지 지켜봐 주고 박수를 쳐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좋은 관객과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 내가 먼저 상대방의 관객과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강연에서 차인표가 전한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내게 주어진 좁은 틀 안에서라도 매일매일 조금씩 꿈틀거리듯 작은 습관을 반복하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삶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화려한 성공 신화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쌓여 만들어지는 변화라는 점에서, 그가 반복해서 강조한 카르페 디엠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온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표현은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유래했다. 이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구가 강연이나 문학,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인용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의 범위가 결국 현재뿐이라는 사실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되돌릴 수 없으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남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뿐이라는 논리는 철학과 심리학, 자기계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반복해서 등장해왔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이런 메시지가 더 크게 다가오는 배경에는 나이가 들수록 남은 시간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다는 점이 있다. 20대에는 시간이 무한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50대와 60대를 지나며 하루하루의 밀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지금 하지 않으면 다시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감각이 카르페 디엠이라는 오래된 문구를 새롭게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행동심리학에서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목표를 잘게 쪼개는 방식이 실제로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사람의 뇌는 거대하고 막연한 목표 앞에서 저항감을 느끼는 반면, 즉시 실행 가능한 작은 단위의 행동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심리적 장벽을 갖는다. 하루 1000개, 1500개 같은 큰 숫자를 한 번에 채우려 하면 시작 전부터 압도감을 느끼기 쉽지만, 이를 아침과 점심, 저녁처럼 시간대별로 나누면 각각의 목표는 훨씬 감당 가능한 크기로 줄어든다.

이런 방식은 습관 형성 이론에서 흔히 언급되는 ‘작게 시작하기’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새로운 행동을 뇌에 각인시키는 데는 반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반복을 지속하려면 매번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큰 목표를 한 번에 시도해 실패하는 경험이 쌓이면 오히려 포기로 이어지기 쉽지만, 작은 단위를 여러 차례 성공시키는 경험이 누적되면 자기효능감이 높아지고 이것이 다시 다음 도전을 지속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혼자 세운 목표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실천하는 목표의 지속률이 높다는 점도 여러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운동이나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한 스터디, 모임, 온라인 커뮤니티가 꾸준히 생겨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중도 포기의 심리적 장벽이 높아지고, 서로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동기부여로 작동한다.
또한 주변에서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존재가 있을 때 행동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강화된다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크지 않은 칭찬이나 관심이라도 반복적으로 주어지면 그 행동을 계속할 이유가 되어준다. 이 때문에 습관 형성을 다루는 여러 자기계발서나 강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함께할 사람을 만들라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그 목표를 지켜봐 줄 사람을 찾는 일이 실제 실천 단계에서는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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