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병원 '300번' 이상 가면 진료비 중 본인 부담 90%

내년부터 1년 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외래진료를 300회 넘게 받으면 301회째 진료부터 진료비의 90%를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아동과 임산부, 중증·희귀질환자처럼 질환 특성상 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환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현재는 외래진료를 연간 365회 넘게 이용하면 366회째부터 본인부담률이 90%로 올라간다. 정부는 이 기준을 내년부터 연 300회로 낮추기로 했다.

'연 300회’는 얼마나 자주 병원에 가는 걸까

300회라는 숫자가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다. 1년은 365일이기 때문에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에 한 번씩 병원을 가는 것보다 조금 적은 횟수다.

보건복지부는 연 300회 진료가 일주일에 약 6차례 의료기관을 찾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거의 매일 병원을 방문하는 생활을 1년 가까이 이어가는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외래진료는 입원하지 않고 병원이나 의원 등을 찾아 진료받는 것을 뜻한다. 감기나 피부질환 때문에 동네 의원을 방문하는 경우부터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나 치료를 받는 경우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외래진료가 해당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정부가 이번에 기준을 바꾸는 이유는 의료기관을 지나치게 자주 이용하는 사람의 진료 횟수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외래진료 이용자는 약 4840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1년 동안 외래진료를 300회 넘게 받은 사람은 7765명으로 집계됐다.

300회를 넘긴 사람들의 연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344.7회였다. 한 해 동안 외래진료를 무려 1775회 이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365회에서 300회로 기준 낮아진다

현재 건강보험 제도에서는 외래진료를 연간 365회까지 이용하더라도 일반적인 본인부담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366회째부터는 본인부담률이 90%로 높아진다. 일반적인 건강보험 외래진료에서는 건강보험이 진료비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나머지를 환자가 내는데, 이 기준을 넘어가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구조다.

내년부터는 이 기준이 300회로 낮아진다. 301회째 진료부터 본인부담률 9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외래진료를 올해 300회까지 받았다면 일반적인 본인부담 기준이 적용된다. 301회째부터는 원칙적으로 진료비의 90%를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병원비 전체를 무조건 90% 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외래진료를 대상으로 본인부담률이 90%로 높아지는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건강보험은 국민이 낸 보험료 등을 재원으로 의료비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환자가 병원을 이용할 때 진료비 전액을 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환자는 정해진 본인부담금을 낸다.

이번 제도는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선 경우 환자의 본인부담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왜 병원을 많이 이용하면 부담을 높일까

정부가 문제로 보는 것은 단순히 병원을 자주 찾는 것 자체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나치게 잦은 외래진료가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검사나 비슷한 치료가 반복될 경우 환자 안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외래진료 이용 횟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의 보건의료 관련 통계를 비교해 발표하고 있다. OECD는 경제·사회 정책을 논의하는 국제기구로, 회원국의 의료 이용량이나 건강 관련 지표도 비교·분석한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9회였다. OECD 평균은 6.6회로, 한국의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OECD 평균의 약 2.7배에 달했다.

물론 이 숫자는 국민 전체의 평균이다. 연간 300회 이상 병원을 찾는 일부 환자의 이용 행태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의료기관을 지나치게 자주 이용하는 사례를 관리하고 의료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환자에게 300회 기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00회를 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301회째부터 진료비의 90%를 내는 것은 아니다.

질환의 특성상 외래진료를 자주 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은 예외로 인정된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대표적인 예외 대상은 아동과 임산부다. 또 산정특례 대상 가운데 중증장애인,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가 해당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받은 진료도 연 300회 계산에서 제외된다.

‘산정특례’는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등을 앓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건강보험 제도다. 질환별로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건강보험에서 정한 본인부담률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처럼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 환자까지 일률적으로 본인부담률을 높이지 않도록 예외를 둔 것이다.

예외 대상이 아니어도 심의받을 수 있다

아동이나 임산부, 특정 중증·희귀질환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90%의 본인부담률을 적용받는 것도 아니다.

잦은 외래진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본인부담률 90%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때 환자가 임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과다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환자의 질환과 의료 이용 사유 등을 살펴 예외 여부를 결정한다.

‘과다의료이용’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병원에 많이 갔다는 의미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의료 이용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사례를 대상으로 진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연간 진료 횟수가 300회를 넘었더라도 특정 질환 때문에 지속적인 외래치료가 필요했다는 의학적 사정이 인정되면 예외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절차를 마련한 것은 횟수만 가지고 모든 환자의 의료 이용을 똑같이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실제로 300회 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자료를 보면 연간 외래진료 이용자 약 4840만명 가운데 300회를 초과한 사람은 7765명이었다.

전체 이용자 가운데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들의 진료 횟수는 평균적인 의료 이용량과 큰 차이를 보였다.

300회를 넘긴 사람들의 연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344.7회였다. 가장 많은 사람은 1년 동안 1775회 외래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의료 이용 횟수가 매우 많은 사례가 존재하면서 정부는 기존의 연 365회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잦은 외래진료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으로 연간 300회를 넘겨 외래진료를 받는 사람은 내년부터 진료 횟수를 보다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인지 여부에 따라 예외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질환과 치료 상황이 예외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

이번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핵심 변화는 기존 ‘연 365회 초과’였던 본인부담률 90% 적용 기준이 ‘연 300회 초과’로 낮아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의료 이용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사례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의료기관을 자주 이용하는 환자들은 예외로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불필요하거나 지나치게 반복되는 의료 이용을 줄이고 환자 안전과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간 300회라는 기준은 일반적인 환자의 의료 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300회를 초과해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은 7765명이었던 만큼, 이번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환자는 전체 외래진료 이용자 가운데 일부일 것으로 예상된다.

핫 뉴스

뉴스 view