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닭도 계란도 비상… 3년 만에 다시 30만 원 넘어선 추석 차례상

올여름 폭염에 축산물 가격이 뛰면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 추석 차례상 비용은 총 30만 250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 연합뉴스

전년보다 3500원(1.2%) 오른 금액이다. 대형마트에서 같은 품목을 장만할 경우 비용은 39만 7700원으로, 지난해보다 6350원(1.6%) 상승했다. 명절 밥상 물가가 다시 들썩이면서, 이번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매년 오르내림을 반복해온 차례상 비용이 올해는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3년 만에 다시 30만원대…2년 연속 내리다 반등

전통시장 기준 차례상 비용의 흐름을 보면 이번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2023년 30만 9000원이던 비용은 2024년 30만 2500원으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29만 9000원까지 내려갔다. 2년 연속 하락하며 20만원대로 내려섰던 차례상 물가가, 올해 다시 30만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 4년간의 흐름을 보면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도 30만원 안팎에서 큰 틀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셈인데, 올해는 그 가운데서도 상승 쪽으로 방향을 튼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통시장에서 닭고기 1.5㎏ 가격은 9000원으로 전년 대비 12.5% 올랐고, 계란 10알 가격은 3500원으로 16.7% 뛰었다. 지난여름 폭염이 가축 사육 환경을 악화시키면서 두 품목의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폭염이 길어지면 가금류 폐사가 늘고 산란율이 떨어지는데, 이런 흐름이 명절 성수기 수요 증가와 겹치면서 가격 상승 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산 동태포 30%↑…무·애호박도 두 자릿수 상승

수산물 중에서는 러시아산 동태포 가격이 1만 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0% 뛰었다.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양산 수산물은 어획부터 국내 유통까지 유류비와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여서, 국제 정세 변화가 곧바로 국내 밥상 물가로 옮겨붙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채소류에서도 무 가격이 20%, 애호박이 33.3% 오르며 만만찮은 상승 폭을 보였다. 애호박은 여름철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면서 착과율이 떨어져 상품성 있는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무 역시 여름철 고온에 따른 생육 부진이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사과와 배, 곶감, 대추, 햅쌀, 송편, 두부 가격은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고, 배추는 오히려 1포기 기준 11.1% 내렸다. 사과와 배 등 차례상용 햇과일은 추석을 앞두고 출하량이 점차 늘고 있어, 본격적인 수확철에 접어들면 공급 여건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대형마트에서는 조사 대상 품목 가운데 계란(20.1%)과 돼지고기 앞다릿살(10.1%), 닭고기(7.6%), 다시마(6.3%), 러시아산 동태포(5.0%) 위주로 가격 상승 폭이 컸다. 대체로 전통시장과 비슷한 품목에서 오름세가 나타났지만, 상승률 자체는 대형마트 쪽이 다소 가팔랐던 셈이다. 특히 계란은 전통시장(16.7%)과 대형마트(20.1%) 모두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한 품목으로 꼽혀, 이번 추석 물가 상승의 핵심 원인이 계란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돼지고기 앞다릿살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축산물 전반의 가격 부담이 커졌음을 뒷받침했다.

앞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전국 23개 지역의 전통시장 16곳과 대형유통업체 34곳을 대상으로 8개 부류 24개 품목을 조사했을 때도, 전통시장 장보기 비용이 대형유통업체보다 약 7% 낮게 나타난 바 있다. 품목 구성과 조사 시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흐름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전통시장 비용(30만 2500원)이 대형마트 비용(39만 7700원)보다 9만원 넘게 낮게 집계돼,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형마트는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고 주차 등 편의성이 높다는 점에서, 가격 차이만으로 두 유통 채널의 우열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명절을 앞두고 시간 여유가 있는 소비자라면 전통시장을, 한 번에 여러 물건을 사야 하는 맞벌이 가구라면 대형마트를 택하는 식으로 상황에 맞게 유통 채널을 고르는 것도 방법으로 꼽힌다.

정부, 성수품 18만 3000t 공급…과일 3배·계란 2.4배 확대

정부도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석 민생 안정을 위해 성수품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추석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8만 3000t의 성수품이 공급된다. 특히 과일은 평시의 3배 이상, 계란은 2.4배까지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계란 공급을 유독 큰 폭으로 확대한 것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듯 계란이 이번 추석 물가 상승을 이끈 핵심 품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공급 물량을 품목별로 세분화해 확대한 것도, 이런 개별 품목의 가격 상승 패턴을 미리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30억원을 투입해 농축산물과 수산물 할인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발표된 농축산물 할인 지원 590억원에 수산물 할인 지원분이 더해진 규모로, 추석 연휴까지 성수품 가격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는 아울러 지역별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도 함께 운영해, 소비자들이 명절 성수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만 이런 지원책에도 변수는 남아 있다. 9월 태풍이 주요 산지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 과일과 채소 가격이 단기간에 다시 출렁일 수 있고, 배추나 시금치처럼 고온에 민감한 채소류는 날씨 변화에 따라 가격이 재차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추석을 앞둔 9월은 태풍 발생 빈도가 높은 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아, 매년 명절 물가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꼽혀왔다. 수산물의 경우 오징어와 고등어 가격이 예년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여서, 이달 9일 이후 예정된 할인 행사를 활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관이 가능한 건어물이나 가공식품은 할인 시점을 기다렸다가 구매하고, 신선식품은 가격과 품질을 함께 비교해가며 필요한 시점에 구입하는 전략이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올여름 폭염과 집중호우로 일부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랐다면서도, 최근 기온이 낮아지면서 농산물의 생육과 출하 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고 햇상품 출하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폭염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선선해진 날씨와 본격적인 수확철 진입이 남은 기간 물가를 진정시킬 변수로 꼽히는 셈이다. 매년 반복되는 여름철 이상기후가 명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단기 대책과 함께 기후 변화에 대응한 농·축산업 생산 기반 자체를 안정화하는 중장기 대책도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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